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기준금리 격차 1.25%p로 벌어져

2000년 5월 이후 최대…역대 최대 1.50%p 이상 될 수도

빅스텝 압박 줄었지만 상반기까지 인상 기조 유지 불가피

2022-12-15     유상규 에디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22년여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이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2년여 만에 가장 큰 1.2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였지만, 연준의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오히려 5%대로 높아져 앞으로 한미간 금리 차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빅 스텝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금리 격차를 방치하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겨우 진정된 물가까지 다시 들썩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역대 최대' 1.50%p 이상 될 수도

연준의 빅 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당시 우리나라보다 미국 금리가 최대 1.50%포인트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이날 1.25%포인트가 최대 격차 기록이다.

더구나 점도표에 찍은 대로 연준이 이번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을 5% 안팎까지 높일 경우,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p 또는 그 이상까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 위원이 3.50%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은과 연준이 현재 시점의 예상대로 내년 각 3.5%, 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 격차는 1.50%포인트에 이르고, 한국 경제는 내년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 한은도 상반기까지 인상 기조 유지할 듯…빅 스텝 압박은 줄어

이에 따라 한은도 내년 1월 13일 베이비 스텝을 시작으로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3.50%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화가 절하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힘겹게 정점을 지난 물가 오름세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다만 연준이 긴축 속도를 줄이면, 한은도 세 번째 빅 스텝까지 동원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신용 경색 상황과 내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입장에서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긴축 기조는 유지하되 그나마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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