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 눈높이' 이전에 자신의 '눈'부터 열어야

자신의 눈높이를 국민눈높이와 민심으로 포장

명품백 문제 등에 모호한 태도 보이며 쓰는 말

'이진숙 부적격' 여론 눈에 보이는지부터 답해야

2024-07-30     이명재 에디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국민 눈높이'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말, 마치 그의 정치적 이념이며 강령과도 같은 말이 돼 있는 '국민 눈높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바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반응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다수가 부적격 판정을 내린 인물에 대해 과연 한 대표가 민심의 '높이'에 맞게 판단하고 따를 것이냐가 자신의 '국민 눈높이'라는 말과 행동과의 일치를 보여줄 기회인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23일 당대표 당선 수락연설에서 자신의 당선 요인을 “(국민과 당원들이)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국민의 마음과 눈높이에 더 반응하자”고 말했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그 눈높이에 맞추는 것을 국힘의 변화의 방향으로, 자신이 그 적임자임을 주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진숙 방통위장 후보자 문제는 국민의 마음과 눈높이에 반응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청문회를 본 국민들의 대다수는 그에 대해 총체적 무자격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 수장으로서 부적격이나 함량 미달 정도가 아니라 공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조차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극우적 인식이나 공영언론에 대한 수준 이하의 인식, ‘5·18 폄훼·혐오’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세월호 추모를 조롱하는 등 반역사적 반인륜적인 사고가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사고와 인식뿐만 아니라 법인카드 유용 불법과 비리 의혹은 그가 방통위원회가 아니라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9일 여론조사꽃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ARS 조사에서 절반을 훨씬 넘는 58.8%가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부적격한 인물'이라고 답했다. '적격 인물'이라는 답변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7.3%에 불과했다.

이같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안건을 논의했으나 찬반으로 엇갈렸다. 문제와 의혹투성이의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국힘은 아무 문제 없다며 그를 두둔했다. 그런 가운데 한동훈계 의원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한동훈의 제안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해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당선되고 한동훈과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선거에까지 출마했던 이는 청문회에서 이진숙 후보자를 극력 옹호했다. 

그는 “우리의 검증 포인트는 편파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MBC를 어떻게 하면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언론노조가 실질적으로 편집권과 경영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MBC를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하게 만들 수 있을지”라고 하면서 "민주당이 이전 위원장 두 명을 탄핵 추진했는데 누가 이 자리에 오려고 하겠는가. 나는 후보자가 야당 공세와 망신 주기를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봤고, 보니까 버틸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도 1위인 MBC가 정상화해야 할 '비정상 방송'으로, 공영방송 장악과 와해 행적을 보인 이진숙 후보자가 'MBC의 불공정을 바로잡을 의지가 뚜렷한 인물'로 보였던 듯하다.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에 등에서도 '국민 눈높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하지만 눈높이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눈'을 먼저 갖는 것이다. 국민의 눈 높이에 맞추기 이전에 국민의 '눈'을 먼저 보는 것이다. 한 대표가 지금까지 국민의 눈높이를 말하면서 실제 보였던 행태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눈높이를 국민의 눈높이로 포장하려 한 것이다. 김건희 명품백 문제나 김건희 특검법이 대표적이다. 국힘 비대위원장 때부터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국민의 눈높이'라는 말을 하면서 국민의 눈이 무엇을 요구하고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당 대표 선출 뒤 언론들과 문답에서 그는 검찰의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건희 씨가 일방적으로 조사 장소를 대통령실 경호처 관할 장소로 지정하는 등 검찰이 소환한 것인지 김건희 씨가 검찰을 소환한 것인지 비판을 사고 있는 검찰의 조사 방식에 대해 "영부인이 결단해 직접 대면조사가 이뤄졌다"며 '영부인의 결단'으로 높이 평가했다. 이것이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 편이 되어야 하며 국민의 마음과 국민 눈높이에 더 반응하자”고 했던 자신의 말처럼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인가.

'국민 눈높이'는 김건희 명품백에 대해 처음에는 '저열한 몰카공작'이라고 했던 그가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할 때 내놓는 말이었다. 그가 찾아낸 이 '묘수'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말이 아니라 눈높이를 피하는 말이었고, 자신의 지지자들과 국민의 눈높이를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도였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판단도 '한동훈의 눈높이'를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 자신이 사실상 2인자로 참여한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딜레마다. 그가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부인하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부정이다. 그래서 그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유능하다”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며, 다만 “대단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덜 경청하고, 덜 설명하고, 덜 설득했기 때문”일 뿐인 것이며, 자신이 “앞장서서 경청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라는 모호한 말로 늘 국민들의 눈을 빠져나가려 해온 한동훈 대표에게 이진숙 후보자 문제는 그가 자신의 공언대로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함으로써 국힘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다. 시험대에 오른 것은 이진숙뿐만 아니라 한동훈 대표다.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한동훈의 눈높이에 대한 시험대이다. 국민 눈높이 이전에 국민의 눈을 읽느냐의 시험대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