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윤 실패하면 내가 어디 가겠나"…결국 국힘으로

노동·시민운동가 출신의 보수 비대위원 변신 연대기

"윤석열, 진정성 있고 인간적…노무현과 많이 닮아"

조국 "엉터리 주장 거듭하더니 결국 한동훈 품으로"

2023-12-31     이승호 에디터
김경율 회계사.  연합뉴스 자료

<조국흑서>의 공동 저자인 회계사 김경율 씨가 마침내 국민의힘 품에 안겼다. 그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다른 비대위원들과 함께 ‘비대위원 임명장’을 받았다. 그가 드디어 공식적·형식적으로도 보수의 관을 제대로 쓴 셈이다.

학생운동·노동운동·시민운동가 출신인 그는 윤 대통령 식으로 말하면 ‘공산 전체주의자’였다. 그러나 그의 변신 드라마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의 ‘변신 연대기’를 보자.

2019년 9월 29일, 그는 페이스북에 329자의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조국은 적폐 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 시민들이 주말마다 촛불 들고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목 터져라 외칠 때였다.

2020년 8월 25일, 그는 서민·권경애·강양구·진중권 씨와 공동으로 집필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세상에 내놨다. 흔히 <조국흑서>로 불리는 책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등장한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를 통째로 부정하는, 반어법적 비아냥이 담긴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조국흑서>의 저자들은 보수 진영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김경율 씨는 특히 국민의힘이 침 흘릴 만한 ‘영입 대상’이 됐다.

 

김경율 씨가 지난 2021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판교대장동 개발사업 사례의 문제점과 향후 전망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2021.10.11. 연합뉴스

2020년 10월초, 일부 언론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김경율 씨를 청년정책자문특별위원회 비공식 자문역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 제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아’ 유야무야 됐다. 그의 거절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시 진보 진영에서는 <조국흑서>의 저자들을 ‘변절자’로 규정, 비판을 어어가던 시기였다. 그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국민의힘은 그를 잊지 않았다. 2021년 10월 11일, 그는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개최한 ‘판교 대장동 개발사업 사례의 문제점과 향후 전망 세미나’에 얼굴을 내민다. 김기현 당대표 옆에 앉은 그의 뒤편에는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요즘 다시 유행하는 열두 자가 큼직하게 박혀 있었다. 그는 ‘조국 저격수’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진화하고 있었다.

2022년 11월 7일, ‘이재명 저격수’는 서민 교수와 함께 <맞짱, 이재명과의 한판>이라는 책을 냈다. 이른바 ‘이재명 대표의 5대 사법리스크’를 다룬 책이었다. 이 책은 ‘김혜경 법카 유용’까지 알뜰하게 챙기고 있었다.

<조국흑서>의 저자들을 환대한 세력으로는 보수 언론도 빼놓을 수 없다. 보수 언론은 그들을 필자로, 인터뷰이로 모셨다. 그들은 보수가 원하는 말을 콕콕 찝어냈다. 김경율 씨도 마찬가지였다.

 

월간조선

월간조선은 2023년 1월호에 <악을 형상화한다면 이재명 모습일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김경율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속 시원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 속내를 월간조선은 따옴표 붙여 작은 제목으로 이렇게 정리한다.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허구’, 김혜경 법카 유용은 ‘공적 재산의 사유화’>

<사람들이 김경율 하면 ‘노빠꾸’ 떠올렸으면 좋겠다>

<2021년 9월 11일 페이스북에 ‘성남의뜰(대장동 사업 시행자),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 천화동인(투자자) 중간 정리’ 글 올려 문제 제기>

<대장동, ‘공적 지위 이용해 사익 챙긴 사건’…최대 피해자는 국민>

<한때 골수 운동권…조국·윤미향 사태 계기로 20년간 활동한 참여연대 떠나>

<촛불연대, 정의구현사제단, 민주당, 국힘  반지성주의·민족주의 기인한속성이 극우>

그가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잘 정리돼 있다. 그를 인터뷰한 기자는 기사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혹자는 그에게 정치를 하라고 한다. 김 대표는 “이럴 때 ‘타협’이라는 걸 몰라서 국회는 못 간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김경율, 하면 ‘노빠꾸’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번 시작하면 물러서지 않는다는 의미라서다.

 

조선일보

2023년 10월 18일, 조선일보는 다시 ‘김경율 인터뷰’를 선보였다. <김경율 “극단 정치, 책임 있는 사람도 끊어줄 사람도 윤 대통령”>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많은 인터뷰였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해 일정 부분 쓴소리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큰 믿음’을 갖고 있었다. 다음은 발췌 인용이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에 빚이 없는 윤석열이라는 사람만 이를(좌우 극단 정치를) 끊어낼 수 있고 끊어내야 한다. 조국 사태를 겪고 참여연대를 나오면서 ‘제3 정당’도 고민해 봤다. 장기적으로는 그 길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윤석열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1년 가을에 아는 분 소개로 한번 만났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이었고, 진정성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한테 하지? 내가 이걸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어떡하려고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야당에서는 ‘술꾼’과 ‘무능’ 이미지를 씌우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재벌 개혁 운동을 하면서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수사 과정을 오랜 기간 가까이서 봐왔는데, 그는 정교하고 실력이 있고, 공평무사함도 갖췄다.”

지금 정부가 실패하면 내가 이제 어디로 가겠나. 그래서 윤 대통령이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주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조국흑서>의 당사자인 조국 전 법무장관은 그의 행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 전 장관은 30일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렸다. “김경율 씨가 결국 한동훈 품에 안겼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아직 국회는 못 갔다. 그러나 국회와 ‘한동훈 비대위’의 거리는 한 발짝도 안 된다. 그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이제 ‘노빠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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