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공격 당하고도 고립되는 네타냐후

각국 “이스라엘 재보복 공격 반대” 폭넓은 공감대

안보리도 이스라엘 제외한 모든 참가국 확전 우려

이란, 차분한 외교전…이스라엘의 ‘국가테러’ 부각

바이든, 이스라엘 '최소한의 대응'은 승인 가능성

2024-04-15     김진호 에디터

이란의 13일 사상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 뒤 세계의 흐름이 이례적이다. 각국은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을 견제하고 있다.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을 뿐 미국과 서방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도 한목소리다.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되레 고립되는 형국이다. 더불어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10월7일 하마스 기습공격 뒤 국제사회의 제동에도 감행하고 있는 가자지구 군사작전도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14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가 끝난 뒤 길라드 에르단 이스라엘 대사(오른쪽)가 로버트 우드 미국 부대사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손으로 입을 막고 있다. 2024.4.14. AP 연합뉴스 

망설이는 네타냐후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 전후에 전시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 뒤 연 14일 밤 내각회의는 단호한 대응 입장을 확인했지만, 시기와 보복 범위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언론에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대결을 심각하게 확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심각한 확전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고 CNN이 전했다. 네타냐후는 최종 결정을 위해 추후 전시내각을 다시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보복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시기와 방법을 고민한다기보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조차 확전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미루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시내각 구성원인 베니 갠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정확하게 셈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도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 몇 년, 특히 몇 주 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의 직접 공격에 대비해 왔다"면서 "우리는 방어건, 공격이건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든 우리를 해치면, 우리도 해친다는 게 분명한 원칙"이라며 "어떠한 위협으로부터도 우리를 지켜내되, 단호하면서도 냉철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이란의 공격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2024.4.13. 이스라엘 총리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지만, 아직 예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역으로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뉴욕타임스는 14일 네타냐후가 바이든과 통화를 한 뒤 보복공격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란의 공격이 이스라엘의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공격에 따른 보복인 데다가, 양국 간 대치의 원인인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대한 지지가 갈수록 엷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이스라엘의 대응이 이뤄지더라도 '최소한의 대응'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사회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아 온 네타냐후의 행동 궤적을 보면, 확전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고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란이 10여 명의 장성과 민간인을 잃고 영사관 건물이 완전히 파괴된 데 이스라엘 측이 인명피해 없이 가벼운 피해만 입었다는 점도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호전적 행보를 곱지 않게 볼 대목이다.

'공격 후' 외교전서 명분 확인하는 이란

이란은 외교전에서 차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선공으로 시작된 긴장이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이란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로 일단락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14일 정오 테헤란의 외교부 건물에서 언론과 외국 대사, 국제기구 대표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연설에서 이스라엘 공격의 명분으로 가자지구 사태를 앞세웠다. 그는 "시오니스트 정권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주민들에게 범한 집단 범죄를 목격해 온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자제해 왔다"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3일 주시리아 영사관 폭격 뒤 테헤란 정부 청사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2024.4.3. AFP 연합뉴스 

이어 이스라엘이 최근 골란고원에서 발진한 F-35전투기와 미사일로 파괴한 주시리아 대사관에서 7명의 대사관 무관과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6명의 시리아 민간인이 사망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란의 반격은 영사관 공습에 관여한 이스라엘 군기지와 정보기관에 국한됐다고 강조했다. "(공격 전) 백악관과의 교신에서 미국이 오판하거나 시오니스트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개입한다면 이란은 단호하게 행동할 것을 경고했다"고도 소개했다.

가자지구 제노사이드 규탄하던 안보리

14일 소집된 안보리는 어떠한 리더십도 없이 표류하는 국제사회의 현주소를 다시 드러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란 대사는 공격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란은 중동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의 (이스라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미군이 요격했음에도 자제력을 발휘해 왔다"고 강조했다. 길라드 에르단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의 테러 행위를 비난하고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안보리야말로 국제사회가 10.7 하마스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이 벌이고 있는 제노사이드를 비난해 온 무대라는 점이다. 에르단 대사는 이란의 공격을 테러로 지목하면서도, 가자지구와 이란 영사관 폭격 등 이스라엘의 '국가 테러'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선공 뒤 러시아의 요청으로 소집된 안보리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반대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는 최소한의 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했다.

 

시리아 근로자들이 지난 1일 공습으로 처첨하게 파괴된 시리아 다마쿠스크의 이란 영사관 잔해를 중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2024.4.2. AFP 연합뉴스 

이번 회의 역시 가자지구 제노사이드를 중단시키고, 중동의 긴장을 완화할 어떠한 의미 있는 결과도 도출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15개 안보리 이사국과 두 개의 당사국을 포함해 17개 회의 참가국 가운데 이스라엘을 제외한 16개 국가가 모두 확전 방지를 천명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평화적 해법 모색을 주장하는 국가에 한국도 포함된다.

바이든은 왜?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 계산도 주목된다. 바이든이 단호하게 확전을 반대하는 것은 가자지구 제노사이드 6개월 동안 비판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사태 악화로 치달으면 유권자들로부터 더 외면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13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방위공약이 철통같다"면서도 보복공격은 반대하는 이유다. 15일부터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성추문을 비롯한 34개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기 시작한 트럼프는 이번 사태를 바이든 공격의 호재로 활용하고 있지만, 지지층 안에서만 호응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의 지지층이 미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데다, 바이든 역시 이스라엘에 끌려다닌 역대 미국 대통령의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최소한의 대응'을 묵인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후보토론을 하고 있다. 2020.10.22.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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