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의 역습…폭염일수 10년 새 21일→51일
기후변화로 국내 25개 도시 폭염일수 급증
구미는 23일→106일, 광주는 35일→105일
폭염 지속 횟수도 40번으로 30년 전의 3배
“한국 포함 아시아 온난화 속도 훨씬 빨라”
“국민·국가 생존하려면 온실가스 감축 시급”
서울에 발효된 폭염 경보가 13일 현재 14일째 이어지고 있다. 야간의 최저 기온이 25도가 넘는 열대야 연속 일수는 22일째다. 자정 무렵에도 30도가 넘는 날이 적지 않다. 올 여름 열대야 연속 일수는 역대 3위인데 당분간 열대야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최장 기록을 경신할 확률이 높다.
해마다 폭염과 열대야 발생일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 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후변화로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이 ‘자승자박’인 셈이다. 사실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한 온실가스의 역습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3일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자료를 내놨다. 주요 내용은 체감온도가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일수가 10년 사이 21일에서 51일로 2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25개 도시의 여름철 폭염일수를 조사했다. 온도와 습도를 더해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반영한 체감온도를 기초로 기상을 분석했다. 체감온도는 기상청 폭염 경보 발령 기준 중 하나다. 2일 이상 체감온도 35도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발령한다.
그린피스 분석 결과 우리가 짐작했던 것보다 놀라운 결과치가 나왔다.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25개 도시에서 발생한 체감온도 35도 이상 폭염 발생일수는 평균 51.08일에 달했다. 그 이전 10년 기간인 2004년에서 2013년까지 폭염 발생일수는 20.96일에 불과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폭염일수가 2.4배 증가한 것이다.
폭염 지속 시간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폭염이 발생한 후 해당 기온이 며칠 동안 지속되었는지를 집계한 결과 최근 10년간의 폭염 발생 지속 일수는 2.4일로 이전 10년의 1.9일에 비해 0.5일 증가했다. 이틀 이상 폭염이 지속되는 횟수도 크게 늘었다. 최근 10년간 체감온도 35도 이상의 기온이 이틀 이상 지속된 횟수는 총 40.56번으로 이전 10년의 14.68번보다 26번이나 많이 발생했다. 1994년부터 2003년의 10.4번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폭염 강도 측정을 위해, 폭염일수 기준인 관측온도 33도 이상을 기록한 날을 별도로 집계해 분석해봤다. 섭씨 33도 이상을 기록한 날을 합산해 평균을 내보니 최근 10년간 평균 최고 기온은 34.51도 그 이전인 2004년부터 2013년까지에 비해 0.3도 상승했다. 이는 폭염 때 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있으며,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도시별로 보면 모든 지역에서 체감온도 35도 이상의 폭염 발생일수가 증가했다. 최근 10년 동안 폭염 발생일수가 가장 많았던 도시는 구미(106일), 광주(105일), 대전(96일), 대구(83일) 순이었다. 폭염 발생일수 증가 폭이 큰 곳은 구미와 광주였다. 구미는 20년 전 23일에서 106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광주는 35일에서 105일로 늘었다.
우리만 해마다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지구 온도는 역사상 가장 높았는데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그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2023년)에 의하면 한국 기온은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 동안 약 1.6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상승 폭인 1.09도보다 높았다. 해마다 경신되는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늘고 농작물 피해와 가축 폐사 사례 등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생명,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조사 결과는 지구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며 “기후 위기가 심화하며 폭염과 폭우를 포함한 극단적 기후 현상들이 점차 대형화하고 빈번해지며, 불확실성이 높아져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그린피스가 이번에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25개 도시는 강릉·원주·수원·이천·거제·진주·구미·포항·목포·여수·군산·전주·서귀포·제주·서산·천안·제천·청주·광주·대구·대전·부산·서울·울산·인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