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절반의 성과 …‘진보정치 대단결’ 더 늦출 수 없다

2024 총선 시기의 정치개혁과 연합정치 복기

‘선거연합’과 ‘교두보 전략’에서 의미 있는 성과

핵심인 ‘정책연합’ 제대로 안 된 점 가장 뼈아파

국민후보 4인에 색깔공세, 추천 결과 심각 훼손

대표성‧비례성 확보 ‘선거제 개혁’ 시급한 과제

‘진보정치 대단결’ 더 지체할 수 없는 당면 현안

진보정당들이 현실 정치에서 주변화, 중대 문제

‘거부권 거부’ 위력적인 광장투쟁 활성화도 절실

2024-07-16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박석운 정치개혁과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대연합 추진의 원칙과 방향 시민사회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7 연합뉴스

1. 왜 연합정치인가?

1-1. 들어가는 말

지난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을 전후해서 연합정치와 위성정당 관련한 논의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었다. 대개의 논의가 위성정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제기되었고, 정치개혁의 종합적 상황을 살펴보는 논의나 연합정치와의 상관성을 따져보는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기존의 문제제기성 논의와는 다소 다른 각도로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가 지난 22대 총선 국면에서 연합정치 실현을 앞장서서 주창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관련한 각종 문제제기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제 다소 시일이 경과된 시점이기에, 이 시점이 정치개혁 실현이나 연합정치 실현과 관련된 실효성 있는 토론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1-2. 비판적 지지와 연합정치의 차이

1987년 6월민주항쟁의 성과로 직선제 개헌이 실현되고, 이어서 직선제 대선이 실시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87년 대선 국면’에서 당시 ‘재야 민주화운동권’에서는 대선 대응 방침으로 3가지 방향성이 형성되었다. ‘비판적 지지론’, ‘후보 단일화론’, ‘독자 후보론’의 3가지였다. 재야운동권의 다수 의견은 상대적 진보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던 김대중 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하자는 ‘비판적 지지론’이었다. 거기에 비해 대선 후보로 DJ, YS 두사람 모두 출마하면 표가 갈려서 대선 승리가 어려우므로 두 대선후보가 후보단일화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후보 단일화론’도 꽤 의미있는 지지를 받고 있었다. 당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로 후보 단일화하자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유권자가 더 많은 영남 출신의 김영삼 후보로 단일화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주장으로 후보 단일화론의 취지를 해석했다. 한편, DJ, YS 두사람 모두 보수정치인 아니냐며 한계가 너무 뻔하게 보이니 이참에 진보민중 후보를 독자 출마시켜야 한다는 ‘독자 후보론’도 있었지만, 지지자의 숫자는 다른 2가지 의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정한 기간이 경과된 후 판단해 보았는데, 3가지 방향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세 가지 모두 정답은 아니었다. 정답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당시 표가 나눠져서 YS, DJ가 모두 낙선하고, 신군부 출신 노태우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었다는 대선 결과로 바로 확인되었던 셈이다. (당시 독자후보론에 입각했던 백기완 후보는 후보 단일화해야 한다며 투표일 직전 사퇴하였다.)

참으로 뒤늦은 후회이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당시 “권력분점에 기반한 연합정치 실현”이 정답에 가까웠다고 생각된다. 즉, 당시 정치협상을 통해 공동의 ‘민주화와 정치개혁 과제’를 합의하고, 공동의 민주화와 정치개혁 과제의 실현을 위해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합리적인 룰을 정하면서,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한 정치세력에게 어떻게 권력을 분점시킬 것인지에 대한 권력분점 방안(예를 들면, 민주연합정부 구성과 권력분점 방안, 그리고 5년 뒤의 다음 대선에서의 후보 선출에서의 우선권 보장 등)을 함께 합의하는 방안이 추진되었어야 했다고 생각된다. 당시 재야 민주화운동 세력들도 어느 한쪽 입장에 서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적인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공정한 입장에서 이들 3가지 방안을 모두 통합해서, 권력분점에 기반한 연합정치 실현 방안을 추진하고 실천했더라면 한국의 민주화는 훨씬 앞당겨 질 수 있었고, 또한 보다 더 나은 형태로 민주화가 현실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요약한다면, 이른바 ‘비판적 지지’ 방식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하지 않은 채, 유력한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방식인데 비해, 연합정치는 진보정치세력 등 소수파 정치세력이 정치적 독자성 유지를 분명히 하면서, 당면 선거나 당면의 정치적 실천 과정에서 권력분점을 전제로 선거연합 또는 공동의 정치적 실천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1987년 10월 고려대에서 열린 '거국중립내각 쟁취 실천대회'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시종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김영삼과 김대중 씨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3. 진보정치 대단결과 반윤석열 선거연합

어떤 분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민주·개혁·진보 정치세력이 폭넓게 힘을 합쳐 선거연합 등의 방법으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던 반면, 또 어떤 분은 ‘묻지마 반윤석열 연대’는 곤란하고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 대단결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진보정치세력이나 노동자민중 및 민주시민의 입장에서는, 진보정치 대단결과 반윤석열 선거연합 중에서 양자택일할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방안 모두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응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투트랙(2-track) 전략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진보정치 대단결은 진보정당들이 우리사회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해 반드시 이룩해야 할 ‘기본적 과제’이다. 이와 함께 진보 정치세력이 민주개혁 정치세력과 반윤석열 선거연합을 실현하는 일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역주행을 저지시키기 위한 ‘현 시기 주요 과제’라 하겠다.

