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강진구, 첼리스트 협박 안 해" 정정보도…웬일?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 처음으로 정정‧반론 게재

"강진구가 첼리스트 전 남친과 공모해 협박" 보도

사실 확인 결과 오히려 "이세창 소송 말렸다" 문자

뉴탐사, 첼리스트와 전 남친 통화‧문자 상세 공개

"조선,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강요미수 프레임까지"

"언론중재위 조정으로 제동…다른 소송도 진행 중"

2024-07-13     김호경 에디터
조선일보가 13일 오후 6시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 측을 집요하게 공격하던 조선일보가 처음으로 자사 기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크고 작은 오보 및 왜곡 보도를 무수히 내면서도 정정보도에 인색한 대표적 언론사인 조선일보가 이번에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맹목적으로 가짜뉴스로 낙인찍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일보는 13일 오후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정정 및 반론보도]([단독]'청담동' 제보자, 첼리스트에 "술자리 부인하면 불륜녀, 인정하면 영웅") 관련>에서 이렇게 밝혔다.

『본 신문은 지난 6월 10일자 사회>법조면에 ([단독]'청담동' 제보자, 첼리스트에 "술자리 부인하면 불륜녀, 인정하면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강진구 더탐사 전 대표가 첼리스트 전 남자친구 이모씨와 공모하여 "이씨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할 것 같다. 일이 커질 것 같다"는 문자를 첼리스트 A씨에게 보내면서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라고 협박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강진구 더탐사 대표는 "이 감독이 이세창 관련 건으로 소송한다고 해서 일단 간신히 말려놓기는 했습니다"는 내용의 문자에 이어 "두 사람 다 용기를 내서 공익제보한 사람들이 될 수 있는 길로 가셔야 합니다"라는 문자도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울러 강진구 대표는 위 사건과 관련하여 두 사람을 중재하려고 했을 뿐 첼리스트 A씨를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달 10일 <[단독] '청담동' 제보자, 첼리스트에 "술자리 부인하면 불륜녀, 인정하면 영웅">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처음 더탐사에 제보했던 첼리스트 A 씨의 전 남자친구 이모 씨가 2022년 10월 말 A 씨에게 수 차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면 진보 영웅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륜 범죄자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또 강진구 전 더탐사 대표(현 뉴탐사 선임기자)가 이 씨와 공모해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 씨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을 상대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A 씨를 협박한 것으로 검찰이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주요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이씨는 또 A씨와 이 전 총재가 바람을 폈다고 의심하면서도 "네가 영웅이 되느냐 불륜 범죄자가 되느냐, 선택의 기로에 있다" "밖으로 나오면 불륜도 치부도 다 묻을 수 있다. 떳떳하게 진보 영웅으로 살아가"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면 '진보 영웅'이 될 수 있지만, 인정하지 않을 경우 '불륜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씨는 A씨에게 "네 한 마디에 정권의 명운이 달려있다. 넌 이미 영웅이 된 것이고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 네 선택만 남았다"고 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강 기자 역시 이씨와 공모해 A씨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도록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강 기자가 이씨와 A씨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도록 만들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한 1시간 분량 통화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기자는 통화 직후 A씨에게 "이씨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할 것 같다. 일이 커질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낸 걸로 알려졌다. 강 기자는 이외에도 A씨에게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라면서 "이씨를 설득해 소송을 내지 않게 해주겠다"거나 "이씨와의 금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변호사도 지원해주겠다"는 제안도 직간접적으로 한 걸로 전해졌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첼리스트와 전 남자친구 사이의 문자와 실제 문자 비교​. 뉴탐사

이 기사가 나온 바로 다음날 뉴탐사 측은 첼리스트와 전 남자친구 사이에 오고 간 통화 및 문자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며 조선일보 및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전 남자친구가 첼리스트에게 위협적인 말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첼리스트의 처지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선일보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정황이 기사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심지어 전 남자친구가 하지 않은 말까지 기사에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역시 전 남자친구의 말을 빌려 "상간자 소송을 내겠다" "일이 커질 것 같다"는 발언을 한 일이 없고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강진구 기자의 답변을 토대로 검찰이 해석한 정보를 그대로 받아 기사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무엇보다 "네 한마디에 정권의 명운이 달려있다. 넌 이미 영웅이 된 것이고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만 남았다"는 문장의 전후 맥락을 보면 오히려 첼리스트에게 용기를 내라는 취지에서 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중간 문장을 생략한 채 강요 내지 협박으로 몰아갔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9일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정정보도가 결정되자 뉴탐사 측은 "이번 언론중재위 조정 결과는 조선일보가 청담동 술자리 사건을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강요미수 프레임까지 덮어씌우려 했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첼리스트는 2022년 11월 20일 트윗 친구와의 대화에서 '강진구 기자는 내 말을 다 들어줬다'며 협박을 받지 않았음을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강 기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로, 기존 보도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진구 기자는 현재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가 청담동 술자리에 없었다며 제출한 휴대폰 위치 기록이 허위로 드러남에 따라 강 기자는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 역시 허위임을 주장하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면서 "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정정보도에 합의한 것은 이러한 진행 중인 소송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둘러싼 보도의 진실성에 대해 조선일보 스스로 재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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