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4.10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기존 언론 차별화된 '새로운 공론장'으로 분화
후보들도 기존 언론보다 유튜브 출연 많아져
총선 기간 중 구독자 수·조회수·라이브 급증
유튜브 라이브 개표방송에도 접속자 크게 증가
정치양극화·확증편향로 공공성 약화 부작용
특정 정치인 혐오하는 '정서적 양극화'도 우려
지난 22대 총선에서 주류 언론 혹은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들은 수많은 선거 관련 기사를 쏟아냈지만 ‘민심 읽기’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거 기간 중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유권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유권자의 마음, 즉 민심을 제대로 읽어 공론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주류 언론들은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읽어내지 못하고 엉뚱한 기사를 잔뜩 써냈다.
주류 언론들은 편향, ‘친명’ ‘비명’ 갈라치기, 정치혐오, 종북론·색깔론, 경마식 여론조사 결과, 단순 흥미성 기사 보도, 악의적 오보와 왜곡 등으로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혼란과 짜증, 언론 보도에 대한 무관심을 유발한 것이다. 결국 선거 결과는 주류 언론의 예상이나 바람과는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는 오히려 유튜브가 언론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많은 유권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선거 의제와 후보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았을 뿐 아니라 주류 언론이 생산해낸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여론을 공유하는 새로운 선거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유튜브 자체는 언론이 아닌 ‘플랫폼’일 뿐이지만 포털이나 SNS처럼 공론의 장으로 작동한 것이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14일 민언련 주최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언론 프레임과 포털뉴스, 민심과 어떻게 달랐나’ 제목의 총선 보도 평가토론회에서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들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 채널에 비해 정치적 이슈와 여론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정치적 공론장으로 기능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기존 미디어가 주도한 정치적 공론장은 새로운 공론장, 이른바 ‘유튜브 공론장’으로 분화했으며, 보수·진보 성향의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들은 기존 언론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정치 담론을 주도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시민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기존 방송 출연 빈도보다 유튜브 채널 출연빈도가 더 많았을 것”이라면서 “이는 정치적 의제를 홍보하거나 선거운동을 하는 데에 유튜브 채널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에 따르면, 이번 총선 기간 중(3월 1일~4월7일) 주요 정치시사 채널들은 구독자수와 조회수, 쇼츠(Shorts,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 실시간 스트리밍(라이브 방송)이 크게 증가했으며, 업로드한 동영상 수도 평균 115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 참조)
또 투표일에 개표 상황을 생중계한 유튜브 채널의 접속자 수는 MBC 38만명, SBS 7만8천명, KBS 4만9천명, JTBC 3만7천명, 채널A 3만2천명, TV조선 1만4천명, MBN 3천명 정도였다. 레거시 미디어의 유튜브 채널이 아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개표공장’도 23만명이 접속했다.
개표방송의 누적 조회수(5월14일 오후 6시 현재)를 보면 MBC가 632만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개표공장 524만회, KBS 187만회, SBS 206만회 등이었다.
유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주요 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생중계하는 유튜버가 급증하면서 선거유세 현장을 전달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이는 정치 담론과 여론을 주도하는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의 영향력과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임과 동시에 기존 미디어 공론장에서 분화된 유튜브 공론장을 상징하는 사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새로운 공론장으로서 유튜브가 기능하면서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들과 유사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일정 부분 이 콘텐츠들이 성과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기존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들이 일정 부분 성공한 것은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문법을 바탕으로 기존 레거시 미디어와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점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튜브 공론장’이 긍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 교수는 “유튜브는 여전히 폭로 저널리즘이 상징하는 네거티브 선거 양상을 보였다”면서 정치적 양극화와 확증편향 등의 부정적 효과를 지적했다. 또 정파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 누군가 존재 그 자체를 싫어하는 ‘정서적 양극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튜브의 진영논리와 확증편향이 자신이 싫어하는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고싶어 투표를 하도록 조장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들이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 정서적 양극화, 이념집단의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고, 이념집단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차별 표현 등은 확증편향의 일상화를 촉진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유튜브 공론장의 한계는 숙의 민주주의적 여론 형성과 공동체 의사결정을 왜곡하거나 나아가 정치 과정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