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국민소득…환율이 갈랐다
지난해 1인당 GNI 3만 3745달러로 2.6% 반등
20년 만에 추월당했던 대만에 1년 만에 재역전
달러 환율 한국 1.1% 안정, 대만은 4.5% 올라
연간·4분기 성장률 1.4%·0.6%…속보치와 동일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3000달러대로 회복되면서 1년 만에 대만에 다시 앞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했음에도 총소득이 오른 것은 달러 환율 덕분이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지난해 1.1% 상승해 안정적이었던 반면, 대만의 달러와 환율은 4.5%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3745달러로 2022년(3만 2886달러)보다 2.6% 늘었다.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 1000원으로 1년 전(4248만 7000원)보다 3.7% 상승했다. 2022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2.9%나 오르는 원화 약세의 영향으로 1인당 GNI가 7%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명목 GDP는 달러 기준 1조 7131억 달러, 원화 기준 2236조 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 2.4%, 3.4% 성장했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7년(3만 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대에 들어선 뒤 2018년 3만 3564달러까지 늘었다가 2019년(3만 2204달러)과 2020년(3만 2004달러) 2년 연속 뒷걸음쳤다. 2021년(3만 5523달러)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경기가 살아나고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3% 떨어지면서(원화 절상)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2년 급격한 원화 절하와 함께 달러 기준 1인당 GNI도 다시 7.4%나 후퇴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반등하면서 2년 연속 국민소득 감소는 피했지만,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2021년(3만 5523달러)에는 못미쳤다.
한은은 이날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를 속보치와 같은 0.6%, 1.4%를 유지했다. 작년 연간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를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최저치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잠정치에서 부문별 성장률을 수정했다. 4분기 건설투자(-4.5%)는 속보치보다 0.3%p 낮아진 반면 수출(3.5%), 수입(1.4%), 설비투자(3.3%)는 각 0.9%p, 0.4%p, 0.3%p 높아졌다. 업종별 성장률은 ▲ 제조업 1.2% ▲ 서비스업 0.8% ▲ 건설업 -3.8% ▲ 농림어업 -6.7% 등으로 집계됐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향후 전망에 대해 "수출이 1분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민간소비 회복세는 더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건설투자는 신규 착공 수주 감소, 건설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 예상되지만 민간과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부진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20년 만에 처음 대만에 추월당했던 1인당 GNI가 1년 만에 다시 따라잡았다.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3745달러로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3만 3299달러를 조금 앞질렀다. 2022년에는 3만 2780달러로 대만의 3만 3624달러에 뒤졌다. 지난해 대만의 명목 GNI 증가율은 3.9%로 한국과 같았다.
국가별 1인당 GNI의 보다 정교한 통계는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된 환율과 인구 수 등을 반영해 오는 7월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