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에 아들 대마초 흡입까지…'인사 포기 정권'
유상임 과기부 장관 후보자 장남 마리화나 의혹
미국 불법 체류 중 병원 입원 기록 통해 확인돼
"때때로 마리화나 흡입하고 있었다" 의료진 작성
야당 "주민이 경찰 신고, 법원에 의해 강제 입원"
차남은 위장전입…동생인 유상범의 강남 아파트로
유상임은 서울대 교수, 유상범은 검사일 때 공모
"전문성‧도덕성 모두 매우 부적격…자진 사퇴해야"
유상임 "자식이 부모 바람대로 안 되는 점 이해를"
도덕성과 자질 문제를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됐던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과거 미국에서 마리화나(대마초)를 흡입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 다시금 확인됐다. 야당은 유상임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위장전입과 가족의 해외 불법 체류에 이어 아들 마리화나 흡입 의혹까지 드러났다"면서 "유 후보자는 은폐 시도와 위증을 시인하고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유 후보자는 전날인 8일 과방위 인사청문회 시작을 불과 10분 앞두고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한 수백 쪽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 1987년생인 유 후보자의 장남은 만 19세가 되던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에 걸쳐 유학과 '만 24세 이전 출국', 단기여행 등을 사유로 6차례 병역판정 검사를 연기한 끝에 2014년 질병을 이유로 현역 면제 판정(5급 전시근로역)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특히 2013년 1월 1일부터 2013년 2월 22일까지 미국에 불법 체류하며 병역판정 검사를 받지 않았는데 2월에는 미국 내 병원에 2주간 입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장남이 특정 질병 때문에 불법 체류를 해야 했고, 역시 그 질병 때문에 입원했던 것이라고 사전 서면 질의에 답했다. 하지만 과방위 야당 의원들은 "전혀 뜻하지 않았던 사실이 해당 자료에서 확인됐다. 당시 아들은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결국 법원의 판단을 거쳐 강제 입원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그때까지 후보자의 아들은 질병과 관련해 어떤 진단도 받은 적이 없다. 후보자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러니 후보자는 진단받은 적도 없는 질병으로 아들이 입원했다고 주장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후보자의 아들이 강제 입원 뒤 보인 여러 행동과 증상들이 법원에 제출된 병원 기록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이것은 격리 필요성을 법원에 제기하는 용도였을 뿐 질병에 대한 진단은 아니었음이 명백하다"며 "오히려 병원은 후보자의 아들을 퇴원시키면서 종합기록을 작성했다. 2주간의 진료와 대화, 관찰을 종합해 다른 의료진이 중요하게 참고할 사항을 요약한 'Discharge Summary', 전원(轉院)용 진료 기록에 적힌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당 병원 기록에 '부정기적으로(때때로) 마리화나를 흡입하고 있었다(Reportedly he was using marijuana off and on)'고 적힌 대목을 공개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안 자체도 가볍지 않다고 보지만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후보자가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사안을 아들의 질병으로 다 덮으려 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유상임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시인하면서 아들이 '동물농장'과 같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부모로서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후보자가 제출한 다른 병원 기록에도 아들이 이미 중학교 때부터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이 기술돼 있다. 그럼에도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아픈 아이를 어떻게 8학군으로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키는가"라고 질책하자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려다 자기 모순에 빠진 것이다.
2013년 2월 장남이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던 상황과 관련해서도 "어떻게 아픈 아이를 미국에 혼자 둘 수 있는가"라는 의원 질의에 "아픈 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아들이 귀국한 뒤 입원해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은 서울대병원 기록은 유 후보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판단을 하게 한다. 유 후보자는 아들의 불법 체류에 대해서도 "질병 때문"이라고 했다가 "아들이 여권 만료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해왔다.
유 후보자는 차남의 위장전입 사실도 시인한 바 있다. 유 후보자의 배우자와 차남은 2007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위장전입을 해두고 실거주는 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는 유 후보자의 동생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거주지였다. 유 후보자는 유상범 의원과 배우 유오성 씨의 친형이다. 위장전입 당시 유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였고, 유상범 의원은 검사였다. 공무원과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형제가 사실상 공모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러한 부적격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 주장대로 본인과 본인 아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시기와 관련된 기록을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보지 않았다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검증도 이 지경이었으니 후보자의 직무능력이나 전문성 검증도 제대로 되었을 리 없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적도 없고, R&D 예산과 관련한 법규도 모른다고 하고, 최근에 이슈가 된 통신조회 관련 과기부 업무도 모르고, 통신사업자 진입 규제가 등록제로 바뀐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청문위원들 질의에 모른다고 한 답변을 셀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여당 위원들은 후보자에게 덕담하기 바빴고 위장전입, 불법 체류 등 아들 문제에 질의가 집중되자 두둔하기 바빴다. 의혹에 대한 검증을 '자녀 질병까지 들추는 비인간적인 야당'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 청문위원들은 후보자 아들의 질병은 단 한번도 언급한 바 없다. 병역 면제에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그럼에도 후보자와 여당은 질병 진단 이전의 의혹들까지 질병 때문이었다고 오히려 후보자 아들의 질병을 활용했고, 그럼 왜 아픈 아들을 방치했냐는 질의에는 몰랐다고 발뺌했다. 그래서 부득이 후보자 아들이 불법 체류 하던 시기에 있었던 일, 그때 자신이 마리화나를 흡입했음을 시인한 사실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유상임 후보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매우 부적격이다. 전문성, 도덕성 모두 공직에 미달"이라며 "특히 위장전입과 해외 유학이 정말 아픈 아들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공직을 맡을 경우 이런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다시 한번 유상임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장남의 병역면제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사실을 여야 의원들께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설명드렸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 특히 입원 사유인 질병에 대해서도 사실 그대로 설명드렸다"면서 "질병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질병명이 적시돼 있으며, 후보자가 밝힌 입원 사유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감한 개인 의료 정보이나 인사청문회 취지에 따라 의원님들께 제출한 모든 자료는 가림 처리 없이 그대로 제출한 바 있다"며 "아픈 자식을 둔 부모로서 더 잘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 당사자인 아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인정보가 공개된 데 대해 아버지로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자식이 부모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는 점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