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폐지하려는 진짜 속셈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33%가 대상
장관·차관은 38명 중 18명이 납부
전 국민 중 종부세 대상 1.8% 불과
“중산층과 상관없는 초부자 감세”
“정부, 종부세 폐지 논할 자격 없어”
지방 재정 악화와 세수 펑크도 심각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고위공직자 10명 중 3명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곧바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과 차관 중에서는 절반 가까이 종부세를 내고 있다. 전체 국민의 종부세 납부 대상은 약 1.8%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중산층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종부세 완화 또는 폐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그 혜택이 초부자와 정책을 추진하는 고위공직자에 집중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33.3%가 종부세 대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보유 현황과 종부세 대상자 실태를 분석해 발표했다. 올해 1월 재산을 공개한 70명 중에 지난달 1일 기준 현직에 있는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6명(33.3%)이 종부세 대상자로 추정됐다. 이들의 종부세 대상 주택 신고가액은 총 307억 984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9억 2490만 원이었다. 이에 따른 종부세 예상액은 총 2132만 원(1인 평균 133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대상자의 재산 중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주택 위주로 분석했고, 종부세 예상 세액은 국세청 홈택스의 ‘종합부동산세 간이세액계산’ 도구를 이용해 추정했다. 조사 대상 중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 보유를 신고한 42명의 신고가액(공시가 기준)은 총 725억 9885만 원으로 한 사람당 평균 16억 4997만 원이다.
상위 10명의 본인과 배우자 명의 부동산 신고가액은 총 372억 1148만 원(1인당 평균 37억 2115만 원)이다. 상위 3명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84억 5886만 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49억 3619만 원, 최지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41억 700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주택 재산은 정 실장이 40억 58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토지 재산은 최 비서관이 15억 3119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김태효 부동산 가액 84억인데 종부세는 찔끔
현행 종부세 기본공제액 9억 원과 1세대 1주택자 12억 원 기준에 따르면 16명이 1인당 평균 133만 원의 종부세를 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임대업자 공제와 1세대 1주택자 세액공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예상 세액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신고가액 1위인 김태효 차장의 종부세는 상가 재산 53억 9000만 원 등을 제외한 주택 재산 17억 원에 대해서만 찔끔 부과된다. 상가와 업무용 빌딩의 경우 건물은 종부세 부과에서 제외되고 토지에 대해서만 공시가 기준 80억 원 이상일 때 과세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종부세를 완화 또는 폐지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에서 60%로 낮췄고 작년에는 기본공제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했다.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선 과제 기준을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다.
“윤석열 정부 종부세 완화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종부세 완화 이전 과세 기준을 적용하면 대통령실에서 종부세 대상자는 20명으로 늘어난다. 결국 종부세 완화 혜택이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경실련은 “2006년 종부세 도입 이후 과세 대상인 정책 입안자와 정책 추진자들에 의해 법이 형해화돼 왔다”며 “예를 들어 단독명의자는 기본공제액의 2배에 가까운 공제를 받을 수 있고 1세대 1주택자도 장기 보유와 고령자에 대한 각종 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비서실에서도 종부세 대상 1세대 1주택자 9명은 세액공제 혜택이 없다면 총 2861만 원(1인당 평균 318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 총 572만 원(1인당 평균 63만 원)으로 종부세가 확 줄어든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의 시세반영률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고 기본공제액 상향 등을 통해 종부세를 계속 완화하고 있다.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정부 고위공직자라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경실련은 대통령실의 종부세 대상자 현황을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달 29일 윤석열 정부의 장관과 차관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실태를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8월 1일 기준으로 현직인 장·차관 3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8명(47.4%)이 종부세 대상자로 추정됐다. 장·차관의 절반 가까이 종부세를 내는 부동산 부자인 것이다. 이들의 종부세 총액은 6759만 원, 1인당 356만 원이었다.
종부세 국민 중 1.8%만 납부, 고위공직자와 괴리 커
우리 국민 중 종부세 대상자는 상위 1~2% 불과하다. 종부세 완화 정책이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방세인 종부세의 근본 취지는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와 지방재정의 확보에 있다. 경실련은 “대통령실 33.3%, 장·차관의 47.4%만이 종부세 대상자라는 사실은 전체 국민 중 종부세 납부 가구가 1.8%에 불과한 것과 대조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라며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종부세 완화를 중산층 복원 정책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 1%를 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종부세 완화 또는 폐지는 세수와 지방재정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액은 1조 5000억원으로 전년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인 보유세 실효세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주요 아파트의 부동산 가액 대비 보유세 부담률은 2020년 0.23%에서 지난해 0.13%로 대폭 하락했다. 이렇듯 종부세 완화는 공정 과세를 저해하고 자산 격차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종부세는 전액이 지방교부세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종부세가 줄거나 폐지되면 지방교부금 축소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정부가 각 지자체에 나눠준 부동산교부세는 전년보다 2조 6000억 원 감소했다. 종부세는 대도시에서 걷은 세금을 다른 지역과 나눌 수 있어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세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