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후보만 불러 토론회 연 선관위-KBS의 '기만'
서울시교육감 여론조사 1위 정근식 후보 등 제외
법이 규정한 여론조사 아니라며 "법대로 했을 뿐"
법의 허점 방치하고 조정 노력 하지 않은 직무유기
유튜브 연합, 정 후보 초청 토론회 긴급 마련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영되는 후보자 방송토론에 보수진영 후보 한 명만 초청되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 역사상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이지만 여기에 국가기간방송사가 합작해 일어난 '황당한' 사태다. 선관위의 직무유기와 무책임이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이지만 박민 사장 취임 이후 국가기간방송사의 책무와 상반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KBS가 합작한 노골적인 편파 행위다.
특히 정당 선거가 아니어서 인지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의 알릴 권리가 박탈된 것은 물론 시민과 유권자들은 방송 토론회를 통해 후보들을 검증할 기회를 빼앗겼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선관위가 곽노현 민주진보 단일후보의 공보물을 1000여 곳에서 누락시켰던 사건의 재연인 셈이다.
선관위 편파방송에 맞서 유튜브 연합방송은 경선을 통해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확정된 정근식 후보 초청 토론회를 조전혁 후보 단독 토론회가 방영되는 7일 긴급히 마련했다.
'편파 토론회'에 대해 서울시선관위는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및 관련 규칙에 따라 언론기관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 5% 이상을 얻었거나 최근 4년 이내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한 후보라야 방송토론에 초청된다는 것이다.
최근 CBS와 쿠키뉴스가 내놓은 여론조사에서 정근식 후보는 20%대 지지율을 보인 것은 물론 ‘보수 단일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에 비해 지지율에서 앞섰지만 법에는 지상파 텔레비전, 종합편성채널, 종합일간지 등의 여론조사만 인정하고 있어 각각 라디오방송과 온라인 매체인 두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활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 후보는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23.49%를 득표한 전력이 있어서 초청 자격에 해당되지만 선거에 나선 적이 없는 정근식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은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선거법상에 법률상의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선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던 선관위는 이 조항을 들어 편파를 강행했을 뿐 합리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규칙을 개정하기는커녕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가 선거법 및 관련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 유권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조정의 전례도 있었지만 그것도 외면했다. 2022년 대구시 교육감 선거에서 단독 초청 대상이었던 당시 강은희 후보(현 교육감)가 다른 후보의 참석에 동의해 토론을 성사시킨 사례도 있지만 서울시 선관위는 그같은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정근식 후보는 7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비판했다. 정 후보는 “여론조사 1위 후보를 제치고, 다른 두 후보도 배제한 채, 단 한명의 보수 후보에게 토론도 아닌 일방적인 홍보성 대담의 기회를 제공한 폭거이고 유권자인 서울시민을 무시한 만행이며 공정한 토론 기회를 박탈하고,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선관위의 ‘직무 유기’다”면서 “나아가 현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대폭 삭감해 학부모의 부담을 늘리는 안을 내놓았다가, 많은 시민들의 비판을 받자 국민의힘이 조전혁 후보에게 미칠 불리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이를 전액 복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퇴행적이고 정략적인 관권 선거가 펼쳐직있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조전혁 후보에 대해서도 공개질의를 통해 “당초 후보토론회에서 제기되어야 할 사항인 후보검증 질문을 제기한다”면서 “유권자는 기존에 언론과 보수후보들이 조전혁 후보를 상대로 제기한 다양한 의혹과 관련하여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투표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가 제기한 질의는 3가지다. 첫째, “조 후보가 지난 2014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고3 때 친구를 폭행해 전학 갔던 사실이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조 후보는 지난 9월 30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아이들을 갖다 괴롭히는 걸 갖다 학폭이라 그러는 것이다. 3초 만에 벌어진 일이 어떻게 학폭이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예전에 자신이 친구의 턱을 때려 중상을 입히고 전학 갔던 일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둘째, “조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할 당시인 2016년 ’아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도 국사학계의 90%가 좌파이며, 교학사 교과서가 가보가 될 정도로 훌륭한 교과서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의했다.
셋째, “YTN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감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런 입장은 선거 후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서울교육감은 서울시장, 지금으로 말하면 오세훈 시장이 임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는 “교육감 선거를 망국적인 선거라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선거 폐지 운동을 벌여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임명받는 길을 택하지 않고, 이번 교육감 선거에 나선 이유가 무엇이며, 특정 정당의 입장에 서서 선거운동을 하고 당선된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게 될 때 정치적 편향성과 진영 논리에 의해 교육이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