이 두 가지 과제의 통합적이고 변증법적 수행을 통해, 진보민중진영은 비로소 진보의 재구성, 진보정치의 새로운 미래, 노동자민중 그리고 국민의 희망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민주주의적 과제가 노동자민중의 고유 과제와는 동떨어진 문제라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반민주적·파쇼적 정치세력이 권력을 행사하게 될 때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계층이 바로 사회적 약자, 소수자, 그리고 하층 민중들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민주주의적 과제가 노동자민중의 중요한 과제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유권자들은 각 정치세력의 구호나 주장의 당부를 근거로 삼아서 지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과연 그 세력이 실현 가능한 대안 정치세력인가를 따져보고 투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존 진보정당들이 유권자들로부터 현재나 미래의 유효한 대안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기에는 미진한 상태에 있음은 부인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진보정치가 미래의 대안 정치세력이나 당장의 대안 정치세력으로 실효성 있게 등장하기 위해서는, 진보정치세력 대단결과 통합을 통한 대중적 신뢰의 회복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의 하나가 됨이 분명하다.

1-4. 들러리 선거연합인가? 아니면 교두보 전략인가?

원래 선거연합이란 서로 다른 정치세력들이 공동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시기에 일시적으로 연대·연합하는 것이고, 그 기본 동력은 다수세력(민주당)의 ‘집권 전략’과 소수파 세력(진보정당 등)의 ‘교두보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추진되는 것이다. 다수 세력이 연합 정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혼자서는 집권하거나 총선에서 압승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소수 세력과 연합해서라도 집권의 길이나 압승의 길로 가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세력에게 권력이나 의석이 합당한 수준으로 분점되어야 선거연합이 성사되는 그런 원리이다. 한편, 소수 세력은 분점된 권력이나 의석을 교두보로 삼아서 주류 정치로 진출해 가기 위한 전략적 목표를 실행하는 그런 원리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몇몇 분들이 “반윤석열 선거연합을 하면 진보정당 등이 민주당의 들러리를 서주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측면은, 선거연합의 구조적 설계 과정이나 선거연합 협상 과정에서 권력 분점이나 의석수 분점 방식으로 그런 걱정이 당연히 해소되어야 하고, 또 해소됨을 전제로 한다.

결국 2024총선에서 다수파인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집권이나 총선에서의 압승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발판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선거연합을 추진한 것이고, 선거연합의 결과는 실제로 총선에서의 압승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아울러 진보정당 등 소수파 세력은 선거연합을 통해 최소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고, 이 경우 교두보의 확보란 소수파 정당의 지지율±알파 정도의 국회 의석 수를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 22대 총선의 비례대표선거에서 몇몇 소수파 정당들이 지지율+알파 수준의 의석을 획득하게 되어 나름의 의미있는 성과를 낸 셈이지만, 진보정치 전체로 본다면 진보정치 대단결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연합이 추진된 탓에 결국 ‘절반의 승리’에는 미치지 못하였고 다만 ‘절반의 성과’ 정도가 현실화된 것이라 본다.

한편, 진보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자강론’이 우선이라는 논지로 연합정치를 도외시하는 풍조가 있다. 그러나 자강론과 연합정치 추진론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병행 추진되면서 실천 과정에서 변증법적 통합이 실현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현 시기 자강론 우선의 논지로 연합정치 추진론을 배제하는 정치노선은 단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1-5. 소선거구제와 선거연합

만일 소선거구제하에서 민주개혁진보 여러 정당들이 지역구에서 각개약진 방식으로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 소선거구제라는 선거제도의 특성상 지역구 선거에서 ‘1여-다야’ 후보 구도가 형성되고,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등 보수정치세력의 어부지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실제 선거 판세를 전망해 본다면, 민주당의 경우는 호남에서는 안정적인 당선이 확보될 수 있겠지만, 수도권이나 중부권에서는 국민의힘과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되었다. 한편 다른 소수파 정당들은 지역구에서는 당선되지 못하거나 또는 극소수 지역에서 당선을 모색해 보는 수준에 그치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자칫 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경우에 따라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또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그 반면 선거연합이 성사되게 된다면 민주개혁진보 여러 정당들은 다수세력이든지 소수파 세력이든지 간에 모두 정치적 약진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른바 “윈-윈 전략”이라는 특성이 있다.

한편, 교두보 확보라는 목표에서 볼 때, 지역구에서 미진한 부분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현 시기의 선거연합 논의는 소수파 세력의 교두보가 확보되는 것을 주요 작동원리로 한다는 점에서, 지난 시기의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이나 “들러리 연합” 방안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고 하겠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 새진보연합 용혜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 조성우·박석운·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2024.2.13. 연합뉴스

2. 정치개혁 : 병립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선거연합

2-1. 정치개혁의 핵심적 과제

우리 선거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비례성과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의가 왜곡되는 방식으로 의석이 배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의 비례성과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런 선거제도를 통해 구성된 의회의 정당성이나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정당성이 위협받게 된다.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총선이나 지방의회선거에서 각 정당별 의석수 배분이 각 정당이 얻은 득표수와 비례되게 배분되어야 함이 핵심이다. 또한 대통령이나 지방자치 단체장의 선거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어 최대 다수의 정치적 의지가 단체장 선거를 통해 확인되도록 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또 다른 핵심적 과제라고 본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개혁 논의에서는 ‘득표수에 비례한 의석수 배분’과 ‘결선투표제 도입’이라는 정치개혁의 핵심적 과제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대신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채 비례대표 의석수는 상대적으로 축소된 형태로 유지·온존’시키는 기존 선거제도의 큰 골격을 유지하는 전제 위에서 각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핵심적 과제가 실종된 상태에서 어쩌면 말단적 과제 수준의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또한 비례위성정당 관련 논의에 있어서도 종합적인 측면에서 조감되면서 논의되지 못하고, 여러 다른 측면과 별도로 분리된 상태로 떼어 놓은 채, 미세한 한 측면 만을 놓고 제도의 선악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다.

