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례정당'에 새진연·진보당 합류…정의당은?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 구축…협상 신속 추진"

비례대표 추천, 지역구 단일화 방식 곧 실무 협의

녹색정의당은 내부 이견 충돌…현실론 vs 원칙론

정의당 출신 중 장혜영‧양경규 "단호히 거절해야"

녹색당 특히 강경…전국위, 당원 모임 등 입장문

지도부 회의서도 공개 반대…이번 주말 결론 예정

2024-02-13     김호경 에디터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 새진보연합 용혜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 조성우·박석운·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2024.2.1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진보 진영 통합비례정당에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은 여전히 내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갑론을박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의당 출신 일부 의원과 녹색당 측에서 '원칙론'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강경하게 내는 가운데 이번 주말쯤 공식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합류 여부를 최종 결론지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새진보연합, 진보당, 연합정치시민회의와 함께 제1차 연석회의를 열고 통합비례정당 창당 방안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회의에는 박홍근 민주당 추진단장을 비롯해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박석운‧조성우·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녹색정의당은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회의 뒤 발표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으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는 민주, 민생, 평화의 총체적 퇴행을 저지하고 민의를 온전히 반영하는 정치 개혁과 정치의 다양성 확보라는 희망을 만들기 위해 제1차 연석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녹색정의당의 조속한 동참을 기대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1. 2024년 4월에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초한 호혜적인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 구축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2.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은 지속적인 정치개혁과 정책연합, 비례대표 추천에서의 연합, 지역구에서의 연합 등을 포함하여 통합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3. 지역구에서의 연합과 비례대표 추천에서의 연합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하여 각 정당 간 정치 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하였다.

4. 정책연합의 경우는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주관하는 '2024 총선 개혁정책과제 야4당 초청 토론회'와 별도로 통합적 정책연합 협상을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5. 제2차 연석회의는 정치 협상과 정책연합 협상의 결과를 놓고 최대한 조속히 개최하기로 하였다.

 

13일 국회에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다.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 새진보연합 용혜인 대표,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 조성우·박석운·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2024.2.13. 연합뉴스

통합비례정당 출범의 관건인 비례대표 추천 및 지역구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는 14일부터 비공개 실무협상을 통해 정파 간 의견을 세부적으로 조율할 예정이다. 각 당이 인재 영입을 별도로 추진해왔고 일부 지역구에선 이미 출사표를 던진 범진보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홍근 추진단장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지금 각 당의 후보들이 뛰고 있는 곳이 많다"며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속히 결론내겠다"고 전했다.

재야 원로를 포함해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연합정치시민회의('정치개혁과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시민회의') 측은 총선 후보를 따로 내지 않을 방침이다. 박석운 공동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시민사회는 연합 정치를 촉진하고, 각 정치세력 간 연합을 조정‧중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관심사인 녹색정의당 참여 여부와 관련해 박홍근 단장은 "선거가 목전에 있고 특히 비례연합정당의 준비 시한이 있어서 마냥 기다릴 순 없다. (녹색정의당이) 조속히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현실적으로 이번 주말이 시한이 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이번 주 백방의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내 내부 의사 결정을 통해 동참을 못 한다면 이후 선거연합의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오른쪽부터)와 심상정 양경규 배진교 장혜영 이자스민 의원 등이 8일 서울역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2.8. 연합뉴스

녹색정의당은 아직도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이 명확한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원은 '현실론'을 들어 통합비례정당 참여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의당 출신 중 장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녹색정의당은 민주당발 위성정당 참여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 심판의 깃발을 굳게 들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는 등 '원칙론'을 들어 강력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양경규 의원도 마찬가지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사직한 비례대표 자리를 지난 1일 승계한 그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제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위성정당은 거대 양당이 소수정당을 자기 발아래 두고 거대한 양당 카르텔 안에 가두겠다는 발상"이라며 "녹색정의당은 거대 양당과 다른 진보 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 지난 4년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켜 온 당의 역사를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녹색당 측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녹색당 전국위원회는 이미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단호히 거부하며 거대 양당의 폭거에 함께 저항하고 역사 앞에 떳떳하게 설 것을 천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것이 진정 독자적 진보정치의 원칙을 지키는 길이고, 이것이 진보정당인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이다.

녹색정의당 당원 모임인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도 13일 입장문을 통해 "녹색정의당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논의가 아닌 '위성정당 계획 즉각 철회'를 단호하게 요구하라"면서 "성찰 없는 민주당의 어게인 위성정당 추진과 제안을 강력히 비판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녹색정의당의 현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과 가치는 변할 수 없다"며 "국민들에게 정의당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표나 의석수를 가지고 주판을 두드렸을 때가 아닌, 진보 정치가 가야 할 길, 우리의 원칙을 지키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 누구나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던 길을 당당히 걸어갈 때였다"고 주장했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 창당대회를 열고 있다. 2024.2.3 [녹색정의당 제공] 연합뉴스

녹색정의당의 통합비례정당 합류 여부는 주말을 전후해 상무위원회, 전국위원회 등을 거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인데 현재로서는 거부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녹색당 출신인 김유리 부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제안에 녹색정의당의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 여러분, 우리 녹색정의당의 연합 원칙과 가치는 분명하다"며 "지난 3일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정치 원칙을 담은 강령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거대 양당 세력의 독점정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정치 원칙은 해석의 여지 없이 매우 명징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못박은 것이다. 김 부대표는 "우리는 선거연합의 원칙과 가치를 각 당(녹색당과 정의당)에서, 또 함께 만든 선거연합정당에서, 또 시민 앞에서 공표했다"며 "이제는 선언과 일치하는 실천만이 남아있다. '가치중심 선거연합정당'은 굳건하다"고 거듭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가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들에게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2024.2.8 [진보당 제공] 연합뉴스

반면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진보당은 반윤석열 민주진보연합에 참여할 것을 결정했다"고 천명했다. 그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압도적으로 심판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서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도 크다"며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연합정치가 절실하다. 야권 분열과 각자도생은 필패이며, 야권 단결과 연합정치는 필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당은 이미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야권 총단결을 주장해 왔는데, 민주당이 준연동형에 기초한 연합정치를 선언했다"면서 "진보당은 민주진보개혁 대연합 실현에 적극 나서겠다"고 녹색정의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윤 상임대표는 이번 연합의 기본 원칙으로서 "가치연대 정책연합을 실현해야 한다"며 "민주진보개혁 연합은 '거부권 폭주 제동 연대'가 되어야 한다. 22대 국회 첫 번째 입법 과제는 윤석열 정권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모두 다시 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를 진행해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41.8%, 국민의힘 40.9%, 녹색정의당 2.2%, 진보당 1.6%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8%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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