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대사 "이스라엘 폭력은 들불처럼…당신은 방화범 편?"

유엔 안보리서 가자·서안 '유혈 참극' 성토

"네타냐후, 인질 귀환보다 전쟁이 우선순위"

"팔레스타인인 없는 팔레스타인이 목표"

중국 "이제 이 모든 걸 끝내야 할 때다"

푸틴 "공정한 중재자 없이 미국이 협상 독점"

미국·서방은 누가 뭐래도 이스라엘 '비호'

2024-09-06     이유 에디터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의 율리 노박 집행위원장(왼쪽)이 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으로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2024. 09. 04 [EPA=연합뉴스]

"네타냐후, 인질 귀환보다 전쟁이 우선순위"

"팔레스타인인 없는 팔레스타인이 목표"

"이스라엘 정권은 가자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장기적으로 가자 장악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점령지 인권정보센터)의 집행위원장인 율리 노박은 4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이를 위해 거의 매일 전쟁 범죄 자행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인민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 안보리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이스라엘인인 노박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귀환보다 전쟁을 우선순위에 둠으로써 시민들이 "분노와 절망,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10·7 사태 이후 11개월에 걸친 네타냐후 정권의 "범죄 행위"는 6년 전 헌법 원칙에 들어간 "유대 지상주의"를 고취해 나감으로써 팔레스타인 전역을 손에 넣겠다는 생각에 따라 자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팔레스타인의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대사가 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9. 04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의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대사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만수르는 발언을 통해 이스라엘의 "파시스트, 극단주의자"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인 없는 팔레스타인"을 만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분쟁에 군사 해결책을 강행함으로써 한 나라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펼쳐지는 참극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의 "정착민과 군인들의 폭력이 들불처럼 번져 주민들을 그들의 고향에서 강제로 내쫓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유엔총회의 휴전 요구 결의 표결이 조만간 있을 예정이라면서 "여러분은 방화범의 편인지, 아니면 소방수의 편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회원국들의 현명한 표결을 호소했다.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에 일주일째 이스라엘군이 대대적 공격을 가하는 가운데 툴카렘 거리로 이스라엘군의 기갑차량과 불도저가 진입하자, 한 팔레스타인 운동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승리의 V 몸짓을 보여주며 맞서고 있다. 2024. 09. 03 [AFP=연합뉴스].  

알제리, 이스라엘 통제 위해 "오늘 행동"

가이아나 "오늘의 팔 상황 1948년에 시작"

비(非) 서방 이사국 중심으로 가자 휴전을 위한 미국 주도의 중재 외교가 사실상 실패하고 유엔 안보리 또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는 "안보리가 '결의안 2735' 이행에 더 단호했더라면 얼마나 많은 목숨을 구했을지 정말 궁금하다"면서 "외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가자 휴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이스라엘 점령군은 서안에서 작전을 강화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계속 도살하면서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난 6월 10일 통과된 '결의안 2735'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제안을 토대로 미국이 작성한 3단계 휴전안을 말한다. 당시 러시아만 기권하고 나머지 14개 이사국은 다 찬성했다. 벤자마는 그러면서 안보리는 "최상위는 국제법"임을 보증하고 안보리 체제를 지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국가의 희망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점령 당국들을 통제하기 위해 오늘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미 가이아나의 카롤린 로드리게스-비르케트 주유엔 대사는 "오늘의 팔레스타인 상황은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게 아니다.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두 국가 해법을 폭력적으로 거부했던 1948년에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10월 7일 이후 우리가 지켜본 건 이 거부의 증상들과 함께 자국의 사악한 동기들을 완수하고자 심지어 자국 시민들의 항의 시위 와중에서도 10·7 사건 관련 희생자들마저 활용하는 모습들이다"라고 네타냐후 정권을 질타했다.

 

중국의 겅솽 주유엔 차석대사가 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9. 04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이제 이 모든 걸 끝내야 할 때다"

"안보리 역할 약화시킨 미국의 외교 실패"

중국의 겅솽 주유엔 차석대사는 외교 노력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을 주장했다. 겅 차석대사는 '완전한 승리'를 위해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생각을 "희망 사항"이라고 일축한 뒤 이스라엘 지도부에 "이스라엘 대중의 강력한 호소"를 듣고 휴전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면서 "가자 어린이도 세계 다른 곳의 어린이만큼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그들에겐 백신을 맞은 직후 살상 무기(공격)을 마주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지적했다.

겅 차석대사는 "이 전쟁은 너무 오래 지속돼왔다. 휴전 협상들도 너무 오래 지연돼왔다. 주민들의 고통도 너무 오래 지속돼왔다. 이제 이 모든 걸 끝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지인 글로벌 타임스(GT)가 5일 전했다. 이와 관련해 GT는 중국 분석가들을 인용해 "유엔 안보리 역할을 약화시킨 미국의 외교 실패가 중동의 학살을 조장하고 있어 평화의 희망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9. 05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러 "체계적 종족 청소"…'소극적 안보리' 비판

푸틴 "공정한 중재자 없이 미국 협상 독점"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대사도 안보리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가자와 서안에서 팔 주민을 상대로 이스라엘 군인 등에 의한 "체계적인 종족 청소"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안보리가 "소극적으로 있을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주도의 '결의안 2735'를 거론한 네벤자 대사는 "안보리는 양측을 설득할 협상을 위해 3개월을 이미 주었고, 이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네벤자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호한 탓에 이스라엘이 협상 타결에 계속 새로운 조건을 내놓고 있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 토론에서 "공정한 중재자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실제로 협상을 "독점"하는 바람에 가자 문제의 해결이 지장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모잠비크와 몰타, 시에라리온 등도 악화일로에 있는 서안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또 다른 가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에라리온 대표는 점령지 팔레스타인 영토에 이스라엘의 지속적 주둔은 "불법"이라고 했던 지난 7월 19일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정을 거론한 뒤 이스라엘에 결정 준수를 촉구했다.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림필드 주유엔 대사가 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9. 04 [EPA=연합뉴스]

미국·서방, 누구 뭐래도 이스라엘 '비호'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 안보 보장 협상"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이사국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비호했다.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협상 대표들이 휴전 때 풀려날 개인들의 이름을 논의하는 도중에 6명의 인질이 처형됐다"며 "이는 하마스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낳는다. 하마스는 테러리스트 조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하는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협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니콜라 드리비에르 대사는 인질 6명의 처형에 분노했다면서 이스라엘 국민과의 연대를 표시하고 10·7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재차 비난했다.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대사는 이스라엘은 하마스는 물론 이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 뒤 이번 주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 라이선스의 보류 결정을 했다고 해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약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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