2-2.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제가 병존하는 ‘1인2표제’라는 큰 한계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제가 병존하는 1인2표제라는 현행 선거제도의 큰 틀은 1987년에 개정된 헌법과 또 2001년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형성된 것이다. 그후 실제로 진행된 선거제도의 형성·진화 과정에서는, 지역 정서에 크게 영향받는 지역구 선거의 향배가 국회권력을 획득하거나 점유하는 의석수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형태가 고착되었고, 정당투표제에 의해 배정받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거의 잔여적 수준을 넘지 못하는 방향으로 계속 축소되었다. 그 결과, 선거를 통해 각 정당이 획득하는 득표 총수와 의석 총수가 현저하게 불비례하는 양상이 심화되어 왔다.

현재와 같은 1인2표제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간의 관계 설정을 할 때, 보다 열어놓는 형태로 제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역구 관련 선거제도를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제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개편할 것인가 등의 문제는 다양한 방식의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다른 자리에서의 논의를 기대하고 일단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한편, 여러 변수를 사상한 채로 비례의석의 비율 문제를 놓고 논의한다면, 정당투표로 선출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동일한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그나마 최소한의 논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의원 총수가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라 예산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데, 국민 대중들의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불신 풍조를 고려한다면 국민정서법상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점은 의원들의 세비나 보좌진 유지에 필요한 예산 총액을 사실상 동결하는 한도 내에서, 그 총액한도를 늘어난 의원수로 나누는 방식이 도입되고 또한 아울러 국회의원 관련 세비나 예산의 총액 결정을 기존에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을 탈피하여(‘이해충돌 방지의 원칙’), 대신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무작위 추출된 국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한다면 상당부분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3. 병립형 회귀냐, (준)연동형 유지냐?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방식과 관련하여 병립형 회귀냐, 아니면 (준)연동형 유지냐를 두고 논란이 여러 방면으로 진행되었다.

21대 총선 이전까지는 비례대표 선출은 이른바 ‘병립형’으로 쭉 시행되어 왔다. 기존의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제와 병립형 비례대표 선출이 병존되는 방식은 선거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현저하게 훼손시키고, 거대 양대 정당으로의 의석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때문에, 20대 국회 임기 말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해서 민심과 의석수의 비례성을 증대시키고 정치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집중되었다. 마침 공수처 설립과 검찰개혁 과제를 추진하던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를 주장하던 소수파 야당들이 사실상 ‘정책연합’을 하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입법되게 되었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되었는데, 실제로는 애초의 법 개정 취지가 사실상 무산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즉, 당시 개정 선거법의 사각지대를 뚫고 자유한국당 측이 이른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쓰고, 이에 화들짝 놀란 더불어민주당 측이 또 다른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형해화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로 심각한 선거제도 왜곡 현상이 발생했는데, 선거 결과는 도리어 꼼수를 쓴 양대정당이 꼼수의 혜택을 받았고, 또 양대정당 체제도 유지·온존할 수 있게 되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였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의미있는 양대정당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던 반면, 소수 정당들은 거의 폭망에 가까운 실패를 맛보게 된 것이다.

만일 자유한국당의 반대속에서 선거법 개정할 때 위성정당 방지 제도도 포함시켜서 선거법을 개정했다면(선거법 개정안 통과 당시 위성정당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위협도 일부 있었음), 위성정당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와 아쉬움이 있었지만, 선거법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없애지 못하였다.

또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만일 더불어민주당과 소수 야당들이 정치개혁이나 민생대책을 중심으로 정책연합을 하고 이에 기반하는 비례연합정당 등 선거연합 방안을 추진하였더라면 총선 결과가 어찌 되었을까라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한편, 소수정당들이 21대 총선에서 사실상 실패하게 된 것은 직접적 원인으로는 양대 정당의 위성정당이라는 꼼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수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현실이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였다.

즉 선거제도 개혁만으로는 정치적 다양성 확보에 성공하기 쉽지 않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을 수 있는 정치적 기반과 정치적 힘을 실효성 있게 확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실현가능하게 된다는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2-4. 비례 연합정당이냐, 비례 위성정당이냐?

1인2표제라는 틀안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경우, 또 거대정당 중의 하나인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행보를 살펴보면, 1) 비례대표 의석을 사실상 포기하는 방안, 2) 21대 총선처럼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안, 3) 여러 소수 야당들과 함께 의석 분점 방식의 비례 연합정당을 만드는 방안 등으로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 있다. 이도 저도 잘 안되는 상황이라면 아예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가장 쉬운 방안이 국민의힘과 합의하여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정치개혁에는 정면으로 역행하는 방안이 된다.

또한 소선거구제로 실시되는 지역구 선거에서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텐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상황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면 사실상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정치적 위험이 현존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만일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쪽을 선택한다면 정치개혁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도 저도 선택하기 어려운 일종의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난국을 해소하는 방안이, 의석을 여러 정당간에 분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비례 연합정당 방식이 될 수 있다.

