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에서 대출 원금·이자 떼면 빈털터리" 157만명
DSR 100%넘는 대출자 100명 중 8명 꼴
겨우 최저 생계비만 남는 이도 275만 명
최기상 의원 "취약 차주 생계 대책 마련 시급"
금융기관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번 돈 전부를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쓰는 사람이 157만 명(8%)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저 생계비를 제외하고 소득의 70% 이상을 쓰는 사람도 275만 명(14%)이나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4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대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자는 197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 Debt Service Ratio)이 70% 이상인 경우가 275만 명(13.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 이상인 대출자도 157만 명(7.9%)나 된다.
DSR은 차주의 상환 능력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대출에는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전세자금 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등이 모두 포함된다.
통상 DSR이 70% 수준이면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본다. 따라서 이번 한은의 DSR 분석 자료는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 이용자 100명 중 14명은 최저 생계비 말고는 모든 소득을 빚 갚는데 쓴다는 의미다. 특히 번 돈을 몽땅 원리금 상환에 쓰는 사람도 8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올해 2분기 말 452만 명으로 작년 2분기 말(448만 명) 대비 4만 명 늘었다. 이중 DSR 70% 이상인 차주는 117만 명으로 전체 다중채무자의 25.9%를 차지했다. 다중채무자가 일반 가계대출자에 비해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이거나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 차주는 올해 2분기 말 129만 명으로 작년 2분기 말(126만명) 대비 3만 명 증가했다. 취약 차주 중 DSR 70% 이상인 차주는 47만 명으로 전체 취약 차주의 36%에 달했다.
소득 대비 대출 상환 원리금 비중이 높은 대출자가 많아지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2분기 대비 0.03%p 높아진 0.36%였고,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3%p 상승해 2.12%였다.
국내 5대 은행의 9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 9671억 원으로 8월 말(725조 3642억 원)보다 5조 6029억 원 증가했다. 월간 증가액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8월(9조 6259억 원)보다는 축소됐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취약 차주의 경우 벼랑끝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 의원은 "소득이나 신용이 낮은 취약 차주의 약 3분의 1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가계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 등을 면밀히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