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욱 뚝~ 정부와 집권당 지지율마저 닮아가는 한일
기시다 정권과 자민당 지지율 21%
집권당 어부지리 보장 ‘일강다약’ 구조
지리멸렬한 여당에 지리멸렬한 야당
자민당 일당 지배구조의 비결, 정치자금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권과 한국 윤석열 정권 지지율이 거의 동시에 20%대로 곤두박질했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21%로, 지난 달 조사 때의 23%에서 더 떨어졌다. 이는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이며, 2012년 말 아베 신조의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재탈환한 이후의 최저치 기록도 경신한 것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5%였다.
정권 지지율마저 닮아가는 한일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석열 대통령 직무평가 조사 결과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로, 그 전 주보다 2%포인트 내려갔다. ‘잘못하고 있다’는 대답은 63%였다.
자민당 지지율도 21%
<아사히신문>이 2월 17~18일 실시한 일본 전국 여론조사(전화)는 또 정당 지지율에서도 집권 자민당은 21%로, 지난 달 조사 때의 23%에서 2%포인트 더 내려갔다.
이런 자민당 지지율 역시 2012년 말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최저치다. 자민당 지지율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30%를 밑돌다가 지난해 12월부터는 20%대 전반까지로 추락하고 있다.
‘지지 정당 없다’와 ‘모르겠다’ ‘대답하지 않겠다’에 대한 응답까지 합친 무당파층 응답자는 무려 55%.
주목할 만한 지역구 비례대표 투표성향
호시노 노리히데 <아사히> 정치부 차장은 이번 조사에서 비례투표 부분 지지율에 특히 주목했는데, 중의원 비례구 투표에서 “만일 지금 투표한다면 어디를 찍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민당이라고 답한 비율은 21%(전 조사 때는 25%),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5%(전 조사 때 6%)로, 단순 합계를 하면 26%. 이에 비해 야당 쪽 지지율은 입헌민주당이 14%(1월 조사 때11%), 유신회 14%, 공산당 5%, 국민민주당 5%, 사민당 1% 등으로 야당 전체 비례대표구 지지율을 합하면 49%로 야당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호시노 차장은 “비례투표가 그대로 소선거구 투표에 반영되진 않겠지만, 야당 후보를 단일화하면 그 효과가 클 것이라는 건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야당들이 후보 단일화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그가 그런 상상을 한 것은 그것이 비현실적인 것이지만 대체적인 여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데다, 자민당 등 집권여당이 갈가리 찢겨진 야당 분열 덕에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유권자들이 한 쪽으로 표를 집중시키는 ‘전략적 투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내지 희망 때문이다.
자민당이 어부지리 얻는 ‘일강다약’ 정계 구도
일본에서는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한 기대조차 걸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집권 여당과 분열된 야당의 ‘일강다약’(一强多弱) 구도에 대한 탄식이 많지만, 거꾸로 그것은 자민당 장기 집권을 보장해 주는 황금분할 구도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구처럼 장기간의 일당 지배체제는 부패하고, 기득권 옹호에 집착하는 현상유지 정책 위주로 가기 마련이어서 국가 전체로 보면 일당 장기집권은 국력을 약화시킨다.
일본 자민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시다 정권과 집권 자민당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지난해 말에 터져 나온 자민당 내 파벌들의 정치 비자금(뒷돈) 불법 조성에 따른 여론 악화다. 일당 장기집권에서 피할 수 없는 부패현상이다.
자민당을 위기 몬 비자금 조성 비리 폭로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카이)가 정치자금 모금 파티권 판매 등을 통해 모아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엉터리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빼돌려 비자금으로 활용해 온 사실이 폭로되면서 자민당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황급히 아베파 각료들을 내각과 당 요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런데 아베파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자 자신이 이끄는 고지카이(기시다파)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했다. 그리고 파벌 해체 선언까지 했다.