비례 위성정당과 비례 연합정당은 외관상 비슷해 보이는 측면도 있으나, ‘비례 위성정당’은 의석을 거대정당이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는 방식인데 비해, ‘비례 연합정당’은 의석을 의미있게 분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즉 의석 분점이라는 측면에서 질적으로 서로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3.11.15. 연합뉴스

3. 정치개혁 관련 선거연합 논의

3-1. 정치적 배경

22대 총선을 앞두고 2023년 내내 시민사회 내에서 정치개혁공동행동을 중심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을 대폭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개혁운동이 진행되었고, 국회는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공론조사까지 진행된 결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일정한 기반을 형성하기도 하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선거법 개정이 원내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에 합의되지 않은 상태였다.

국회 정개특위내 양당간 2+2 협상이 진행되어 2023년 8월말-9월초 경에는 2+2 협상 단위들 사이에는 사실상 합의가 이루어 진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였다.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연동형으로 회귀시키는 방안으로 여야간에 사실상 의견의 합치가 이루어진 상태였고, 당내 공식화 절차만 남은 셈이라고 알려졌다. 당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한사코 (준)연동형 유지를 반대하고 또한 위성정당 금지를 입법화하는 데 반대하면서 병립형 회귀를 고집한다면, 설사 야당들이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선거법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더라도, 집권여당이 공언한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버리고 위성정당을 만들어 버리면 제대로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똑같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는 판단에서, 차라리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방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한편, 2023년 5월에는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전국비상시국회의가 발족되어 정권심판을 위한 단일전선 형성과, 민주·진보 선거연대를 주장하였다. 또한 2024년 9월에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한국진보연대 대표단 등이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방문하고, 연동형 선거제도와 정치개혁 약속에 기초한 ’반윤석열 연합‘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23년 11월 28일에는 전국비상시국회의 시민정치위원회와 진보정당 원로들 119인이 함께 의견을 모아 ’진보정치연합 원탁회의‘를 제안하고 선거법 개악 반대와 진보4당의 선거연합 촉진활동을 시작하였다.

3-2. 정치개혁 관련 연합정치 논의

여러 가지 논의와 각 방면의 입체적 노력이 진행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그 대안으로 “병립형 회귀 포기와 준연동제 유지-의석 분점방식의 비례연합정당 추진–정책연합–지역구선거연합” 방식을 기본 축으로 하는 민주-진보 연합정치 추진 방안이 의논되고 구체적으로 추진되었다.

3-3.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연합정치시민회의)

2024년 1월 23일 시민사회 각계인사 232명이 참가하여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연합정치시민회의)’가 출범하였다. 단체 참가 방식이 아니라 이른바 “대표성 있는 개인” 참가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연합정치시민회의에서는 정치개혁과 연합정치 실현을 위해 4가지 트랙을 병행 실천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1) ‘선거제도 개혁’ 과제는 종합적인 정세 판단 결과, 선거제도의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하고, 대신 기존의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방식에서 역주행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강력한 압박과 동시에 설득을 통한 견인을 병행하는 여러 가지 입체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2) ‘진보정치 대단결’ 과제는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여러 진보정당들이 분별정립되어 각개약진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새 진보정당들이 주변화된 정치세력이 되어 버렸고, 그 결과 유권자들에게 선택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안정치 세력으로 부각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진보정당의 주변화 상황은 이른바 “개혁정당”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을 가속화시킬 뿐 아니라, 또 정치의 다양성이나 우리 사회의 민주·진보적 개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다. 또한 자칫 여러 야당들이 소선거구제로 되어 있는 지역구에서 각개 출마하는 상황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어부지리로 국회의 과반수 정당 또는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진보정치대단결의 경로와 방법으로는 ‘진보정당 통합’, ‘선거연합 진보정당 창당’, ‘진보 각 정당 유지하면서 선거연합’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논의되었다.

3) ‘정책연합’ 과제는 연합정치를 추진하는 목적이 미래지향적 비전과 정책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방안이어야 하고, 단순한 의석 나누기 위주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연합정치를 통해 실현할 개혁 과제를 합의하는 정책연합이 연합정치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각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연합을 추진하고, 정책연합 추진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국민적 감동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이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공감되었다. 특히 향후 정치개혁 과제를 합의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정책연합의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인데, 득표수에 비례하는 의석수 배분, 단체장 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 실시 등의 정치개혁 과제가 정책연합의 핵심적 과제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였지만, 실제로는 정치개혁 과제가 연합정치 추진 과정에서 제대로 협상되지 못하였다. 이번 연합정치 추진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측면이다.

4) ‘민주·진보 연합정치’ 과제는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의석분점 방식의 비례 연합정당을 추진하고, 지역구에서도 연합하여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선정하여 집권여당 측 후보와 지역구에서 1:1 구도를 만들자는 논의가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 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은 혼자서는 총선에서 압승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소수 세력과 연합해서라도 압승의 길로 가려는 목적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의 노력이었다. 또한 소수세력인 진보정당들은 분점된 의석을 교두보로 삼아서 주류 정치로 진출해 가기 위한 전략적 목표를 실행하는 그런 방향의 노력이었다.

5) 연합정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각 정당들 사이에 실질적 소통과 합의를 촉진시키는 역할, 즉 정책연합을 적극 조율하고, 비례 연합정당의 올바른 추진과 효과적인 운영, 특히 비례 연합후보의 조율을 위해 조력하며, 정당간 지역구 단일후보 선정과정에서 적극 조력하는 역할을 논의하였다.

 

2024년 4월 2일 당시 더불어민주연합 백승아 공동대표와 박홍배‧서미화‧한창민‧김윤 후보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공약으로 22대 국회에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중계화면 갈무리

3-4. 현실정치의 전개 과정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위에서 논의한 4가지 트랙의 연합정치는 각각 미진한 상태로나마 작동되긴 하였지만, 매우 부족한 수준에 그치게 되었다.

