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물어뜯기 시작한 여권…"초짜가 다 말아먹어"
'한동훈 책임론' 봇물…이·조 심판론부터 근본 패착
혁신 없는 무감동 공천, 지역구별 후보 경쟁력 악화
수준 이하 연설에 "개같이" 각종 막말 중도층 이반
홍준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해…철딱서니 없는 애"
신평 "원톱 고집…한동훈 과도한 욕심이 선거 망쳐"
윤여준 "이재명 비난 네거티브만, 도대체 무슨 전략?"
정규재 "검사는 안 돼…간특, 이중삼중 위선 덩어리"
국힘 의원들도 싸늘…당권 도전? 정치적 재기 난망
4‧10 총선이 국민의힘 최악의 참패로 귀결되자 여권 내에서 '원톱 선대위원장'이었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날 선 비판과 원망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한 전 위원장이 민심 속에서 부글거리던 '정권 심판론'을 직시하고 용산발 리스크를 제어하거나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하기는커녕 '운동권 심판론 ⇒ 종북세력 심판론 ⇒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연이어 어설픈 맞불을 놓으며 보수층 결집에만 급급한 네가티브 전략으로 일관했던 것부터 선거 구도와 어젠다 설정에서 근본적인 오류였다는 지적이다. '조용한 공천'으로 언론이 포장해줬지만 실상은 소란이 끊이지 않았던 친윤‧현역 불패의 무감동 공천, 혁신 없는 공천도 지역구별 후보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 주요 패착으로 거론된다.
게다가 한 전 위원장이 "정치를 개같이" "쓰레기 같은" "후진 놈" 등 당대표인 자신이 오히려 자극적인 막말에 앞장서며 중도층과 스윙 보터들이 질색해할 설화를 끊임없이 일으켰고, 지원 유세장에서 셀카를 찍는 데 여념이 없는 등 각 지역구 후보를 부각시키기보다 본인 인기 관리에 초점을 맞춘 듯한 언행을 보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푸념이 쏟아진다. 한 전 위원장의 스피치 능력 자체가 함량 미달이었다는 혹평도 적지 않다. 실제 후보들 선거운동에는 별 도움이 안 됐거나 심지어 마이너스였다는 얘기다.
우선 같은 검사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누구보다 전면에 나서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홍 시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천신만고 끝에 탄핵의 강을 건너 살아난 이 당(국민의힘)을 깜도 안되는 황교안이 들어와 대표놀이 하다가 말아 먹었고, 더 깜도 안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 먹었다"고 신랄하게 표현했다. 홍 시장은 다른 글에서는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되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애 데리고 와서 배알도 없이 그 밑에서 박수 치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며 "자립‧자강할 생각은 털끝만치도 안하고 새털 같이 가벼운 세론(世論)에 따라 셀럽이 된 대한민국 특권층 1% 밑에서 찬양하며 사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고 국민의힘 내부도 겨냥했다.
앞서 홍 시장은 전날 작심하고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아 한 전 위원장을 거의 난도질하듯 비난했다. 그는 "정권의 운명을 가름하는 선거인데 초짜 당 대표에 선거를 총괄하는 사람이 또 보선으로 들어온 장동혁이었고 거기에 공관위원장이란 사람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총선 기간 여당 선거 운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었느냐. (한 전 위원장이) 동원된 당원들 앞에서 셀카 찍던 것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은 또 한 전 위원장의 검사 시절을 상기시키며 "내가 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재인 정부 초기에 (한 전 위원장이) 국정농단 수사라고 하면서 우리 우파 진영 사람들을 1000여 명 소환해 그 중 100명 이상을 구속했고 5명이 자살했었다"며 "실무책임을 맡고 있으면서 그 잔인한 수사를 했던, 우리 우파 진영을 풀 한 포기 안 남게 밟았던 그런 애를 데리고 와서 선거를 맡기느냐"고 했다.
홍 시장이 거듭 지칭한 '애'는 물론 한 전 위원장이다. 그는 특히 한 전 위원장이 야권을 겨냥해 선거전략으로 내걸었던 '이조 심판론'을 지목해 "처음엔 586 심판론을 꺼냈다가 그다음에 뜬금없이 이조 심판론을 들고나왔다"면서 "본인이 법무부 장관 1년 6개월동안 하면서 못 잡았는데 사법적으로도 못잡은 이재명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잡겠느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던져서 국민들에게 뭘 묻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아가 "당내에도 인물이 차고 넘치는데 어떻게 철딱서니 없는 저런 애를 데려다 선거 전반을 맡기느냐"고 한 전 위원장을 거칠게 폄훼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통했던 신평 변호사도 11일 페이스북에서 "바깥에서는 조국 대표라는 걸출한 정치인의 거침없는 행보, 안으로는 한 전 위원장의 오만한 협량의 독주에 의한 국민의힘 역량의 왜소화, 이 양자의 것이 안팎으로 맞물리며 오늘의 참패를 가져왔다고 본다"고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신 변호사는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당무 독점력이 지나쳤고 계속해서 원톱을 고집했다.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총선을 어디까지나 자신의 대권 행보, 그 하나의 예행연습 이런 식으로 삼아온 것은 그분의 여러 가지 언행에서 우리가 충분히 엿볼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과도한 욕심이 결국 이 선거를 망쳤다"고 규정했다.
