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원자재·자본재·소비재 수입 모두 줄었다
수입 감소 영향 경상수지 89억달러 흑자 전환
수입 1.9% 줄어…반도체장비 감소 불안 요인
수출 11% 늘었지만 선박 등 특정 품목에 편중
상반기 경상흑자 확대 전망…국제유가 등 변수
지난 5월 중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한 결과, 경상수지가 2년 8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가 선박,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편중돼 있어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과 교역, 국제유가 등 불안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특히 높은 경상수지가 수입 감소에 힘입은 것이어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입을 품목별로 보면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등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5월 국제수지(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경상수지는 89억 2000만 달러(약 12조 327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4월 2억 9000만 달러 적자에서 한 달 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 규모도 2021년 9월 95억 1000만 달러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5월 누적 경상수지는 254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의 50억 3000만 달러 적자에서 305억 달러 개선됐다.
5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는 87억 5000만 달러 흑자로 지난해 4월 이후 14개월째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흑자 규모도 지난 2021년 9월 95억 4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올해 5월까지 누적 상품수지도 328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72억 9000만 달러 적자에서 400억 9000만 달러가 개선됐다.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수출은 5월중 589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1.1%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실적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2827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7% 증가했다. 반면 5월중 수입은 502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 감소했다. 직전 월인 4월의 530억 달러, 전년 동월비 9.0%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됐다. 올해 1~5월 누적 수입 실적은 2499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수출 품목 중에서는 선박(109.7%)·반도체(53.0%)·정보통신기기(18.0%)·석유제품(8.2%)·승용차(5.3%)가 증가한 반면, 철강제품(-10.9%)·자동차부품(-6.7%)는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30.4%)·중남미(25.5%)·미국(15.6%)·중국(7.6%) 등으로의 수출이 늘어난 반면, 중동(-3.7%)·EU(-2.2%) 등은 줄었다.
수입은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가 모두 감소했다. 원자재 수입은 1% 줄었는데, 세목별로는 석유제품(25.7%)·가스(6.9%)·원유(6.7%)는 증가했고, 화학공업제품(-15.9%)·석탄(-35.1%) 등은 감소했다. 자본재는 반도체(13.1%)가 증가한 반면, 반도체 제조장비(-27.9%)·수송장비(-16.0%) 등이 크게 줄어 3.3% 감소했다. 곡물(-16.2%)·승용차(-11.2%)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2.1% 줄었다. 에너지류 수입은 원유 도입 단가 상승, 산업 발전용 가스 수요 확대 등으로 3.5% 늘었으나 비에너지류는 3.8% 줄었다.
한은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업종 부진에 따른 설비 투자가 이연된 가운데 일부 업체의 생산라인 증설 공사가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화공품은 배터리 수요 둔화 등 수요 부진 영향을 받았으며, 수송 장비도 항공기 공급 차질로 수입이 감소했다. 승용차 수입 감소도 수입차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5월 서비스수지는 12억 9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월(-9억 1000만 달러)보다 늘었지만, 전월(-16억 6000만 달러)보다는 줄었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특히 여행수지가 8억 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출국 증가로 적자 폭이 4월(-8억 2000만 달러)보다 확대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적재산권 사용료는 특허권·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늘어나 전달 3억 1000만 달러 적자에서 1억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4월 33억 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본원소득수지 역시 5월에는 17억 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월에 집중됐던 국내 기업의 외국인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5월 중 75억 8000만 달러 늘었다. 4월의 경우 66억 달러 감소했지만, 1개월 만에 반등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3억 3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7억 9000만 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71억 달러 불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채권 위주로 23억 2000만 달러 확대됐다.
한은은 6월 실적을 합한 상반기 경상수지는 지난 5월에 내놨던 전망치(279억 달러)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6월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큰 폭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품수지에 반영되는 무역수지는 6월 통관기준으로 80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한은은 그러나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 세계 교역 신장률, 국제유가 등 여러 전망 수치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