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역대 총선 최고…투표율 70% 꿈은 아니다
사전투표자 수로 추정해보니…70%대 투표율도 가능
본 투표 참여 따라 60%후반~70%대 기록할 듯
2030부동층 표심과 지지층 결집이 투표율과 승패 좌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가 마감된 6일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이 31.28%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틀간 전국 356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28만 11명 가운데 1384만 9043명이 참여했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2020년 21대 총선(26.69%)보다 4.59%포인트 높았지만, 역대 전국단위 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의 36.93%보다는 5.65%포인트 낮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목표로 한 31.3%에 0.02%포인트 부족했지만 사실상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15.61%, 둘째 날 투표율은 15.67%로 이전 전국단위 선거와 마찬가지로 첫날보다 둘째 날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나 4년 전 21대 총선의 경우 2일차와 1일차 투표율 차이가 2.41%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적극 투표층이 사전투표 첫날에 대거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이었다. 전남의 사전투표율은 41.19%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40%를 넘겼다. 이어 전북(38.46%), 광주(38.00%), 세종(36.80%), 강원(32.64%), 서울(32.63%)까지 6개 시도의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25.60%를 기록한 대구였다. 제주(28.50%), 경기(29.54%), 부산(29.57%)도 30%를 넘기지 못했다. 인천(30.06%), 울산(30.13%), 충남(30.24%), 대전(30.26%), 충북(30.64%), 경남(30.71%), 경북(30.75%)은 30%를 넘겼으나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이번 사전투표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광주·전남은 지난 21대 총선 투표율과 비교해 각각 5.82% 5.42% 포인트 상승한 데 반해, 대구·경북은 각각 2.04% 2.05% 포인트만 올랐다. 이는 여당의 사전투표 독려에도 보수층이 여전히 사전투표 자체를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전국평균을 상회한 6개 지역 가운데 강원을 제외한 전남, 전북, 광주, 세종, 서울에서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점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이뤄졌다고 해석된다. 강원을 제외한 5개 지역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대체로 우세했던 지역들이다.
민주당 목표 총투표율 71.3% 가능할까
사전투표율이 31.28%를 달성하면서 최종 투표율이 70%를 넘느냐에 유권자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총선은 21대 총선보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져 70% 달성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전투표 도입 이후 총선 최종 투표율은 19대 54.2%→20대 58.0%→21대 66.2%로 지속 상승했다. 사전투표율의 경우, 2016년 20대 총선 12.19%→2017년 19대 대선 20.06%→2020년 21대 총선 26.69%→2022년 20대 대선 36.93%로 대선과 총선 구분없이 꾸준히 상승 추세를 이어왔다.
사전투표가 제도적으로 정착하면서 사전투표가 최총 투표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19대 총선에서는 전체 투표자 중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비중이 21%에 그쳤지만, 20대 총선은 40.3%, 직전 20대 대선은 47.9%까지 상승했다. 이를 통해 최종 투표율을 단순 유추해볼 수도 있다.
사전투표가 최종 투표율에서 점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 참여자 비중이 직전 총선(40.3%)과 직전 대선(47.7%)의 중간값(44.1%)이라고 단순하게 가정하고 최종 투표율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이번 사전투표자 1384만 9043명이 총 투표자의 44.1%라면 본 투표소에 나올 나머지 유권자는 55.9%로 1755만 4682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사전투표자(1384만 9043명)에 나머지 추정 투표자 수(1755만 4682명)를 더한 값(3140만 3725명)을 이번 총선 전체 선거인 수(4428만 11명)로 나눈 값이 총 투표율이다. 이렇게 추정하면 총 투표율은 70.09%에 달한다. 4월 10일 본 투표율에 따라 민주당이 목표로 한 71.3% 달성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다만 20대 대선 수준으로 사전투표 비중이 높다면 총 투표율은 60%대로 떨어지게 된다. 위 추정 방식으로 이번 사전투표자 수 비중을 지난 대선과 같은 47.9% 비중이라고 가정한다면 투표율 추정치는 65.29%로 지난 총선(66.2%)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70%투표율·승패 열쇠는 부동층 민심·지지층 결집
이번 총선 최종 투표율을 사전투표율만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위와 같은 추정과 최근 추세 등을 종합해서 볼 때, 지난 총선 수준인 60% 후반대에서 최대 70%대까지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선에서 적극 투표층의 의향과 실제 투표율의 격차를 보면 마냥 낙관하긴 어렵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2차 유권자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투표 의향 비율은 4년 전 21대 총선 직전에 실시한 결과(79.0%)와 거의 동일한 78.9%로 조사됐다(아래 그래픽 참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정권 안정론이 우세했던 21대 총선과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대두되는 22대 총선의 정치 상황이 크게 다른 만큼 적극투표층의 의향과 실제 총투표율 추이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순 없지만, 사전투표자 비중과 그동안의 투표 추이를 봤을 때 마냥 70%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특히 20~30대 부동층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조사의 세대별 적극 투표 의향을 보면 18~29세의 적극 투표 의향은 21대 총선에서 60.4%였지만 22대 총선은 50.3%로 10.1%포인트가 내려앉았다. 30대는 75.6%에서 68.8%로 6.8%포인트 떨어졌다. 40대도 84.4%에서 81.7%로 소폭 하락했다(아래 표 참고).
반면 50대는 80.3%에서 87.0%로 6.7%포인트 대폭 상승했고, 60대 역시 86.6%에서 89.0%로 2.4%포인트 올랐다. 보수 성향이 강한 70세 이상도 90.9%에서 94.6%로 3.7%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40대의 투표의지는 약화한 데 반해 50세 이상에선 투표 의지가 강화한 것이다.
연령대별 정치 성향을 고려한다면, 남은 선거기간 얼마나 부동층 표심을 잡고, 지지층을 결집하느냐가 이번 선거의 최종 투표율과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선관위 조사는 3월 31일~4월1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1명으로 대상으로 했다. 무선전화 가상번호 89.4% 유선전화 RDD 10.6%로 표본을 추출해 컴퓨터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민주 "높은 사전투표율은 성난 민심"
민주당은 이번 사전투표율에 대해 "위대한 국민께서 투표로 주권자의 힘을 보여주셨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향해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가르쳐주셨다"며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고 논평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불과 2년 만에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문화 모든 영역에서 뒷걸음질 쳤다"며 "그렇게 자유를 외치더니 국민을 상대로 '입틀막 사지결박', 언론을 상대로 '칼틀막 재갈 물리기 협박'도 부족해 심지어 투표장에 나선 유권자를 상대로 '파틀막'까지 자행하는 기괴스러운 행태가 경악스럽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과 가족, 측근의 안위를 챙기는 후안무치한 정권에 우리의 삶과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이 바로 이번 총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미처 투표하시지 못한 분들은 본 투표일인 4월 10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를 국민과 함께 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