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기‧자금 지원…미 민주당 전대 '핫이슈' 부상
"해리스, 무기‧자금 지원 지속하면 표 없다"
미, 연 38억에 추가 175억 달러 군사 지원
팔 사망자 4만 명 넘어…주로 여성‧어린이
"팔 아동 대량 살해 지지인가, 반대인가"
"미국의 지원 없이 가능하지 않았다" 비판
이스라엘, 라파‧넷자림 통행로 통제권 요구
"카멀라 해리스는 도널드 트럼프에 비하면 두 악(惡) 중 차악(次惡)일지 모른다. 그러나 차악도 여전히 악이다. 그가 11월 대선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가자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끝내기 위한 진정한 공약을 해야 한다. 뭣보다 먼저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멀렌버그 칼리지의 마우라 핀켈슈타인 부교수(인류학)는 '나는 왜 카멀라 해리스를 찍지 않는가'란 19일 자 알자지라 기고에서 이렇게 쓰고 "그러지 못하면 그는 진보 표를 잃을 것이고, 대통령직도 잃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핀켈슈타인 부교수는 "해리스가 진보 표를 원한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를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다수의 우리에겐 레드라인"이라고 덧붙였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DNC)가 19일(현지시간) 개막됐다. 그러나 행사장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주변에선 '민주당 전당대회로의 행진'(March on the DNC)이 주도한 가자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해리스에 이스라엘 무기‧자금 지원 중단 요구
"팔 아동 대량 살해 지지인가, 반대인가"
이 조직은 미국 전역의 2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이민권과 사회주의, 노동자 권리 등을 옹호하는 진보 성향의 단체들인 만큼 공화당보단 민주당에 더 가깝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와 자금 지원을 고수하면서 가자 학살을 지원하고 있어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지지 철회를 경고하고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 전쟁 장기화에 따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참극은 '동정'하면서도 아직 실질적인 정책 변경은 약속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해리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팔레스타인에 더 우호적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천 명의 시위대는 "그녀의 이름은 킬러 카멀라", "제노사이드 조",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당국이 허가한 구간을 따라 행진했지만,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철책을 뚫고 넘어가면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돕는 무기‧자금 지원 중단과 즉각적이고 항구적 휴전을 요구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한 포스터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손에 피를 묻혔다"라고 씌어 있었고, 다른 포스터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때까지 카멀라에 투표는 없다"고 적혀 있었다. 행사장 근처에서 팔레스타인 깃발과 아일랜드 국기를 든 리치 번스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반대는 복잡한 이슈가 아니라면서 "아동 대량 살해를 지지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내겐 너무 단순한 방정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팔 집단 학살…사망자 4만 명 넘어
"미국의 지원 없이 가능하지 않았다" 비판
10‧7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무자비한 군사작전으로 인해 지난 10개월여 동안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섰다. 15일 가자 지구 보건부 발표에 의하면, 팔 주민 사망자는 4만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5일 성명을 통해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은 이스라엘군이 전쟁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지난 10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매일 평균 130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튀르크 대표는 "이스라엘군이 집과 병원, 학교, 예배 장소를 파괴한 규모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하마스 섬멸을 내건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가자 출입 통로를 모두 봉쇄하고 물과 전기, 기본 생필품마저 차단했는가 하면, 하마스가 은신했다는 구실로 전쟁법 상 공격이 금지된 학교, 병원, 교회 등 민간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타격했다. 이스라엘군은 그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를 대거 학살함으로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핀켈슈타인 부교수는 "이스라엘 공습에 머리 잘린 아기들, 텐트에서 산 채로 불탄 사람들, 굶주림에 죽어가는 야윈 아이들,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 야만적으로 강간당한 정치범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이미지들을 보면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잔혹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밤낮으로 이런 이미지들에 쫓긴다. 그러나 이런 일의 어떤 것도 미국의 지원, 우리의 세금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미, 연 38억에 추가 175억 달러 군사 지원
독, 작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3.5억 달러
2021년 출범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연간 최소 38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해줬으며, 올해 초에는 추가로 140억 달러 지원안에 서명했다. 지난 9일에는 미 국무부가 미국제 무기와 군사 장비 구매용으로 이스라엘에 35억 달러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베를린자유대학 오토 주르 정치학 연구소의 슈레야 시나 연구원은 19일 자 '모던 디플로머시' 기고에서 "백악관은 대체로 '규칙 기반' 글로벌 질서에 따라 평화와 자유, 인권을 옹호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는 미국의 말과 행동의 명백한 불일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도 미국을 뒤따르고 있다. 시나 연구원은 "다수의 유럽 국가가 무기 수출과 다른 방식의 자금 지원을 포함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지속해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1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잠정적으로 이스라엘군이 제노사이드를 자행했다는 결정을 내렸는데도,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EU에 무기 금수 메커니즘이 있는데도 이스라엘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독일은 유럽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최대 무기 공급국이다. 지난해에 독일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가자 전쟁의 영향으로 3500만 달러에서 3억5400만 달러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블링컨 "휴전 중재안, 하마스 받을 차례"
이스라엘, 라파‧넷자림 통행로 통제권 요구
한편, 가자 휴전 협상 타결을 위해 중재국인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는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안을 마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전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가 이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하마스에도 수용을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재안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삼간 채 "오늘 네타냐후 총리와의 매우 건설적인 회동에서 그는 간극을 메우는 제안을 수용하고 그 안을 지지한다고 확언했다"며 "이제 하마스가 같은 일을 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 측은 미국이 당초 중재안의 주요 부분에 이스라엘이 반대하자 그것을 바꾸어 다시 제안했다면서 중재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하마스는 그동안 휴전 협상이 가자 전쟁의 영구 종식과 이스라엘군의 철수로 귀결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중재안은 문제가 많다는 게 하마스의 시각이다. 18일 미국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중재안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자리잡은 라파 통행로와 필라델피 회랑은 물론 가자 북‧남부를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 대한 통제권을 이스라엘군에 부여하고 있다.
블링컨의 발언에 대해 하마스의 오사마 함단 대변인은 "우리는 오직 몇 달 전 합의했던 바이든 안을 시행하는 데 동의한다"며 "이스라엘은 바이든 안에 담긴 이슈들로부터 후퇴했다. 달라진 제안에 동의하는 네타냐후와의 회동은 미 행정부가 그에게 이전 합의 수용을 설득하는데 실패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마스 측은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