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3개월 흑자에 정부는 벌써 섣부른 낙관론

반도체 호황에 7월 경상수지 91.3억 달러 흑자

흑자 규모는 6월 125.6억 달러에서 큰 폭 감소

해외여행 급증으로 여행수지 12.6억 달러 적자

최 부총리 "연간 흑자 전망치 큰 폭 초과 예상"

한은 "하반기엔 상품수지 흑자 줄어들 가능성"

2024-09-06     유상규 에디터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7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 왼쪽부터 안용비 국제수지팀 과장, 송재창 금융통계부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이영우 국제수지팀 과장. 2024.9.6. 연합뉴스

7월 경상수지가 석 달째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50% 넘게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을 선도해 온 승용차가 감소로 돌아서고, 흑자 규모도 전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 앞날을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정부는 벌써부터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당초 전망치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낙관적 예상을 내놓는 등 한껏 들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91억 3000만 달러(약 12조 19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2억 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5월 이후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6년 9개월 내 가장 컸던 6월(+125억 6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한 달 만에 34억 3000만 달러가 줄어든 결과다. 7월 기준으로는 2015년 7월(+93억 7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2024년 7월 국제수지(잠정)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471억 7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52억 6000만 달러)과 비교해 419억 1000만 달러나 많다. 작년은 1월부터 4월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돼, 넉 달 동안 누적 73억 33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기 때문이다.

7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84억 9000만 달러)가 작년 4월 이후 1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흑자 폭은 전달(+117억 4000만 달러)의 70% 수준으로 줄었지만 전년 동월(+44억 3000만 달러)보다는 늘었다.

수출은 586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7%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1년 2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반등한 뒤, 열 달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품목별 수출 현황. 자료 : 한국은행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가 50.1%나 큰 폭으로 늘었고, 정보통신기기(29.8%)·석유제품(16.8%)·기계류 및 정밀기기(14.3%) 등이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표적인 수출 주력 품목이던 승용차(–8.9%)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승용차 수출은 지난 5월 62억 9000만 달러에서 6월 60억 2000만 달러로 7월에는 51억 8000만 달러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도 5월 5.3% 증가에서 6월에는 0.5%로 보합세로 떨어졌고, 7월에는 아예 큰 폭 감소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27.4%)·중국(14.9%)·일본(10.0%)·미국(9.3%)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반면 EU 지역으로의 수출은 1.4% 줄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수입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7월의 국제수지 기준 수입은 501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4% 증가했다.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의 수입이 모두 증가세로 전환됐다. 통관 기준으로 석유제품(37.9%)·천연가스(23.5%)·원유(16.1%) 등 원자재 수입이 9.5%, 수송장비(121.1%)·반도체(16.3%)·정밀기기(15.2%) 등 자본재 수입이 11.9% 각각 늘었다. 승용차(58.3%)·가전제품(15.5%)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10.7% 증가했다.

7월 서비스수지는 23억 8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월(-25억 7000만 달러)과 비슷하지만, 6월(-16억 달러)보다는 커졌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여행수지(-12억 6000만 달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로 적자 폭이 6월(-9억 달러)보다 확대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출국자 수가 휴가철을 맞아 6월 221만 9000명에서 7월 250만 2000명으로 늘어난 반면, 입국자 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7월 중 110억 3000만 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3억 3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29억 9000만 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01억 1000만 달러 불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39억 2000만 달러 확대됐다.

 

월별 경상수지. 자료 : 한국은행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면서 윤석열 정부 특유의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전망인 630억 달러를 큰 폭으로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최근 우리 경제는 강한 수출 호조세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2분기 가계실질소득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수출 호조세가 내수로 차츰 파급되는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 부진으로 소비 위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가계부채는 최근 2년간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는데 감소는 최고 3.9%, 증가는 보합 또는 0%대를 보였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분기째 감소해 올해 2분기에는 월 평균 100만 원을 갓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득이 줄면서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이 붕괴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는 마당이다. 한은도 이날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 "설비투자·소비 회복과 함께 앞으로도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하반기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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