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김경율…조국 "중전 심기 건드리자 이젠 아부"
마리 앙투아네트 빗대다 '김건희 호위무사' 변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더 밝혀질 것 없어"
특검 반대 강변…검찰 의견서엔 '23억 수익 확인'
'조국 사태' 땐 근거도 없이 "권력형 범죄" 주장
조국 "김경율 혀놀림, 이젠 '중전'에 머리 조아려"
한동훈도 낮은 포복…"초라하고 비겁한 세치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역린'을 호기롭게 건드리는 듯하다 금세 꼬리를 내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에 대해 야권이 연일 조롱 섞인 성토를 이어가며 정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른바 '조국 흑서' 저자 중 한 명인 김경율 비대위원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두고 이례적일 정도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지난 25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가리켜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단정했다. 단두대에서 처형됐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거론하며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사과를 공개 요구하더니 용산의 노여움이 심상치 않자 돌연 '김건희 호위무사'로 변신한 것이다.
"저는 세 가지 사건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송영길 전 대표 돈 봉투 사건이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있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접근컨대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 모두 다 극명하게 경찰과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에 의해서 사실이 드러났고,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은 녹취록과 여러 사람의 증언에 의해서 새로이 드러날 것이 없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역시 경제 사건에서 밝혀져야 할 핵심적인 사항으로서 자금의 흐름이 모두 다 밝혀졌다.
왜 이와 같이 명확한 사건들이 민주당만 가면 뿌예지는지, 흐릿해지는지, 정쟁의 영역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은 정치테러대책위원회라는 황당무계한 위원회로 귀결됐다.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은 검찰 앞 1인 시위를 넘어서 정치검찰해체당 창당 선언이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황당한 사건을 초래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끊임없는 정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태도와 발언들로부터 정치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초래된 것이다. 민주당의 행태가 우리 사회의 정치개혁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건들에 대한 인식도 정파성에 매몰돼 비뚤어져 있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두고 "자금의 흐름이 모두 밝혀졌다" 운운하며 결국 특검에 반대한 것은 김건희 씨가 주가 조작의 공범이라는 수많은 증거와 정황에 비쳐 봤을 때 생떼에 불과하다. 김건희 씨와 그 모친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총 22억 9000만 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검찰 의견서까지 최근 공개됐기에 더욱 그렇다. 심지어 이 의견서는 2022년 12월 30일 법원에 제출된 문건으로, 이때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위원장이었다. 김경율 위원은 이날 회의 뒤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에 관한 기자들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서둘러 당사를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6일 페이스북에서 "김경률은 자신이 '한동훈과는 남자끼리 통하는 사이'라고 자랑했다. 두 사람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시기부터 서로 협력하던 사이다(동아일보 2024.1.25.)"라며 "2019년 조국 수사에서 다시 협조했다. 김경률은 2019년 9월 이후 '조국 펀드'는 조국의 '권력형 비리'라고 맹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의 동지 권경애 변호사가 동조했다. 둘 다 검찰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이라며 "이들이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고 했다.
또 "이들의 주장은 당시 온 언론을 도배했다. 참여연대 출신, 민변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신뢰도'를 높였다"면서 "그러나 나는 사모펀드 건으로 기소도 되지 않았고, 정경심 교수의 경우도 조범동의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음이 법원에서 확인됐다. 이후 김경률은 윤석열 당선을 위해 뛰었고, 윤석열은 감사 표시로 후보 시절 서초동 자택으로 김경률을 초청해 저녁을 대접했다(조선일보 2024.1.25.)"고 전했다.
실제 김경율 위원과 권경애 변호사의 '조국 펀드 권력형 범죄' 공격은 아무런 실증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고 재판을 통해서도 그 허황함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특히 회계사라는 김경율 위원은 소위 '조국 사태' 당시 WFM 감사보고서 등 자료들을 며칠을 분석했다느니, 참여연대 동료들은 다 침묵했는데 혼자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느니 온갖 말 잔치를 벌이면서도 정작 자기가 발견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무엇인지는 단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 ☞ 권경애·김경율의 허황하고 허탈한 '조국 펀드' 주장 ☞ '카더라'와 음모론의 막장 조합, '조국 흑서' ☞ 필진과 기자들 '거짓말 공생관계'가 띄운 '조국 흑서'
조 전 장관은 "이랬던 자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더 밝혀질 것도 논란의 소지가 될 것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에서 김건희 공범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검찰도 김건희 모녀가 23억 원의 이익을 얻었음을 확인했는데도 말이다"라며 "김경률, '왕세자'의 숨은 측근으로 여당 비대위원이 되었다가 자신의 혀놀림으로 '중전' 심기를 건드리자 이제 '중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부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비판했던 김경률 비대위원이 대통령실의 사퇴 압박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인가? 김건희 여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여당의 모습이 한심하다"면서 "봉합의 선물로 김건희 여사에 면죄부를 주기로 했나? 아니면 새롭게 충성 맹세를 하는 것인가? 국민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지켜보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김건희 여사가 깊숙이 연루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율 위원과 공조 체제로 보이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 앞에서 낮은 자세로 포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위원장은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없이 두루뭉술한 화법으로 기자들 질문의 요지를 회피하는 데 급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김경율 회계사가 논란 이후 오늘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실상 비대위원장님도 그렇고 김 비대위원도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그럼 당에서는 이 입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않겠다, 이렇게 해석해도 될까요?
"제가 어제 말씀드린 건 제 입장이 변하는 게 없다는 것이죠."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본다고 말씀하셨고, 김건희 여사의 사과도 필요하다고 말씀 주셨었는데, 그때 입장이랑 다르지 않은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요?"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그때….
"제가 드렸던 말씀 그대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한 위원장은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맞지만,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한다면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의 선행 조치로서 김건희 씨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마저도 "제가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요?"라는 반문으로 피해갔다. 사실상 사과 필요성마저 인정하지 않은 것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화해' 장면을 연출한 뒤 이 문제에 대해 아예 입을 닫기로 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2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바짝 쫄아 공손한 양이 되었다"며 "김건희 여사 앞의 한동훈 집권여당 대표는 바람 앞 등불에 불과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비루한 처지 덕분인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어제 갑자기 '자신이 김건희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 목표, 국민의힘 목표가 김건희 방탄인가?"라면서 "명품백 수수는 청탁금지법 위반 등 수사를 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그간 누구보다 기세등등하더니, 비대위원장직을 잃을까 꼬리를 바짝 내리며 무릎을 꿇은 셈"이라며 "생각지도 못한 용산의 사퇴 압박이 들어오자 '앗 뜨거'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서천까지 가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90도 폴더인사'를 했지만,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피해 상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참으로 초라하고 비겁한 한동훈 위원장"이라며 "아주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뻔뻔한 '세치혀'가 아닌 행동으로 명품백 수수 의혹 진상 규명을 외치는 민의에 호응하라"고 전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여당의 수장이라면 '국민 눈높이'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는 사과를 넘어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명품백 의혹에 침묵하겠다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입장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든 회피하고 축소하겠다는 비겁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는 명백한 법치주의 훼손이다. 박근혜 공천 개입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 게 한동훈"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그토록 강조해온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도 마땅히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