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진영 선봉대' 총대 멘 윤 정부…"국익 훼손"
극단화하는 윤 정부의 ‘가치 외교’…불필요한 중·러 자극
한국, 러 병합 크림 인권결의안 기권에서 찬성으로 번복
외교부 당국자 “보편 가치·인권 존중 정부 입장 더 선명히”
김준형 “실리 포기할 만큼 가치 있는 ‘가치 외교’는 없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가 점점 더 극단으로 기울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등을 내세운 ‘가치 외교’는 현 국제질서를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의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본다는 점에서 이념적 성향이 강하다.
윤 정부는 분단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 전략과 자국의 국익 확보 차원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미국의 가치 외교에 온 몸을 내맡긴 모양새다.
가치 외교가 겨냥한 ‘배제 대상’이 우리와 경제적으로 깊이 엮여 있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협조를 얻어야 할 중국과 러시아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와 외교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윤 정부 가치 외교의 편향성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크림 지역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이 결의안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로 병합한 크림 지역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이 결의안에 대한 유엔 3위원회 표결(11월 16일)에선 기권했다가, 이례적으로 이번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3위원회 표결 때 기권한 데 대해, 윤 정부는 결의안이 ‘크림과 우크라이나 여타 영토의 병합은 불법이며 즉각 복원해야 한다’는 등 인권 결의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정치·군사적 내용’을 다수 담고 있어 기권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결의안 내용은 그대로인데 한 달 만에 기권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편적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좀 더 선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한겨울에 들어가며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혹한을 무기 삼아 민간인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좀 더 명확히, 광범위하게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3위원회 표결 때 미국과 유럽 국가, 일본, 호주 등 서방국가들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점을 고려하면, 미국 등으로부터 보다 확실한 입장을 취하라는 ‘압박’을 받았을 공산이 크다.
앞서 지난 14일 이란 관련 결의안에서도 윤 정부는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 히잡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이란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명하자는 미국 주도의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침해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토론하는 결정안과 관련해 윤 정부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결국 부결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유감 표시와 함께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얻은 것 없이 입장만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는 일에 ‘총대’를 메고 나선 사례들은 또 있다.지난달 13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자리에서였다.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전례 없이 면전에서 대놓고 러시아와 중국을 비판했다.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 고조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우리와 별 이해관계도 없는 사안들을 두고 괜히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한 모양새가 됐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특수성을 외면하는 윤 정부의 가치 외교 편향이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지난 6일 민주평화포럼 강연에서 윤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대북 강경책 속에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및 유사 동맹을 가속화 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필요를 이행하고 냉전 강화 외교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손실을 포함해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행위자들의 실익 추구가 강하게 작동하는 글로벌 진영화의 이면을 잘 살펴야 한다”면서 실리를 포기할 만큼 가치 있는 ‘가치 외교’는 없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사우디, 튀르키예처럼 균형외교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오마이뉴스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