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악마화한 조선·한경, '오보 위자료' 고작 500만원
'쿠팡노조 술판' 오보에 법원 '정정보도·위자료' 명령
한경·조선에 "위자료 100만~500만원씩 지급 하라"
언중위 2년전 '기사삭제' 결정…한경 삭제 않고 방치
윤 정권 '노조탄압'에 맞춰 '노조 악마화'한 가짜뉴스
명백한 오보에 보상 미미…기자 책임도 묻지 않아
한국경제신문과 조선일보가 2년전 보도한 ‘쿠팡 본사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이 술판을 벌였다’는 기사로 인해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노조에 100만~500만 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앞서 두 신문사는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기사 삭제 결정을 받고도 즉시 이행하지 않고 버텨왔다.
노조를 악마화하기 위한 의도적 오보에 대해 법원과 언론중재위가 이를 바로잡고 금전적 보상을 내리도록 한 것이지만, 과연 이런 악의적 오보에 대한 보상 수준이 적절한지에 대해 다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명백하고 중대한 오보를 내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 아니라, 스스로 반성이나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언론이 과연 정상적 언론인지도 묻고 싶다.
30일 매일노동뉴스는 “공공운수노조·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조선일보와 한경닷컴을 상대로 제기한 ‘노조 술판보도 정정보도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25민사부(재판장 송승우)가 지난 26일 원고(노조)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한경닷컴과 조선일보에 “쿠팡 본사 로비에서 술을 마셨다고 보도한 기사 하단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바로잡는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또 조선일보는 공공운수 노조에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한경닷컴은 공공운수노조와 전국물류센터지부에 각각 500만원·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쿠팡 노조는 지난 2022년 6월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폭염대책을 마련하라며 농성을 벌였는데, 한국경제신문은 이를 “[단독] 쿠팡노조, 본사 점검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박종관 기자) 제목으로 보도했다. 기사에는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다”“노조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의 "독자제공” 사진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한경의 기사 이후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뉴스1 등 보수적 색채의 매체들도 같은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노조는 “농성장에서 캔으로 된 음료를 마시는 장면을 ‘술판을 벌였다’고 보도했다”며 각 언론사에 정정보도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제기했다. 언중위는 두 달 뒤 정정보도와 기사 삭제 등의 조정결정을 내렸는데, 조선일보와 한경은 이를 거부해 노조가 법적대응에 나선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에 손발을 맞춰, 노조를 악마화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쏟아냈다. 노조 집회를 상투적인 ‘국민 불편’ ‘국가경제 손실’ 프레임으로 비난하고, 노조를 ‘무질서하고 술판이나 벌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조선일보의 ‘분신 노동자 유서대필’ ‘분신방조’ 등의 저열한 왜곡조작보도는 노조 악마화의 막장을 보여준 기사이자 패륜적 보도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나온 한경과 조선일보의 ‘가짜뉴스’로 인해 노조는 심각하고 중대한 명예훼손을 입었을 것이다. ‘농성을 핑계로 술판이나 벌이는 부도덕한 노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은 물론이고, 폭염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당연한 노동자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다. 법원과 언론중재위가 오보임을 확인하고 기사삭제와 위자료 지급의 결정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악의성과 오보임이 명백한 이 기사로 인해 노조가 입은 막대한 피해가 고작 100만~500만원으로 보상받고 회복될 수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은 2024년 1월30일 오후 1시 현재에도 기사를 삭제도 수정도 하지 않고 있다. 포털과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이 오보를 다시 읽을 수 있다. 한경이 법원과 언중위에 의해 오보임이 확인되었는데도 1년6개월 넘게 기사를 삭제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그것이 오보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인 것일까?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 “쿠팡 본사 로비 농성중인 민노총, 본사 강제진입하다 직원들과 충돌” 제목을 붙이고 ‘술판을 벌였다’는 내용을 삭제했고, ‘술판을 벌였다’는 ‘독자제공 사진’ 설명도 “농성중인 노조원들”“마스크 벗고 전화통화를 하는 노조원”으로 바꿔놓았다. 조선일보는 오보임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오보라는 사실을 감춘 채 슬그머니 내용을 수정해 놓은 것이다.
언론이 명백한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 게재와 위자료 지급만 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법원·언중위라는 외부의 힘에 의해 ‘언론 바로잡기’가 강제된 것이다. 스스로 반성하고 오보를 바로잡기 위한 내부 조치가 있어야 한다. 오보를 낸 기자와 편집국 간부가 해고된 사례는 해외 언론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스스로 반성하고 바로잡는 데에 거의 금치산자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분신노동자 유서대필·분신방조’라는 충격적인 가짜뉴스를 낸 조선일보 기자는 여전히 그 신문에 기사를 쓰고 있다.
단순 실수가 아닌 명백하고 의도적인 왜곡조작보도, 반복되는 오보에는 해당 기자와 간부, 언론사에게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기자는 언론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언론이 스스로 반성하고, 바로잡고, 책임을 묻지 않으면 언론 신뢰는 회복되기 힘들다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이 이젠 입이 아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