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불편한 이낙연의 '5·18 눈물'

'민주당 그늘'에서 입신하고 출세한 이낙연

눈물 다음날 기자들에게 '탈당 회견' 예고

문 정부 때 이명박·박근혜 사면 주장하더니

2024-01-09     이승호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2024.1.7.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7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분향 직후 무릎을 꿇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는 것이다. ‘이낙연의 눈물’을 거의 모든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낙연의 눈물’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전 대표 측은 8일 오전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 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할 예정”임을 알렸다. 광주에서 눈물을 흘린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미영 전 울산시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 박근혜)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혀 비판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에, 특히 광주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들끓었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광주 시민 학살범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이어 받은 정당이기 때문이다. 사면 운운은 광주 시민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 전 대표의 ‘5·18 눈물’이 불편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오후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미영 전 울산시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2024.1.8. 연합뉴스

당시 정치권에서도 우리공화당 정도가 환영 의사를 밝혔을 뿐 여야 없이 쓴소리를 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의원과 당원,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김남국 의원은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서 보듯 반성 없는 사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면은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국민을 배신하는 대통령은 탄핵되듯이 당을 대변하지 못하는 당대표는 필요 없다” “당신 말고도 민주당에서 대통령할 분들 많으니 걱정 말고 물러나라” 등 비판 글이 쇄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사면 반대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고인이 된 두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다. 특히 광주와 호남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 전 대표는 바로 그곳에서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의 민주당을 ‘배신’하는 행보를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과 행보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의 ‘5·18 눈물’이 불편한 또 다른 이유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려 속에 정치권에 입문한 사람이다. 이 전 대표만큼 민주당 그늘에서 입신하고 출세한 사람도 드물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거쳐 당대표까지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국무총리 자리에도 올랐다. 그런 그가 민주당을 뒤로 하고 탈당 수순을 밟고 있다.

 

2007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씨 자택을 방문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왼쪽)와 2004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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