서울 교육감 선거 위기…반전의 기회는 남았다

민주진보 후보 패배한다면 10년 공든 탑 무너져

뉴라이트 사관 부상, 혁신교육 철폐 등 역주행

윤석열 탄핵 지체…이재명 대선가도 큰 장애물

실로 중차대한 선거, 투표율 제고가 관건이다

너무 낮은 사전 투표율 …최종 20%는 넘겨야

2024-10-14     김동규 탑위드 대표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동규 정치컨설턴트(탑위드 대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은 8.28%이다. 전체 선거인수 832만 1972명중 68만 9460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지난 총선의 사전 투표율이 32.63%인 점을 고려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지역의 투표율이 69.4%였으므로 이를 단순하게 대입하면 17.35%에 이를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종로가 유일하게 10%를 넘긴 가운데 동작 9.28%, 서초 9.14%로 유이하게 9%를 넘겼다. 이어 성북 8.98%, 양천 8.90%, 서대문 8.84%, 송파 8.81%, 은평 8.73%, 용산 8.65% 등이 평균 사전투표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이대로면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의 승리는 어렵다

이들 지역은 성북, 은평, 서대문 등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하거나 당선된 지역이다. 종부세 논란이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은 지역으로 압도적인 정권심판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전투표율 8.28%가 위에서 거칠게 예상한 대로 전체투표율 17.35%에 수렴한다면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의 승리는 힘들 수도 있다.

이번 보궐선거와 투표율 측면에서 가장 유사한 선거는 교육감 선거 직선제 전환으로 2008년 7월 30일 처음 치러진 단독 서울시교육감 선거였다. 투표율은 15.4%였고, 보수 후보 5명에 진보 후보 1명의 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선거는 기호가 부여됐는데 보수를 대표하는 공정택 후보가 운 좋게도 기호 1번을, 진보 단일 후보였던 주경복 후보는 6번을 받아 양자 대결 구도로 전개됐다. 당시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이었다. 촛불시위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진보 주경복 후보는 ‘촛불 교육감’이란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진보세력의 지지가 뜨거웠고, MB 지지층은 보수를 대표하는 공정택 후보를 지지했다. 진영대결로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개표 결과 총 선거인수 808만 4574명 중 125만 1218명이 투표해 보수 공 후보가 49만 9254표를 획득, 40.0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진보 주 후보는 47만 7201표를 얻어 38.31%의 득표율로 석패했고, 보수 후보 총합계 득표율은 61.69%였다. 진보 주경복 후보는 17개 구에서 승리했고, 보수 공정택 후보는 8개 구에서 승리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집권여당으로서는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4.10 총선 이후 6개월 만에 치러지는 첫 선거이다. ‘이채양명주’는 총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고, 국정기조는 무능, 무뢰, 불통으로 더 역진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역사편찬위원장, 동북아역사재단 등 역사 관련 단체 수장의 뉴라이트 인사 임명으로 시작된 친일 역사수정주의 논란은 뉴라이트 출신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는 것을 정점으로 일제 ‘밀정’ 논란을 가속화하면서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그렇게 이번 선거도 민주진보-보수 간 진영대결로 시작됐다. 민주진보 단일화 과정은 말 그대로 선명성 경쟁이었다. 승자는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였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13일 조전혁 후보와 정근식 후보가 각각 광화문 광장과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재경완도군향우회 정기총회 및 한마음축제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2024.10.13. 연합뉴스

뉴라이트=윤석열=조전혁 명확히 해야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터진 ‘명태균 게이트’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교육감 보궐선거 이슈도 집어삼키고 있다. 그 결과가 교육감 선거의 낮은 관심도에 더해져 낮은 사전 투표율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뉴라이트=윤석열=조전혁이라는 등식이 명확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메가톤급 이슈에 진영대결의 의미가 축소되고, 교육 이슈만으로는 민주진보가 보수의 탈을 쓴 뉴라이트를 압도하기 어려운 교육적 특성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심판론이 지배되는 상황에서 진보-보수간 진영대결은 흔들려서는 안 되는 기본 구도이자 전선이다.

기존 문법으로는 필패…그러나 상황은 변하고 있다

낮은 투표율은 민주진보의 필패라는 분석은 보수가 ‘독도를 일본에 넘겨도’ 지지할 것이라는 ‘태극기부대’, 곧 극단적 보수세력은 윤석열=뉴라이트=뉴라이트출신 조전혁을 지지할 것이고, 조전혁은 보수 단일화를 처음으로 성사시킨 후보로서 그가 스스로 자랑한 학폭 전력에 막말 제조기라 하더라도 그를 지지하는 비율은 전체 유권자의 최소 20%는 된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탄핵저지선을 간신히 지키며 국민의힘이 참패한 지난 총선에서도 어느 정도 관철되었던 그 분석이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

