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론,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반대 다수로 역전
55%가 군사행동 반대, 지지는 36%
민주당 지지자 75%, 무당파 60% 반대
그럼에도 최근 수십억달러 군사지원 승인
국무부 직원 사직 등 미국 내 반발 잇따라
이번 달 미국 여론조사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는 응답보다 더 많이 나오는 지지율 역전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55%가 군사행동 반대, 지지는 36%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1~20일 미국 전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반대했다. 반대 응답율 55%는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온 반대 비율보다 10%포인트나 더 올라간 것이다.
반면에 지지한다는 응답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격을 시작한 지 1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서 50%였으나, 이번 달 조사에서는 36%로 떨어졌다.(<뉴욕타임스> 3월 27일)
이는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보복공격으로 지난 5개월여 기간에 1만 4000여 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한 3만 2000여 명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대다수가 피난생활을 하며 기아 위기에 직면해 있음에도 무력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여론이 국제적으로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의 75%, 무당파 60%가 반대
지지 정당별 응답률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75%, 무당파층의 60%가 이스라엘의 가자공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64%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와 여전히 지지율이 더 높았으나, 이 역시 지난해 11월 조사 때의 71%에서 7%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대선 앞둔 바이든에 부담
이로써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제까지의 이스라엘 옹호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완고한 전쟁계속 태세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이슬람 라마단 기간 중의 조건부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의 정책변화 조짐을 보이면서 네타냐후 정부와 알력을 빚기도 했으나, 이스라엘의 자위권(보복권)을 옹호하면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것은 하마스를 이롭게 할 뿐이라며 이스라엘 지지 원칙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50%의 응답자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너무 나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조사 때의 40%보다 1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 조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각 정당 지지자별 응답률은 공화당원들이 약 15%포인트, 무당파층은 13%포인트, 민주당원들은 5%포인트 올라갔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세대별, 종교별로 뚜렷이 응답이 갈렸는데, 젊을수록 그리고 무슬림계 미국인일수록 더 나이 많은 층 그리고 유대계 미국인들보다 이스라엘 군사행동에 대한 반대율이 훨씬 더 높았다.
그럼에도 수십억달러 군사지원 승인
한편 그럼에도 미국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수십억 달러어치의 폭탄과 전투기 지원을 승인했다고 <가디언>이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이 미국-이스라엘 관계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1800개 이상의 2000파운드짜리 MK-84 폭탄과 500여 개의 500파운드짜리 MK-82 폭탄을 포함한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정부는 오래 전부터 이스라엘에 매년 38억 달러어치의 군사지원을 해 왔다.
<가디언>은 미국의 이런 이스라엘 지원이, 계속되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전투에 대한 국제적인 거센 비판 속에 바이든 정부 내에서도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점에 주목했다.
국무부 직원 사직 등 미국 내 반발 잇따라
지난 27일에는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중동 담당자 애넬 셸라인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미국이 계속 무기를 제공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며 사직했다. 셸라인은 국무부의 이견 청취 통로나 회의를 통해 우려가 전달되도록 시도했으나 미국이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보내는 한 이런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일을 해온 그는 “더 이상은 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인권 옹호를 위한 노력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셸라인은 시엔엔(CNN) 뉴스 누리집에 ‘나는 왜 국무부를 그만두나’라는 제목으로 한 기고에서는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로 어린이 1만3천명을 비롯한 3만2천명을 살해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미국이 공급한 포탄이 쓰였다고 지적했다. 또 수십만 명이 아사 위기에 직면했다며 “전문가들이 집단 학살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이런 범죄들은 미국의 외교적, 군사적 지원 아래 실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장은 지난해 11월 군용기와 미사일은 모두 미국에서 온다며 “우리는 미국 없이는 이 전쟁을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민간인 보호를 무기 이전의 중요 조건으로 내걸면서도 스스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인권 옹호자로서 지니고 있던 신뢰도는 이 전쟁 시작 이래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달 워싱턴의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 사망한 미국 공군 병사 에런 부슈널의 마지막 소셜미디어 글이 뇌리에 남아 있다고 했다. 부슈널은 이 글에서 “많은 이들이 ‘만약 내 나라가 집단 학살을 저지르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등의 자문을 한다”며 “대답은 지금 당신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무부에서 무기 이전 업무를 해온 직원이 “논의와 논쟁도 없이 무기를 외국(이스라엘)에 보내는, 과거에는 보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항의하며 사직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원칙에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한겨레> 3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