초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각 진보정당 지도부 간에 핵심 쟁점에 대한 실질적 사전 조율 작업의 중요성이 공유되어, 우선 핵심 쟁점에 대한 사전조율 작업을 물밑에서 선행하고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이 근접되는 시점에서 각 정당간에 공식적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실질적 사전조율 작업은 결국 성공에까지 이르지 못하였다. 사전조율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핵심적 쟁점에 대해 상당 부분 근접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또한 비례연합정당의 비례후보는 당선가능권 순위에 민주당이 절반, 나머지 소수정당들이 절반을 배치하는 방안이 공유되었으나, 결국 실패한 셈이 되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정치협상에 있어서는 쟁점을 압축하고 압축된 쟁점을 정치적 결단을 통해 마지막 남은 쟁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효율적인데, 당시 진보정당이 여러 개로 분별정립 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역시 각 플레이어(행위자) 별로 다중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는 쟁점을 압축하고 정치적 결단을 통해 마지막 쟁점을 해결하는데 까지는 이르기가 쉽지 않았던 탓도 컸다고 본다. 즉 진보정당들 간에 대단결이 되지 않고 각각의 목표로, 또 각각의 방식으로, 각각 다르게 움직이게 되면서 쟁점이 제대로 압축되지 못하고 정치적 결단이나 실질적 해결방안이 가시화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눈앞의 단기 이익에 매몰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게 작동되면서 소수 정당들이 각각 자신들의 정치적 힘의 수준을 현저하게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로 일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막바지까지에 이르러 2월 1일에 더불어민주당과 여러 소수정당 간에 선거연합 방안을 놓고 공식적 협의 모임이 비공개로 진행되었지만, 이러한 호혜평등 원칙에 따른 기존의 선거연합 논의는 성사되지 못하는 것으로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지게 되었다. 당시 녹색정의당(정의당+녹색당)은 녹색정의당 대로, 진보당은 진보당 대로, 그리고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은 새진보연합대로 ‘물밑 조율되는 과정에서 제시된 방안’과는 각기 다른 방안을 고집하게 되었고, 또 더불어민주당도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게 되면서 결국 당시까지 추진되던 선거연합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게 되었다. ,

이런 상황에서 2월 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된 기존의 공직선거법을 유지하고, 준위성정당 방식으로 가설 비례정당을 만들어 22대 총선에서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선거연합 논의를 다른 방식으로 추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2월 13일에는 연합정치시민회의와 제 정당들이 제1차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각 정당들간에 지속적인 정치개혁과 정책연합, 비례대표 추천에서의 연합, 지역구에서의 연합 등을 포함하여 민주개혁진보선거대연합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당시 연합정치시민회의에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서, 다음과 같이 이에 대한 기본방침과 정책연합 추진 방침을 결정하였다.

<기본 방침>

① 연합정치 시민회의는 연합정치를 촉진하고 조정과 중재의 역할을 수행한다.

② 비례연합정당은 연합정치 시민회의와 별도로 추진한다.

③ 비례연합정당에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④ 비례연합정당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공천심사·후보검증·정책연합 등의 영역에서 개별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

<정책연합 관련>

- 합의된 강령·정책을 매주 발표해야. 4당 공동 기자회견 필요.

그 이후 각 정당들간에 비례 연합정당 건설과 지역구 연합 방안에 대한 정치협상이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는 2월17일 녹색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고(다만 폭넓은 정책연합과 지역구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함),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각각의 정치협상을 통해 선거연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2월 21일에 합의하였다.

그 내용은 3당이 비례대표 선거연합을 위해 가칭 ‘민주개혁진보연합‘을 창당하고 지역구에서도 선거연합을 하며, 정책연합도 추진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또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에서 추천하는 비례대표 후보 각 3인을 당선 가능권 순위에 배치하는 것으로 합의하였고, 각 정당 후보자 이외에 국민후보 4인을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추천하는 독립적인 심사위원회에서 국민후보 공모와 심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당선 가능권으로 얘기되던 20번 이내의 비례 후보 순위 중 절반은 더불어민주당측이 추천하고, 나머지 절반 10석을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그리고 국민후보 방식으로 추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시 연합정치 시민회의는 참관보증인으로 선거연합 발표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하였다.

한편, 연합정치시민회의는 당시 상황이 애초에 상정한 연합정치의 상과는 다소 다른 차원의 축소된 연합정치 양상이 되었기 때문에 연합정치시민회의 차원으로 대응하는 활동은 일단 접어 두고, 대신에 2월 20일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이 내부 방침을 결정하였다.

“연합정치 시민회의는 비례연합정당에서 요청할 경우 개별인사를 추천심사위원회 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는 이전 결정에 따라,

1. 비례연합정당의 시민후보 추천은 독립기구를 통해 추진한다. 이 기구는 위원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비례연합정당은 행정적 지원만 한다.

2. 위원회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30명 내외로 구성하며, 연합한 각 당은 2~3인씩 동수로 추천할 수 있다.

3. 모집 및 평가의 기준은 위원회가 정한다.

4. 심사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15인 내외의 지원자에 대하여 위원심사와 배심원단 심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5. 비례연합정당은 추천심사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를 비례후보로 선정해야 하며, 후보의 명백한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정당과 위원회가 협의해서 정한다.

6. 위원 명단은 소수의 대표자 외에 비공개로 진행한다.

