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국정농단 의혹, 언론의 특종은 이어질까

jtbc·MBC·한겨레 '단독' 이후 후속 보도 이어져

조선·서울, 보도 전무…애완견 언론들 감추기 급급

의혹 당사자 변명 받아쓰고 '여야 정쟁'으로 몰아

제2의 최순실 사태? 이번에도 언론이 진실 파헤쳐야

2024-07-13     김성재 에디터

채 상병 사망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 ‘VIP’를 상대로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를 벌인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주가조작 범죄에 함께 연루되어 김건희 씨와 ‘특수관계’에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건희 씨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는 채 상병 사망 수사 무마에 이종호-김건희 씨 개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스모킹 건’이어서,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에 이은 또 한 번의 국정농단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건희 씨는 이 사건 말고도 한동훈 전 국힘당 비대위원장과 여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최재영 목사가 증언한 인사개입 발언 등으로 인해 이미 국정농단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다.

대통령실과 당사자들은 이종호 대표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거나 ‘통화 당사자가 허세를 부린 것’ ‘VIP는 (김건희 씨나 대통령이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등 구차하고 황당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야당은 ‘채 상병 수사 외압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으며 이는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12일 오후 2시 현재 140만명에 육박한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 국회 청문회에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진상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녹취록을 공개한 일부 주류 언론들도 이번 사태를 ‘국정농단’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추가 취재를 통해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채 상병 수사 대상에서 왜 갑자기 임성근 사단장이 빠졌는지, 윤석열 대통령은 왜 ‘격노’했는지, 수사 무마 외압의 실체와 진실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국민들의 의혹이 쏠리고 있는 사안인 만큼 언론이 파고들어 취재하고 ‘특종’ 보도를 이어가면서 진실을 밝혀가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다. 8년여 전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파헤쳐 보도하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혹은 파면시킴으로써 국정을 바로잡았던 좋은 선례도 있다.

이번 녹취록 공개는 jtbc, MBC, 한겨레 등이 거의 동시에 ‘특종’으로 보도해 알려지게 됐다. 같은 녹취록을 3개 언론사들이 어떤 경위로 각자 입수해 공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들이 권력을 뒤흔들 중대한 제보를 받고 덮어버리지 않고 보도한 것은 다행이다.

7월 9일 jtbc는 저녁 뉴스에서 “[단독] VIP한테 내가 얘기하겠다…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녹취”, “[단독] VIP가 지켜주려는 거냐 묻자…도이치 공범, 그렇지” 제목으로 이종범 대표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MBC도 “[단독] 도이치 공범 ‘VIP한테 얘기하겠다’..공수처 녹음파일 확보” “[단독] ‘김 여사 개인적으로 알아’..주가조작 선수와 관계는?” 제목의 뉴스를 방송했다. 같은 날 밤 한겨레는 “[단독] 도이치 공범 ‘임성근 구명’ 녹취에 군·경찰 인사 관여 정황” "'[단독] VIP에게 임성근 얘기하겠다, 김건희 도이치 공범 녹취 공개" 제목의 기사를 냈다. 3개 매체가 비슷한 내용의 뉴스에 모두 ‘단독’을 앞에 달아 보도한 셈이다. 

 

한겨레는 10일자 1면 톱에서 녹취록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3면에서도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김건희 ‘연결고리’ 수면 떠올랐나” “이종호-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으로 연결” 등의 기사에서 김건희 씨의 개입 가능성을 직접 치고들어갔다. 다음날인 11일에도 1면 톱에서 “VIP에 구명로비 통화, 격노설 보도 18일 전이었다,” 3면 톱에서 “VIP는 김계환 사령과 지칭한 것, 이종호의 황당 해명” 등의 기사로, 12일에는 1면 “이종호, 윤 대통령은 V1-김건희 여사 V2라 불러” 기사로 연일 진실 규명 보도를 이어 나갔다.

경향신문은 10일자에서 1면 사이드로 관련 기사를 다루고 다음날 3면에서 “VIP에 얘기 녹취 파장-‘임성근 구명’ 발언 논란 이모 씨 ‘김여사와 연락, 아주 오래전’” 등의 기사로 이슈를 끌고갔다.

