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가 권리라던 윤 대통령의 위선
2012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SBS의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서 박근혜는 김제동이 정치인에 대한 코미디언의 풍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코미디인 데 뭘, 풍자니까 정치권에서 좀 반성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김제동의 이 질문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집단모욕 유죄 판결을 받은 강용석 국회의원이 자신에 대한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개그콘서트에서 정치인을 풍자한 최효종을 집단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을 배경으로 한다. 이런 측면에서 김제동의 질문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박근혜의 인식을 간단히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근혜는 김제동의 질문에 상식적이면서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9000명이 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개인, 단체들을 은밀하게 사찰, 감시, 검열, 배제, 통제, 차별하는 문화적 제노사이드를 저질렀음을 생각하면 당시의 답변은 명백한 위선이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포함된 사안들과 관련하여 박근혜에게 징역 22년과 벌금 180억 원을 이끌어낸 검사로 활약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그는 대학로에서 청년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코미디와 사극이 정치권력 때문에 사라진다면서 집권 세력이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저강도 독재 내지는 전체주의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서 주현영 배우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정치풍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SNL이 자유롭게 정치풍자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냐고 질문하자 “몇 년 전에 우연히 TV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 대통령을 상대로 놀리고 흉을 보게 하는 행사를 하는데 저도 그걸 굉장히 재밌게 봤거든요”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의 권리입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집권 1년 차인 2022년에만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검열, EBS 국제다큐멘터리 상영작이었던 <금정굴 이야기>에 대한 방송 불가 판정, 가수 이랑의 <늑대가 온다>에 대한 행안부의 검열이 연이어 터졌다. 즉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갖은 무능과 퇴행적 행태를 보이더니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까지 되살려 놓기에 이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고백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저열한 검열의 칼을 휘두르며 국민을 겁박하고 무시했다. 작년 11월 말에 틱톡에 업로드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 연설>(이하 <윤대통 양심고백>)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진행한 TV연설 동영상을 짜깁기해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경찰은 <윤대통 양심고백>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이 동영상에 대한 삭제, 차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을 접수받은 방심위는 이 동영상을 갑자기 딥페이크로 규정한 후 긴급 소위원회를 열어, 현저히 사회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확산 중인 <윤대통 양심고백>에 대한 차단을 요청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대통령실은 방심위의 이러한 대응과 발맞춰, 가상표시가 된 동영상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같은 허위조작 동영상들에 대하여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국가수사본부는 서울경찰청의 의뢰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동영상이 딥페이크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딥페이크 동영상은 법무부의 경우 “사람의 얼굴‧신체를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하여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처럼 편집‧합성한 영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직선거법에서도 딥페이크가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국가수사본부의 결론은 <윤대통 양심고백>에 AI 기술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사실 국가수사본부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윤대통 양심고백>을 살펴보면 기존 동영상을 적당히 짜깁기 한 것임을 너무나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윤대통 양심고백>을 어떻게든 강력히 검열하기 위해 딥페이크라는 논리를 급조했으며 조·중·동 등도 일제히 이 동영상을 딥페이크 영상으로 규정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촌극을 벌였다.
무너지는 대한민국, 3년은 너무 길다
한편으로 다수의 국민은 <윤대통 양심고백>이 정말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이 동영상은 가상이지만, 여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절망으로 내몰고, 정치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다고 하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금리의 여파 속에서 공공요금과 물가의 상승 그리고 내수부진이 계속 심화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650조 원 나라 살림에 세수 56조 원을 펑크 낸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윤천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수표를 남발하며 불법적 관건선거에 열을 올리더니 채 상병 순직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서 출국금지 대상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주시키기까지 했다.
이제 2년이 지났는데 나라가 이 모양이 됐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역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겨진 임기 3년은 너무 길다. 더 이상 검찰독재, 이명박의 잔재들과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두고 볼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앞도적인 승리를 이루어 반드시 김건희, 채 상병 특검법은 물론이고 현직 대통령 포함 4년 중임제 개헌을 이뤄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