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MB정부 노조 파괴 인정”

민주노총, 당시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에 ‘승소’ 얻어내

정부 2억1600만 원 배상해야

민주노총 “지금의 윤석열 정권과 다르지 않다”

“노조 탄압 계속하면 언젠가 책임져야 할 것”

2022-12-08     이승호 에디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2.8. 연합뉴스

과거 이명박 정부의 노조 파괴 행위가 인정된다며 국가가 피해 노동조합에 2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8일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에 당시 국정원(원장 원세훈)이 주도한 노조파괴 공작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민주노총·금속노조·전교조·공무원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 등 원고측 주장 대부분을 인정, 손을 들어줬다.

또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노조 파괴 공작은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판결에 따라 정부는 ▲민주노총 1억 원 ▲전교조 7000만 원 ▲공무원노조 5000만 원 ▲금속노조 3000만 원 ▲서울교통공사노조 1000만원 ▲조○○(KT노조 전 조합원)에게 100만원씩 모두 2억6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민주노총 등은 당시 국정원이 ▲노동조합 하부조직 탈퇴 유도 ▲선거·총회 결의 등 각종 노조 활동을 방해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 조성 등으로 노조 파괴 행위를 했다며 지난 2018년 6월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국정원이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로 보낸 176건의 문서(2010~2011년)

이 문건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관련 부처 등과 협조, 원고들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세부 전략까지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노조가 집회를 개시할 경우 경찰 통해 금지통보 발령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해 검찰 통해 체포·구속영장 청구 ▲사용자로 하여금 파업중인 노동조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등을 유도하고 있다.

또 ▲주무부처로 하여금 사용자와 접촉하게 하여 정부 지원을 중단할 것을 겁박하거나 노무관리 강도를 강화할 것 ▲사용자로 하여금 파업중인 노동조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유도, 파업 중단을 압박할 것 등을 주문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이 문서들에 담긴 내용에 대해 “현재 윤석열 정권이 노동조합에 대해 보이는 태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문건들은 원고들이 소송 과정에서 입수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판시

단결권의 헌법적 의미와 관련, ‘근로자단체라는 사회적 반대세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균형을 이루어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간의 실질적인 자치를 보장하려는데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헌재 1998. 2. 27. 선고 94헌바13 결정)

따라서 국가는 헌법 제10조 제2항에 근거한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따라 노동조합의 단결권 행사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단결권을 보호할 책무를 향유하는 대한민국이, 노조를 국가의 적으로 삼아 그 활동을 방해하고, 와해할 전략을 수립한 것은 헌법적으로 도저히 정당화 될 수 없는 불법행위다.

민주노총

“국가에 의한 노조파괴 공작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선언한 이번 판결은 현 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청와대, 국정원·고용노동부 등 주무부처, 경찰·검찰 등 국가 주요 조직이 협업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등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고, 무력화하고자 한 모습은 현재 윤석열 정권이 화물연대의 파업 국면에서 보이는 태도와 본질적으로 같다. 윤석열 정권이 화물연대의 파업 국면에서 보이는 태도와 본질적으로 같다.”

민주노총 법률원

“윤석열 정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가 노동조합에 대해 부담하는 단결권 보호의 책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국가는 노동조합이랑 싸우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오히려 노조의 단결권 행사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 (윤석열 정권은) 이와 같은 단결권 보호 의무를 망각한 채, 현재와 같은 노동조합 탄압 기조를 계속할 경우 언젠가 또 다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

“법원의 보상 판결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와 조합원이 입은 피해와 상처는 회복할 수 없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판결의 취지가 무색하게 지금 윤석열 정권이 이명박 정권의 국가 주도 노조혐오·노조파괴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슬픈 현실이다. 국가가 나서서 시민의 권리를 파괴하는 현실, 법원이 ‘국가는 가해자고 범죄자’라고 연이어 선고하는 참담한 현실과 이제는 ‘손절’하자.”

서울교통공사노조

“정권이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을 짓밟은 사례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기에 이번 판결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화물 노동자들을 북핵에 비유하며 ‘결사의 자유’를 짓밟고 있다. 이제 국가가 진정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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