 

그러나 ‘임성근 구명 로비 녹취록’ 보도에서 ‘물을 먹은’ 조선, 중앙, 동아, 서울 등 이른바 ‘친윤’ 언론들은 이를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짧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특히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녹취록 내용을 전하는 별도의 기사를 단 한 건도 게재하지 않았다. 동아, 중앙은 한 건 정도에 그쳤다.

이들은 오히려 녹취록 ‘특종’ 보도에 대해 이를 부인하고 해명하는 이종호 대표와 대통령실 입장을 꼼꼼히 보도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다. 중앙일보 “[단독] ‘임성근 로비설’ 이모 씨 ‘VIP는 김건희 아닌 해병사령관’”, 조선일보 “‘구명 로비 의혹’ 임성근 ‘로비 자체가 불가능’” 서울신문 “[속보] ‘윤 부부와 무관’ 대통령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부인” 등의 기사다.

jtbc와 MBC ‘특종’으로 물을 먹은 KBS, SBS, YTN, TV조선, 채널A 등 다른 방송들도 녹취록 내용과 파장을 간단히 보도하고는 대통령실과 당사자들 해명을 더 자세히 붙여 방송했다.

jtbc, MBC, 한겨레가 권력을 비판하는 ‘특종’ 보도를 하자, 중앙일보가 거꾸로 권력을 옹호하는 ‘특종’ 기사(“[단독] ‘임성근 로비설’ 이모 씨 ‘VIP는 김건희 아닌 해병사령관’”)를 쓴 것도 특이하다. 동아일보 자매회사인 채널A도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이모 씨 ‘VIP는 김여사...허풍이었다’”는 보도에 ‘단독’을 달아 보도했다. 조선, 중앙, 서울 등 극렬 ‘친윤’ 3개 신문은 이종호 대표의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발언과 김건희 씨 개입 의혹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들 매체는 이후에도 이 사안을 ‘여야 정쟁’으로 몰아갔다. ‘정쟁론’ ‘양비론’은 어용언론 혹은 애완견 언론이 권력이 위기에 맞닥뜨릴 때 늘 써먹는 수법이다. 무조건 ‘정쟁’으로 몰아 양쪽을 다 비난하면 국민들의 머릿속엔 이슈의 본질과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사라지고 정치혐오만 남게 된다.

 

채 해병 사망 수사 무마 의혹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려있는 사안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힘당이 참패한 이유 중에는 수사 무마 의혹에다 윤석열 대통령의 채 해병 특검을 거부한 것도 있다. 채 해병 특검에는 ‘보수층’도 동의하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왜 연거푸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무엇을 꼭꼭 감추고 싶은 것인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녹취록 공개로 수사 무마에 김건희 씨 개입 가능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어 이 사건은 정권을 흔들만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임성근 구명 로비를 크게 보도한 한겨레는 “격노에 이어 VIP구명 녹취, 언제까지 덮을 수 있겠나” 제목의 사설(7월11일자)에서 “오죽하면 정부 고위직에 이상한 인사가 날 때마다 ‘김건희 인사’라는 말이 나왔겠는가”라며 김건희 씨 인사개입·국정농단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한겨레는 전날에도 김건희 씨 문자 파동을 거론하며 “이제 유야무야 넘길 수 없게 됐다, 부당한 당무개입으로 수사 받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11일자 사설에서 “이(종호) 전 대표 로비 영향으로....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라며 “정권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많은 주류 언론들이 윤석열 정권 들어 어용언론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권력비판이라는 언론의 본령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와 주류 언론들이 있다. 특히 정권 비판적인 많은 독립언론, 대안언론, 1인 미디어 등이 어용화한 주류 언론들이 하지 못하는 권력 비판 보도, 탐사취재 보도에 당당히 뛰어들고 있다. 주류언론에 대한 불신 시대에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주류언론과 독립언론들이 부당한 권력과 그 권력에 기생하는 세력의 국정농단을 들춰내는 특종의 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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