이후 독립적인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공모와 3월 10일의 공개 오디션을 거쳐 국민후보 4인을 추천하였다.

그런데 국민후보 4인이 추천되자 공개 오디션 다음날인 3월 11일부터 각 언론과 SNS에서 매우 부당하고 심각한 색깔공세가 자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 주변에서 비공식적인 동요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 다음날인 3월 12일 여성 국민후보 1순위 추천자와 2순위 추천자가 연이어 사퇴하는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당시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는 3월 12일 국민후보와 심사위원에 대한 음해와 왜곡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강력 항의하였다.

더 심각한 사태는 3월 14일에 발생하였다.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남성 국민후보 2순위 추천자인 임태훈 소장에 대한 “부적격 철회 요청”을 공식적으로 전해 왔던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어떤 결격 사유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재추천” 하였지만, 더불어민주연합 측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임태훈 후보 부적격 결정에 항의하고 상임위원 전원이 사임하는 결정을 발표하였다.

결국 국민후보 추천 결과는 심각하게 훼손되게 되었다.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지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4. 연합뉴스

3-5. 정치개혁 관련 평가

연합정치시민회의에서 연합정치를 추진할 때 세운 정치개혁 관련 주요 목표는, 1) 비례대표 선거에서 준연동제 유지, 2) 윤석열정권 심판, 3) 정치 다양성의 기반 마련, 등이었다.

이런 주요 목표에 비추어 보면,

1) 비례대표 선거에서 준연동제 유지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다만, 녹색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호혜평등한 비례 연합정당의 성격이 대폭 퇴색되었고, 또 준위성정당적 성격이 매우 강해졌다는 점에서 매우 큰 아쉬움이 있다.

2) 윤석열정권 심판 목표는 거의 달성된 셈이다. 선거연합을 통하여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매서운 국민적 심판을 가시화 시킬 수 있게 되었고, 다만 판쓸이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3) 정치 다양성의 기반 마련이라는 목표도 진보당과 새진보연합당 등 소수정당들이 원내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미흡하지만 일정한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전통의 녹색정의당이 연합정치에 불참하면서 결국 원내 정당 유지에 실패하고 원외정당이 된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하겠다.

4) 특히 22대 총선 과정과 총선 이후에 ’비례 위성정당‘과 관련해서 거의 마녀사냥에 가까운 비판들이 제기되었는 바, 이 글을 계기로 ’비례 연합정당‘이나 연합정치의 실효성 등에 대해 보다 차분하게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공론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 창당대회를 열고 있다. 2024.2.3 [녹색정의당 제공] 연합뉴스

4. 진보정치 대단결, 지역구 선거연합, 그리고 정책연합

4-1. 진보정치 대단결과 진보정당 선거연합의 실패

22대 총선을 약 6개월 앞둔 시점인 2023년 9월경부터 진보정치 대단결과 선거연합 관련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그해 10월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진보정당들의 생존조차 매우 위태로운 상태임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더욱 진보정치 대단결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진보정치 대단결은 구호로서만 존재하였을 뿐 진정성 있게 논의되지 못하였다. 또 진보정당 선거연합도 부분적이라 할 수 있는 정의당-녹색당 간의 선거연합으로만 추진되었을 뿐이어서 유의미한 현실적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2023년 9월 민주노총-진보4당(정의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은 대표자 연석회의를 열고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2024년 총선에서 모든 진보세력과 함께 단결하여 투쟁할 것을 합의하였다. 또한 민주노총은 2024년 총선에서 연합정당 건설부터 정책연대, 후보단일화, 공동 선거운동 등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다양한 형태로 총선에 공동 대응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런 목표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당위론 수준의 일반 방침을 나열한 셈이 되어 정작 총선 과정에서는 실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또한 정의당의 경우 2023년 11월 5일 민주노총, 진보당, 녹색당 등과 연합정당 추진을 의결하였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정의당 플랫폼에 다른 진보정당더러 들어오라고 하면서 정의당이 만든 선거연합신당으로 총선을 치른 뒤, 총선 후에는 원래 정당으로 복귀하는 방식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진보정당 통합이나 진보정치 선거연합에 실효성이 없는 방안인지라, 실제로는 녹색당 정도가 호응하였을 뿐이고 정작 핵심적 당사자인 진보당이나 민주노총 쪽의 동참은 사실상 불가능한 방안이었다.

또한 녹색당은 기후녹색운동과의 선거연대, 전략지역구 출발, 원내 진입, 합당이 아닌 선거연합정당 추진 등의 선거 방침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논의 흐름은 결국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 창당과 총선 후 정의당과 녹색당으로 다시 분립하는 수순으로 진행되었다. 아쉽게도 두 당 모두 진보정치 대단결이나 진보정당 선거연합에까지 이르지 못한 채 부분적 선거연합정당을 창당하였다가, 총선 결과는 두 당 모두 원외정당이 되어 버리는 실로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

진보당의 경우는 2023년 12월 최종적으로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을 결집하는 하나의 진보연합, 즉 진보정치 세력 전체를 아우를 신당 건설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정의당과 진보당은 끝내 진보연합정당을 창당하는 접점을 만들지 못하였고, 2024총선에서 진보정치 대단결이나 진보정당 선거연합은 실패로 귀결되었다.

한편, 노동당은 진보정치 대단결이나 진보정당 선거연합에는 찬성하였지만, 이런 노력들이 성사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독자적인 총선 대응에 나섰다가 계속 원외 소수정당에 머무르게 되었다.