하지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한 뒤 재발방지를 해야 하는 절차도 없이 사태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내 놓은 그런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 없이 사태를 서둘러 덮고 얼버무리면서 피하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면서 비판 여론을 더욱 자극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자민당 파벌의 정치자금 비리(비자금 조성)에 대한 관련 파벌 간부들의 설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설명이 ‘충분하다’는 항목을 꼽은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다. 90% 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자민당 지지층조차 84%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자민당 장기 집권 유지의 비결
<아사히> 등 일본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 등 집권여당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지역 기업이나 단체들의 기부나 헌금은 정치가 개인에겐 할 수 없도록 정치자금규정법이 규제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헌금이나 기부금은 정치가 개인에겐 할 수 없지만 정당이나 정치자금단체에겐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런 허점을 악용해 지역의 헌금과 기부금을 특정 정치인이 사실상 관리하는 정당지부로 일단 들어가게 해 법망을 피한 뒤 결국 정치인 개인이 그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자민당에 기부, 헌금한 사실을 밝힌 285개 기업 중에서 165개 사가 “의원 개인 후원”이었다고 응답했다. 의원 개인에 대한 헌금이나 기부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이지만 정당지부 등을 통한 편법을 통해 기업들과 이권관계로 얽혀 있는 지역구 특정 의원 개인에게 사실상 돈을 바치고 있다는 얘기다. 파벌이나 정당지부를 통해 들어 온 돈의 상당 부분은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거나 엉터리로 기재한 뒤 비자금으로 썼다.
정치자금 모금 파티권 판매 형식으로 이뤄지는 이런 정치자금 기부, 헌금은 이권 주고 받기로 얽혀 있는 자민당 지역구 의원과 지역 기업들 및 단체들의 유착관계를 통해 이뤄지며, 이것이 자민당 장기 일당 집권체제 유지의 비결이다.
일본정치가 변하려면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집권여당이 그런 구조를 통해 보장받는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장기 집권 기반을 흔드는 그런 구조개혁을 자민당 스스로 감행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통일교와 자민당의 유착도 같은 구조
자민당 지지기반을 흔들고 있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의 유착 비리 폭로도 자민당의 이런 불법 정치자금 모집, 특정 종교세력과의 유착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베 전 총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 통일교와의 유착관계는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상태다.
19일 <아사히>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에서 통일교와 자민당의 주요 접점 가운데 하나인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교육부장관)에 대해 응답자의 66%가 ‘사퇴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정치가들과 통일교단을 둘러싼 문제와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대처방식에 대해 ‘평가한다’고 한 응답자는 13%에 그쳤고, 76%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일본을 닮아가려는 한국
이처럼 지리멸렬한 집권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이어지고 있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민당 못지 않게 지리멸렬한 야당의 분열이다. 호시노 노리히데 차장이 지적했듯이 지역구 선거나 비례투표에서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다면 집권 자민당의 장기 일당지배를 끝낼 수 있고, 장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정치와 경제도 바꿀 가능성이 생긴다.
일본에서 그런 혁신이나 변혁이 이뤄지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근대 일본의 ‘성공’, 그리고 패전 뒤의 냉전체제 하에서 미국의 지원 속에 달성한 경제 고속성장의 혜택을 일본 유권자들 다수가 누려온 지 오래됐고, 그 성장의 낙수를 지역으로 배분하는 통로를 보수적인 집권 자민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 다수는 이런 구조를 흔드는 혁신을 꺼리는 현실 안주 경향이 강하다.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나 일본제국의 전쟁범죄 및 배상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일본의 특수성에가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그들은 ‘재팬 에즈 넘버원’의 신화를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를 기존 가치나 구조를 바꾸기 꺼려한다.
그런 일본의 철저한 피해자로서 그런 구조를 바꿔야 살 수 있는 한국이 오히려 점차 일본화하면서, 정치마저 보수 자민당 일당 장기 지배체제 구조의 일본정치를 닮아가려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권 등장 이후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