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기간’ 김용현-안보라인 최소 11차례 통화
통화 내역 보니 대통령 휴가 기간에도 7차례 통화
휴양지 저도에서도 이종섭 국방 장관에게 전화해
그런데도 정치선동? 본인 통화내역부터 설명해야
김용현 "대통령 일정·행사 때문에 수시로 소통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채 해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정치 선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가운데, 수사외압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최소 11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안보 라인 인사들과 수차례 통화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 육군회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채 해병 순직사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안타깝다"면서 "그런데 그것하고 대통령 경호하고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것부터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치선동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본인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수사외압 의혹 당사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직 청와대 경호처 간부 송호종 씨와 공익신고자 김규현 변호사의 통화 녹취에서는 '임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의 배후가 김용현 경호처장이라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이와 함께 수사외압 사건 당시 김 후보자가 안보 라인 인사들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 개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통화 내역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던 지난해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열흘간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최소 11차례 통화했다.
최초의 통화는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냐'는 취지로 격노했던 지난해 7월 31일로, 김 처장은 당일 오후 8시 33분과 오후 8시 57분 총 2차례에 걸쳐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다. 이날은 대통령경호처 02-800-7070 번호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이종섭 장관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경호처는 7070 번호를 사용한 인물이 김 후보자라는 의혹과 김 후보자가 수사외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허위 날조"라고 전면 부정하고 있지만, 경호처와 경호처장을 둘러싸고 안보 라인 주요 인사들이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김 후보자가 직접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이 여름휴가(8월2~8일)를 보내고 있었던 8월 4일엔 경호처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이 장관에게 직접 2차례 전화를 걸었다. 김 후보자의 통화 발신지는 모두 대통령이 휴가 기간 머물렀던 진해 저도였다. 이날은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날이기도 하다.
다음 날인 8월 5일에도 두 사람의 통화는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이 장관에게 오전 10시 13분에 문자를 보냈고, 이 장관은 문자를 받은 뒤, 오전 10시 16분과 10시 34분, 10시 56분, 총 3차례에 걸쳐 연쇄적으로 김 후보자에게 전화했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막바지였던 8월 7일에도 전화가 있었다. 당일 오후 7시 26분 김 후보자가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후 8시 23분에 이 장관이 다시 김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면서 두 사람 사이에 총 2차례의 통화가 오갔다.
이날은 국방부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를 삭제하고 경찰에 사건기록을 이첩한다고 밝힌 날이다. 또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지기 직전, MBC와 SBS가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원 수중수색 등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증거들을 앞다퉈 단독 보도했던 날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의 통화는 채 해병 사건 수사기록이 국방조사본부로 이관된 8월 9일에도 이어졌다. 당일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 행사를 가지고 있었다. 김 후보자는 오후 1시 8분 임기훈 비서관에게 전화했고, 임 비서관은 오후 1시 12분 김 후보자에게 다시 전화를 하며 두 사람 사이에 2차례 통화가 오갔다.
김 후보자는 출근길 문답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 "경호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했지만, 경호 담당자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기에 국방부 장관과 휴가 기간 7차례 통화했고, 채 해병 순직사건과 관련된 날 국방비서관과 4차례 통화했는지 먼저 상세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로, 대선 캠프에서부터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이전 등에도 개입한 인물이다. 대통령의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으며, 경호처장이면서도 군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내부에선 김 후보자를 경호처장 시절부터 국방부 장관 위의 상관이라는 의미로 '국방 상관'이라고 불렀다. 최근 군 안팎에선 '블랙요원 신상 유출'로 문제가 된 정보사령부 인사와 관련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 후보자가 갈등을 빚었고, 여기에서 밀려난 신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김 후보자의 군 내부 영향력과 배경 등을 고려한다면, 지난해 수사외압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나 국방비서관 등과 이뤄졌던 최소 11차례의 통화 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 쪽은 이날 통화 내역과 관련한 <민들레> 질의에 "대통령 일정 및 행사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 국방비서관과 수시로 소통할 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해당 통화가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김 후보자 쪽은 재차 "채 상병 사건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대통령 경호와는 관련 없는 사안이며, 관여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야당은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해병대원의 죽음이 '정치 선동'이라는 김 후보자는 '02-800-7070 전화의 주인이 누구인지나 밝히라"며 "온 국민이 묻고 있는 대통령실 02-800-7070 전화번호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 장본인이 뻔뻔스럽게 정치 선동 운운하느냐"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이렇게 뻔뻔한 자에게 대통령 경호처장 직을 주고, 국방부 장관을 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인사 폭거에 끝도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김 후보자가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의 진실을 밝힐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 방위를 책임져야 할 국방부마저 자신의 호위부대로 전락시키려는 윤 대통령의 인사는 만사가 아니라, 참사"라며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국방부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를 고수한다면 순직해병 수사외압과 구명로비 의혹의 몸통이 본인이라고 자백하는 꼴임을 명심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