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예 암살은 8일 전 "팔 대단결" 베이징 선언과 관련
팔 민족통합 정부, '분할 지배' 네타냐후엔 위협
암살된 하니예는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하나
팔 단일 민족정부 위한 어떤 시도도 '살해'?
한쪽 세력 커지면 다른 쪽 키워 분열 조장
"미국, 막대한 군사·재정 원조…집단학살 공범"
"팔 인민, 무장투쟁만이 종족추방 막는다 믿어"
"베이징 선언에 힘입어 민족 통합 정부가 성사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제 갈등의 골을 메우고 그들의 대오를 단합시킬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전시 내각엔 하나의 위협이다. 아마도 그 점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베이징 합의가 있고서 단 며칠 후에 암살당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마스-파타, 중국 중재로 "민족 대단결"
'베이징선언' 발표 8일 만에 하니예 암살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설립자이자 저명한 국제문제 전략가인 단 슈타인보크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의 ICA(인도중국미국) 연구소에서도 일했다.
슈타인보크는 '베이징 선언: 하니예 암살 이후 중동 평화 탐색'이란 모던디플로머시 1일 자 기고에서 지난 31일 이란에서 자행된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 사건을 8일 전인 23일 중국의 중재로 팔레스타인 14개 정파가 베이징에 모여 오랜 분열과 반목을 씻고 화해와 단합을 통해 '임시 민족통합 정부'를 세우자고 다짐한 '베이징 선언'과 연관시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 역사적 선언의 정식 명칭은 '분열 종식과 팔레스타인 민족 단결 강화에 관한 베이징 선언'이다. 여기에는 요르단강 서안을 관리하는 '팔 자치정부'(PA)의 집권당 파타와 가자 지구를 장악해온 무장 정파 하마스를 비롯한 14개 정파의 고위급 대표들이 서명했다. 21~23일 진행된 회의에는 파타에선 마흐무드 알 룰 부위원장, 하마스에선 무사 아부 마르주크 정치국 위원이 참석했다.
"PLO가 팔 인민의 유일하고 합법적 대표"
"전후 가자에 임시 민족통합 정부 수립"
베이징 선언의 핵심은 △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팔 인민의 유일하고 합법적인 대표다 △ 이 틀 안에서 14개 정파의 대화해와 민족 대단결을 실현한다 △ 전후 가자 지구 관리를 위해 임시 민족통합(화해) 정부를 수립한다 등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선언은) 유엔 관련 결의에 근거해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고,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가자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의 영토 완전성을 견지한다"라며 "팔레스타인 각 정파의 공동 인식과 현행 기본법에 따라 '임시 민족 화해 정부'를 조직해 가자 재건을 전개하고, 통과된 선거법에 따라 조속히 대통령선거를 준비·실행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과거엔 이집트와 다른 아랍국이 파타와 하마스 두 핵심 정파를 화해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성공적 중재 역할을 해냈다. 슈타인보크는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 이후 "중동 평화에 대한 중국의 두 번째 주요한 기여"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 대한 효과적 해법이 나오지 못한 데는 팔 정파들이 극심한 내분 탓에 단합된 하나로서 이스라엘과 협상하지 못한 점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런 내분의 책임이 물론 팔 정파들에도 있겠지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이 '분할 지배'(divide and rule)를 통해 그 내분을 조장한 장본인이라고 슈타인보크는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은 1993년 9월 미국의 중재로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평화 프로세스인 오슬로협약을 맺었다. 가자와 예리코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고 5년 안에 팔레스타인을 통치할 '팔 자치정부'(PA)를 세우는 내용 등이 담겼다. 라빈 총리는 1995년 11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프로세스에 불만을 품은 이스라엘 극우 근본주의 세력에 의해 암살됐다.
네타냐후, 30년간 하마스-파타 '분할 지배'
한쪽 세력 커지면 다른 쪽 키워 분열 조장
슈타인보크에 따르면, 팔 자치정부(PA)가 수립되면서 팔 인민들은 자신의 진정한 대표자로 여겼던 PLO와 분리됐다. 팔레스타인의 주된 정치 기구였던 PLO가 PA로 대체되면서 오슬로협약에 반대했던 PLO 분파들은 변두리로 밀려났다. 그다음 10년, 네타냐후 총리는 PA를 탄압한 반면, 하마스를 합법화하고 비밀리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면서 하마스를 키웠다.