여권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한 전 위원장의 '메시지 관리 실패'를 총선 패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앞으로 뭘 하겠다는 얘기는 없고 막 이재명 대표하고 민주당 비난만 하면 그건 여당 비대위원장이 아니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메시지가 가는 걸 보고 저건 실패한다(고 생각했다)"며 "무슨 전략이 있었나 싶다"고 어이없어 했다. 또 "정치 경험도 경험이지만 대중의 환호가 사람을 현혹하고 흥분시킨다. 전혀 그런 경험이 없던 분이 가는 데마다, 어쨌든 동원한 군중이든 뭐든 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막 환호하니까 그걸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데 한 전 위원장이 슬슬 도취하기 시작했구나, 저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도대체 무슨 전략으로 저렇게 메시지를 내는지 갈수록 네거티브를 세게 하더라"고 거듭 한 전 위원장의 잘못을 혹독하게 짚었다.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은 페이스북에서 '보수의 대를 이어줄' 인물과 관련해 "검사? 안 된다. 검사는 평생 비판 받아본 적이 없는 인간들이다. 건방 떠는데 익숙하다"며 "윤석열과 한동훈에게서 신물나게 봤다. 그 결과가 이번 총선"이라고 했다. 다른 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은) 열심히 무언가를 외치는 것 같은데 적당히 말한다. 그래서인지 목이 쉬지도 않는다. 옷을 늘 갈아 입는다. 국힘당 규정복은 절대로 입지 않는다"면서 "아이폰을 쓴다. 24자리의 복잡한 비밀번호를 쓴다. 검찰이 수사한다니 얼른 만들어 걸어둔 것이다. 간특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강남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 그 이름도 위엄이 넘치는 타워 팰리스에 전세로 산다. 자식은 미국에 유학 가서 한국엔 없다"며 "참 이중삼중의 위선 덩어리"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전 위원장 '뒷담화'를 대거 쏟아내는 중이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는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강해 패한 것이지만, 한 전 위원장이 공천 과정을 포함해 보여주기식 쇼에만 집중해 더 크게 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나중을 기약하는 것은 본인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중앙일보는 11자 4면 기사 <한동훈, 정계 입문 111일 만에 '최악 성적표'…미래 불확실>에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동훈 위원장의 '능력'이 의심된다는 내용까지 전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선거 전략, 메시지, 정책이 전무했다. 전통적 지지층의 안간힘으로만 버틴 선거"라며 "처음에는 '한동훈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국 한동훈 아닌 누가 했어도 이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후보는 "막판에 한 전 위원장이 지역구에 한 번 더 온다고 하길래 완곡히 거절했다"면서 "유세차 위에서 마이크를 또 잡아봤자…"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릴레이 셀카 등으로 스타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주목도를 독식해 정작 지역구 후보 득표에는 실질적 도움이 크지 않았다며 '후보는 없고 비대위원장만 있는 선거'라는 후보들의 볼멘소리를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2면 기사 <고개 숙인 韓 "민심은 늘 옳다, 국민 사랑 되찾을 방법 고민">에서 공천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과 갈등을 쌓은 친윤 그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총선 패배의 제1 책임은 한 전 위원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면서 '원톱'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한 만큼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부지기수다. 이 같은 여권 내의 원성은 오래 참았던 울분을 이제야 거침없이 터뜨리는 것일 수도 있고, 충격적인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뒤에야 찾아온 뒤늦은 깨달음일 수도 있다. 소신의 발로이든 염량세태이든, 종전 언론이 그토록 떠받들고 찬양했던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 한 전 위원장에게 잔뜩 끼어있던 거품을 걷어내고 그를 냉철하게 검증하려는 여권 내의 비우호적인 기류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전 위원장은 11일 사퇴 기자회견 때 '정치를 계속할 거냐'는 질문에 "저는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답해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충남 당진 유세에서 "제가 선거가 끝나면 유학을 갈 거라고 누가 그러더라"며 "저는 뭘 배울 때가 아니라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았다. 끝까지 제 말을 지키고 공공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당권 도전설' '국회의원 보궐선거 또는 지방선거 출마설'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안팎의 싸늘한 분위기로 볼 때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 서면브리핑에서 "조국혁신당은 한 달여 뒤 등원하게 되면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할 것"이라며 "나라 걱정은 그만 하고 수사나 기다리라"고 한 전 위원장에게 충고했다. 강 대변인은 "이제 와서 길을 찾겠다니 어디서 뭘 하려고 하냐"면서 "약속한 대로 봉사 활동하면서 특검이나 기다리라. 총선을 참패로 몬 한 전 위원장을 지켜줄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