10월 5~6일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조사(무선ARS/803명/95%신뢰수준±3.5%p)에서는 민주진보 단일후보 정근식 30.6%, 중도보수 단일후보 조전혁 24.8%, 민주진보 후보 최보선 13.4%, 중도보수 후보 윤호상 5.6%를 기록해 정 후보가 5.8%p 차이로 오차범위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진보를 표방한 최보선 후보가 민주진보 표를 상당히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진보 분열 패배를 우려한 최보선 후보가 사전투표 2일째인 지난 12일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추대된 정근식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서초, 강남, 송파, 강동 등 동남권에서 4.5%p 밀린 것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정 후보가 앞섰고, 연령별로는 60대에서 정 후보와 조 후보가 동률을 기록했고, 70대 이상에서만 조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 지지층에서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정 후보로의 결집도는 50.8%, 국민의힘 지지층의 조 후보로의 결집도는 57.8%로 엇비슷했다. 적극 투표층의 표심은 정 후보가 6.1%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월 7~9일 여론조사꽃 자체조사(무선전화면접/800명/95%신뢰수준±3.5%p)에서는 정근식 32.6%, 조전혁 18.8%, 최보선 8.6%, 윤호상 4.6%를 기록해 정 후보가 13.8%p 차이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조사에서는 동남 4구를 포함한 전 지역에서 정 후보가 앞섰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32.7%대 34.3%로 접전, 70대 이상에서 16.6%대 39.0%로 밀린 것을 제외하면 전 연령층에서 정 후보가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특징적인 점은 진보층이 정근식, 최보선 후보 이외의 후보에 표가 거의 분산되지 않은 반면에 보수층이 정근식 14.5%, 조전혁 44.5%로 상당히 갈라졌다는 것이다. 또한 적극 투표층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정 후보가 19.5%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 조사 결과로 미루어 짐작컨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판세 지형은 5.8~13.8%p 차이로 민주진보 정근식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서울지역 유권자들이 모두 투표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선거 지형이다. 투표율 20%를 넘기면 차이는 줄겠지만 민주진보 교육감이 계속 서울교육의 수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1일 중구 소공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공보물을 보고 있다. 2024.10.11. 연합뉴스

투표율 최소 20%가 민주진보 교육감 승리의 마지노선

문제는 투표율이 20% 이하일 때도 이 같은 선거 지형이 유지될 것인가이다. 20% 이하이면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1000샘플로 진행하던 여론조사를 200샘플로 조사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차범위가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추세를 완전히 거슬러 다른 결과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 투표율이 20% 이하이면 극우 ‘태극기부대’의 힘이 커진다. 20% 전부가 ‘태극기부대’일 수는 없겠지만 그 응집력만큼은 따라갈 정치 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 필자는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의 승리의 분기점을 투표율 20%라고 보았다. 총선 참패 후에도 윤석열 정권의 퇴행과 폭주는 도를 넘어 국민 모두의 넋을 상실케 하기 충분했고, 탄핵지수는 임계점을 돌파하기 직전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이는 결국 교육감 선거에서 정권 2차 심판 열기로 모아져 분노의 심판투표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민주당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면 ‘태극기부대’에 필적하는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 낙관했다. 그래서 30%에 육박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러한 기대와 전망이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아니 완전한 오판이었다. 사전투표율 8.28%는 전체 투표율 20%를 담보하기 어렵다.

민주진보 교육감 승리의 마지노선은 최소 20%이다. 20%가 안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이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동남권 4구의 60대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변화는 보수층에서도 조전혁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시그널로 보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투표율 20%를 넘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게 할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

보수 교육감이 등장한다면 이후 전개될 상황

만약 조전혁이 교육감이 되는 것을 상상해보자. 그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까? 무엇보다 먼저 윤석열 정권에 대한 탄핵 시계가 멈춰지거나 지체될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로 촉발된 정권 최고위층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비리 수사는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민심에 민감한 사법부는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계속 살피게 될 것이고,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재판에도 영향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재명의 대선 가도에 큰 장애물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민주당이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0.6%p 차이로 실패한 후 2012년 대선에서 실패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다음으로 10여 년을 쌓아온 민주진보 교육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역사 교육은 일제의 침략을 미화하는 뉴라이트 사관으로 대체될 것이고, 백범 김구는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혁신교육은 철폐되고 일제고사는 부활되며, 이공계는 초토화될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돼 폐기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14일 오전 서울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2024.10.14 [공동취재] 연합뉴스

투표율 제고가 정답, 다다익선이다

이렇듯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단순한 선거 이상의 선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중차대한 선거를 민주진보세력이 소홀히했다가 낭패를 경험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총선, 2016년 총선이 그랬다. 투표율 제고만이 정답이다. 투표율 20~25%는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는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전체 투표 성향과 지형을 배제한 예측으로 동남권 4구의 60대에서도 더 이상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행태를 견디기 힘들다는 여론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투표일까지 2일 남았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윤석열 집권 2년 만에 나라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지 않았는가? 1년 8개월 교육감 임기면 모든 것을 형해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탈환보다 어려운 것이 지키는 것이다. 앞으로 치러지는 모든 선거를 이겨야 한다. 하나라도 가벼이 보거나 소홀히할 수 없다. 그래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