결국 2024총선에 대응하는 진보정치 대단결이나 진보정당 선거연합 논의 국면에서 제 진보정당들이 나타내 보인 대응 방식은 한마디로 “전략·전술적 무능이나 무책임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4-2. 지역구 선거연합

소선거구제로 진행되는 지역구 선거에서도 민주진보정당들이 연합하여 단일후보를 선정한 후 집권여당 측 후보와 지역구에서 1:1 구도를 만들자는 논의가 지역구 선거연합의 핵심적 내용이다.

그런데 2014총선에서 호혜평등 원칙으로 단일후보를 선정하자는 데는 모두 다들 동의하였지만, 막상 구체적 지역구에서 어떤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선정할 것인가를 놓고는 결코 쉽지 않은 논의와 협상 과정을 거쳤다.

2012년의 19대 총선에서 추진되었던 민주-진보 선거연합에서는 호남 등 일부 지역구에서 민주당 측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후보가 경합하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 간에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이 진행되었다. 경선 결과 선정된 진보 후보가 본선 지역구에서도 수도권 4명, 호남지역 3명, 모두 7명이 당선되었다.

그런데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민주당-녹색정의당 간 지역구 단일화 협상은 합의가 불발되었다(단일화 지역 외 나머지 지역 후보 사퇴 여부와 관련된 이견으로 지역구 단일화 협상 합의 불발). 양 정당 간에 기대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나기도 했지만, 준연동형 비례선거 제도하에서 정당비례투표에서 연합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구에서만 선거연합이 합의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크지 않았던 협상 구조적 한계의 탓도 컸다. 결국 녹색정의당의 지역구 후보는 아무도 당선되지 못하였다.

한편, 진보당이 이미 전국적으로 80여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것으로 준비된 상황에서 민주당-진보당 간 지역구 단일화 협상도 결코 쉽지 않은 협상 과정을 거쳤다. 결국 울산북구의 경우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현역의원과 진보당 후보간에 예비경선이 진행되어 진보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정되었고 본선에서도 당선되었다. 또 부산연제구의 경우에는 민주당 후보와 진보당 후보 간에 예비경선이 진행되어 진보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정되었지만, 본선에서는 아깝게 낙선하였다. 그 외 지역의 경우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는 예외 지역으로 합의되었지만,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통해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었는데, 수도권 등 후보단일화가 된 지역의 경우 민주당의 압승에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민주당-새진보연합 간에는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고, 경선 결과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서 새진보연합 오준호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정되었는데, 본선에서는 절대적 험지인데도 15.56%를 득표하면서 2위로 낙선하였다.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가 시행되는 경우에는, 비례선거연합과 지역구 단일화 문제는 긴밀하게 서로 연동되는 상황에서 정치협상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4-3. 정책연합

총선을 4개월 남짓 앞두고도 선거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또 선거연합 관련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선거연합과 정책연합의 선도작업 또는 기초작업으로 22대 총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야4당 정책토론회가 추진되었다. 구체적으로 2024년 1월 3일에 “윤석열 정부 퇴행 저지와 정치개혁”을 주제로 한 1차토론을 시작으로 불평등·차별해소, 돌봄과 안전, 한반도평화와 국제관계,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불안정노동과 일자리 등 총 6회의 정책토론이 기획되었지만, 신년벽두에 발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등 급박한 상황에서 연기되었다.

그러다가 연합정치의 실현이 가시화되는 시점인 2024년 2월 16일부터 “22대 총선 정책과제 야4당-시민사회 공동 정책토론회”가 3차례 진행되었다. 제1차는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제2차는 “사회적 불평등과 저출생 고령화 대책”(2월 21일), 제3차는 “한반도평화와 기후위기 극복의 방안”(2월 27일)을 주제로 열렸다. 당시 녹색정의당까지 포함한 야4당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심도있는 정책토론이 진행되었지만, 얼마 안 있어 녹색정의당이 최종적으로 비례연합정당에 불참하고 이어서 지역구 선거연합과 정책연합에까지 불참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결국 정책연합은 사실상 불발되고, 공동의 정치개혁 공약이나 공동의 개혁과제가 22대 총선에서 제시되지 못하게 되었다. 너무나 안타깝고 뼈아픈 사태 진행이었다.

만약 녹색정의당까지 참여한 상태에서 선거연합과 정책연합이 본격적으로 합의되고, 거기서 공동의 정치개혁 공약이 제시되었더라면, 그와 아울러 부자감세 철회, 돌봄과 안전을 위한 적극적 국가책임정책,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일자리, 사회공공성강화, 기후재난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한반도 평화 등의 의제와 관련된 공동의 정책공약이 제시되었더라면, 총선 이후에 보다 본격적인 정치개혁 희망이 만들어지고, 또 사회개혁에 실질적인 동력이 형성되는 의미있는 기반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거연합에 기반한 정책연합이 제대로 합의되지 않았기에 이런 기대는 현재로선 정치적 상상력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향후 절실한 현실적 필요성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적 시도가 기대된다고 하겠다.

4-4. 광장투쟁

2024총선을 앞둔 시기에 윤석열 정권의 무도하고 거듭되는 거부권 행사가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해결 과제로 등장하였다.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서 노조법 2·3조개정(노란봉투법)과 방송3법까지 모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였고, 곧 이어서 국회 의결될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나 김건희 특검법, 그리고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까지도 모조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진보·시민사회가 규모 있는 광장집회를 열어서 시민들의 분노가 분출될 수 있도록 강력한 광장투쟁이 추진되어야 필요성이 절실하였다. 그런데 실제 ’거부권을 거부‘하는 광장집회가 연말 연시 경부터 몇차례 진행되었지만, 대규모의 광장투쟁으로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그 시기 광장투쟁이 그만그만한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결국 윤석열 정권 심판의 과제는 거의 전적으로 총선 공간에서 표출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광장투쟁의 활성화를 기초로 정치적 의제에 대한 개입력이 높아지는 광장정치의 선순환 효과도 별로 발휘되지 못한 셈이 되었다.