그런 하마스가 2006년 가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하니예 총리 정부가 출범하자 이번엔 하마스 탄압에 나섰다. 슈타인보크는 "네타냐후의 목표는 '분할 지배'다. 하마스를 이용해 PA를 약화시키고, 다시 PA를 활용해 하마스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활용해 둘 다 약화시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슈타인보크는 "가자에서 하니예 정부가 출범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PA에 대한 원조를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세금과 관세 수입 4억7500만 달러를 주지 않았다. 그 결과 소득 하락, 빈곤 증가, 제도 붕괴, 경제 쇠퇴가 이어졌다"면서 "이런 와중에 2007년 6월 파타와 하마스 간 마찰이 공개적인 무력 충돌로 비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근본적으로 가자 지구의 목을 조르고자 육·해·공 봉쇄를 가할 때 비극의 무대는 마련됐다. 실제로 경제가 대대적으로 파괴되면서 2003년 10·7 사태를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4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학살되고 약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팔 민족통합 정부, 네타냐후 정권에 위협"
암살된 하니예는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하나
슈타인보크는 다시 '베이징 선언'에 등장하는 팔레스타인 임시 민족통합 정부로 돌아간다. 휴전이 되고 전쟁이 끝나면 가자 지구의 재건과 관리, 통치를 맡아야 할 주체다. 정부 구성을 위해선 당연히 민주주의적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슈타인보크는 "가까운 장래에 하나의 팔레스타인 민족 단일 정부 수립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섬멸 이후 그 정부는 폐허로부터 잔해를 모아 가자 지구와 서안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일들을 관리하고 재건을 감독하고 선거 여건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팔레스타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인 파타의 마르완 바르구티가 40%의 지지를 얻어 하마스의 하니예(23%)와 파타의 아바스(8%)를 꽤 큰 격차로 압도했다.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의 만델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권은 그보단 "말랑말랑한" 팔 버전의 후안 과이도(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대행) 같은 덜 독립적인 친서방 PA 리더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게 슈타인보크의 시각이다. 슈타인보크는 "바르구티는 수감 중이고, 90세 아바스는 은퇴를 준비 중이다. 그런 까닭에 이스라엘에 의한 하니예 암살이 있어났다"고 추정했다.
"네타냐후, 하마스의 실용적 정치 지도자 살해"
"미국, 막대한 군사·재정 원조…집단학살 공범"
슈타인보크는 "그의 죽음은 남은 인질들 석방을 위한 어떤 시도에도 심각한 타격이다. 네타냐후 내각은 하마스의 실용적 정치 지도자를 살해함으로써 또한 가자 내의 어떤 휴전 전망도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하니예의 암살이 이란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단지 공습 이후 다시 한번 역내 확전의 길을 닦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암살이 이란 신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취임식 와중에 벌어졌기 때문에 그것은 네타냐후가 워싱턴의 네오콘과 오래도록 공유했던 하나의 가능성인 '이란의 평화적 발전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섬멸전이 가자와 서안으로부터 남부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확산되거나 이란과의 치명적인 대결로 확산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이런 음험한 목적들이 하니예 암살 뒤에 어른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슈타인보크는 "가자 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군사, 재정 원조를 함으로써 제노사이드적 잔혹 행위에 공범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팔 단일 민족정부 위한 어떤 시도도 '살해'?
"팔 인민, 무장투쟁만이 종족추방 막는다 믿어"
하니예 암살 이후 파타와 하마스의 '단합' 가능성에 대해 그는 "회의론자들은 서방이 단일 민족 정부를 위한 어떤 시도도 '살해'할 것으로 본다. 1990년대 평화 프로세스 개시 이후 그랬듯이. 하니예 암살 이후 그들은 "내가 그랬잖아"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 반대도 역시 가능하다. 하니예 암살이 예상을 뛰어넘어 팔레스타인 정파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을 단합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슈타인보크는 가자 대참사를 겪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했다. 슈타인보크는 "'개혁된 PLO 리더십'을 위한 이스라엘과 서방의 요구에도 불구, 가자와 서안의 팔레스타인인 대부분은 설사 그들의 목숨이 위험할지라도 하마스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의 첫 선택지는 평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 섬멸전과 사실상의 서안 병합 시도를 보면서 그들은 오직 무장투쟁만이 네타냐후 내각의 일부 각료와 유대 광신적 극우 인사들이 거의 매일 다짐하는 '종족추방'(ethnic expulsion)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