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외면하며 민생타령, 윤석열-한동훈의 '민생모독'
윤, 이태원 유족 청사문 두드릴 때 판교 '민생토론'
전날 아스팔트 오체투지 탄원 땐 윤-한 '민생회동'
서천시장 화재현장선 상인 외면한 채 윤-한 '화해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말끝마다 민생을 얘기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민생 2인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생을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민생의 최우선 사안들에는 눈을 감는 '민생 모독극'이다.
30일 열린 국무회의는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건의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국무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희망을 제발 앗아가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그 절박한 바람은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이태원 희생자들이 애타게 문을 두드렸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비정함을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두드릴 문조차 없애버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유족들이 간절하게 호소하던 그 시각에 대통령실을 비우고 판교로 가서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게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먹튀 게임'에 대해 국가가 철저히 대응해 게임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른바 '민생 대책'으로 제시된 것인데, ‘먹튀’라는 말은 그의 대통령직과 이태원 참사 유족과 같이 다른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야말로 해 줘야 할 말이다. "첫째도 둘째도 오직 민생"이라면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는 그는 민생 문제 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생명을 잃은 가족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달라는 긴급한 민생의 호소에는 귀를 닫고 눈을 감는 행태를 보였다.
전날인 29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2시간 반 동안 만나 ‘민생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다수의 언론들이 이를 '민생회동'이라고 제목을 붙여 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오로지 민생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하는 그 시각 대통령실 밖에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시간 동안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 달라고 온몸으로 탄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야 4당의 합의로 어렵사리 통과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검찰 수준의 조사를 일 년 반 동안 하면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한동훈 위원장이나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문제는 정치이고 여야 정쟁일 뿐 민생이 아닌 듯했다.
이틀 연속 대통령실과 그 바깥에서 벌어진 풍경은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벌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민생 타령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한 단면이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의 행사에서 총선용 선심 공약을 마구 내놓는 것도 문제지만 그가 민생의 현장이라며 찾아 나선 곳에서 민생을 모독하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민생 타령의 허상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예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난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해 보인 모습이다. 두 사람은 정작 큰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만나지 않고 '화해 쇼'만 연출했는데, 다른 곳도 아닌 화재 현장에서의 연출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지탄을 샀다.
두 사람은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곳에 가서 자신들 두사람 사이에 붙은 불을 끄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새까맣게 탄 골조와 검게 그을린 외벽만 남아 있는 시장 건물을 무대 세트처럼 배경에 두고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며 사진을 찍는 두 사람의 모습은 자신들의 불을 끄기 위해 시장 사람들의 마음에 한 번 더 불을 지르고 새까맣게 태운 것이랄 수 있다. 서민의 재난 현장을 무대 삼아 자신들에게 닥친 권력 갈등이라는 또 다른 '재난'을 진화하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민생을 얘기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말은 이태원 참사 유족이나 서천 시장 상인들,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민생'에 대한 언어모독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줄줄이 민생이지만 민생을 말할수록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것이 민생이라는 말 그 자체다. 말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 말이 없어지는 역설적인 결과다.
이는 두 사람이 말버릇처럼 말하는 ‘자유’와 ‘동료 시민’이라는 말이 공허한 것과 흡사하다. 윤 대통령에게 '자유'는 자신이 민생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민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인 셈이다. 서민과 국민들의 삶은 그의 많은 정책들이 그렇듯이 일부 국민들의 삶에만 해당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될 자유인 셈이다.
한동훈 위원장에게 '동료 시민'은 자신이 동료라고 인정 허락해주는 이들만 동료가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서천 시장 상인들이나 이태원 참사 유족들만한 동료 시민이 또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돌봐야 할 동료 시민들을 바로 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 사람인 듯 취급하고 무시했다.
두 사람이 벌이는 민생이라는 이름의 ‘쇼’는 서민들의 삶이 아닌 일부 국민들의 삶, 결국 자기 자신들의 삶을 챙기는 민생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이 벌이는 '민생 2인극'이 연일 국민들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민생을 외면하는 부조리극이며 잔혹극이다. 그 연극에서 두 배우는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대사를 내뱉으며 민생이라는 말을 모독하고 있다. 두 사람의 2인극은 '3류 어릿광대극'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