 

6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제97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이호 작가

제98차 촛불대행진 집회가 13일 저녁 서울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렸다.  2024.7.13. 사진 이호 작가

5. 과제

2024총선에 즈음한 연합정치 추진 운동은 애초에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막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시키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던 운동이었고, 아울러 공통의 과제인 윤석열 정권 심판을 총선 국면에서 실현시키기 위한 목표도 함께 공감하면서 추진된 운동이었다.

실제로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총선 과정에서 실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성과를 거두었고, 또 총선 결과로 윤석열 심판이라는 목표도 상당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추진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내부에 일정한 이견이 생기게 된 상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극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2024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확인된 몇가지 과제를 살펴보자.

1) 우선 정치개혁, 특히 선거제 개혁 과제가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임이 확인되었다. 늘상 선거 시기에 임박해서 논의·결정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합리적 개혁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또 현행 선거법과 같이 꼼수 비례위성정당이 예방되지 않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나 국민의힘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찬성하지 않는 상태에서 꼼수 비례위성정당 방지 제도가 입법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국회에서 국민의힘 측과 합의되지 않은 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버릴 것이고, 또 꼼수 비례위성정당 방지 제도를 입법화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른 길은 선거법을 합의해 개정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국민의힘 측이 한사코 소선거구제-병립형비례대표제를 축으로 한 종전의 선거제로 회귀할 것을 고집하는 한, 합의 개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영남, 호남 지역에서 특정 정당으로의 쏠림 현상이 수십년째 지속되는 상황과, 또 선거법 개정이 당사자인 현역 국회의원들이 결정하는 방식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국민주권주의가 관철되고 대의제의 정당성이 유지되는 수준의 합리적 선거제 개혁의 길은 더욱 험난한 상황이다.

관련하여 22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합계로 14,758,083표(50.5%)를 득표하여 모두 161석(63.3%)을 얻었다. 국민의힘은 모두 13,179,769표(45.1%)를 득표하여 모두 90석(35.4%)을 얻었다. 양당간의 득표수 차이는 1,578,314표(5.4%)에 불과한데 지역구에서의 의석수 차이는 71석(27.9%)에 달한다. 만약 보수여당 정치인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이런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에 나서기 마련일 것이지만, 언제 어떻게 이런 자각과 개선 움직임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험난한 과정이 될지라도 선거제 개혁과 정치개혁의 흐름을 만들고 현실화 시키는 과제는 한시도 지체시킬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향후 대표성과 비례성이 확보되는 선거제 개혁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과제, 보수여당 정치세력 중 일부까지 동의할 수 있는 선거제 개혁의 흐름을 형성해 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2) 진보정치 대단결 과제도 한 시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당면 현안 과제라 하겠다. 현재와 같이 진보정당들이 현실 정치에서 주변화되어 있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민주·진보적 개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고 또 정치의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선거구제 하에서 극우보수 정치세력 심판을 위한 민주·진보 선거연합 실현에도 중대한 장애요인이 되는 상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시기 여러 가지 과정과 굴곡을 거치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극복하고 진보정치 대단결을 이루는 과제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옹색한 상황을 극복하고 진보정치가 우리 사회 민중들과 약자, 소수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으로 힘있게 서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 대단결로 나아가는 정치적 대결단이 필요불가결하다고 하겠다.

진보정치 대단결의 경로와 방법으로는 ‘진보정당 통합’, ‘선거연합 진보정당 창당’, ‘진보 각 정당 유지하면서 선거연합’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기층 대중조직이나 진보정치세력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진보정치 대단결을 위한 적극적 논의와 실천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3) 2024총선 결과 구성된 22대 국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이 연이어서 다가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연합정치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구체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번 2014총선에서 연합정치를 추진하면서 실로 갖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하여 연합정치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을 부정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총선 시기 나타난 제반 시행착오와 부족함을 적극적인 성찰과 소통, 그리고 연대와 새로운 시도 등을 통해 해소시키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4) 이번 2024총선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정책연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핬다는 점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정책연합, 그리고 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선진국다운 사회복지 정책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연합, 그리고 기후재난 대응과 기후정의 실천을 위한 정책연합, 전쟁 방지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정책연합 등에 관한 약속과 합의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점이 가장 뼈아픈 지점이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권의 무한 역주행을 저지하고, 또한 2026 지방선거나 대선 등에서의 연합정치를 예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다방면에서의 민주·진보 정책연합을 준비, 실천해 나가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5) 총선에서 준엄한 국민적 심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과 집권여당은 성찰하고 잘못된 국정기조를 전환하기는커녕 거부권 남발을 반복하면서 종전의 잘못된 국정기조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대통령의 위법한 개입과 관련한 끝없이 이어지는 갖가지 의혹과 그를 뒷받침하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채해병 특검법을 거부해 버렸다. 또한 윤석열 정권은 당면 현안인 방송법 개정이나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광장투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본다. 거부권을 거부하는 위력적인 광장투쟁을 활성화시키고, 또한 다방면의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가속화시키는 실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실질적으로 저지하면서 심각한 민생 파탄 상황을 해결하고, 전쟁 방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입체적 실천 투쟁이 현 시기 매우 중요한 당면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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