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거부권 맞서 ‘불체포특권’ 갑옷 입어야

대통령실, 쌍특검 이송되면 즉시 거부권 행사할 듯

국민의힘 공천 이후 재의결하면 이탈표로 가결 가능성

검찰, 민주당 의원 구속으로 가결표 축소 시도할 수도

민주당, ‘의원 방탄’이 아닌 ‘70% 민의를 위한 방탄’ 해야

이준석 신당의 특검 추천 막을 방안도 강구할 필요

2023-12-29     박승철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3.12.28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 등 소위 쌍특검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총선을 앞둔 여야의 이합집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거부권에 대한 국회의 재의결은 기한이 정해지지 않아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국민의힘 공천 시점 이후로 표결을 미룰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의결 정족수와 재의결시 가결 요건인 2/3 의석 확보 문제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예고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쌍특검법 재의결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그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총선을 준비하면 유세 등 지역 활동으로 본회의장 참석이 어려우니 1월 9일 정도에 빨리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쌍특검 재의결의 조기 처리를 원하는 이유는 ‘이탈표’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의결 시점에 재량이 크기 때문에 만약 국민의힘 공천 시점 이후에 재의결 표결이 진행되면 공천 탈락자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의원 298명이 전원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재의결에서 가결에 필요한 의원 수는 199명이다.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가 181표(박병석 의원 포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의원 1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재의결에서 쌍특검법이 가결될 수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표현대로 “거부권 행사하고 가결되면 총선은 폭망”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선언 시점을 쌍특검 본회의 표결 하루 전인 27일로 잡은 것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역 의원이다. 29일 천하람 씨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이준석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는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현역 의원 합류 움직임은 없다.

여기서 이 전 대표가 지속적으로 ‘영남 물갈이 공천’을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전 대표는 28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도축장에 가보면 앞에 소가 어떻게 죽는지 뒤에 소가 못 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지금 도축장에 하나씩 입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 소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가만히 ‘나는 괜찮겠지’ 하고 있다”면서 “한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현역 의원 3분의 2가량을 물갈이해 영남권 60명 중 40명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새로 채울 40명 중) 검사는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10명 정도는 될 거고 낙점받은 현직 검사들은 1월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는 영남권 중진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이 전 대표와 함께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최경환 전 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유영하 변호사 등 대구, 경북에서 뛰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인사의 합류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의원과 친박 인사들이 단순 공천 탈락자의 연대 형식이거나 이미 정치를 떠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린 신당 형식이라면 국민 눈높이에서 경쟁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젊은 피’들이 모인 이준석 신당과 함께하면 이러한 이미지를 탈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서도 현역 의원들을 확보해 정당 투표에서 앞번호 기호를 확보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준석 신당과 영남 중진, 친박 인사를 엮을 수 있는 고리는 쌍특검이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앞장섰던 이준석 전 대표와 손을 잡고 쌍특검 재의결에서 가결 표를 던진다는 시나리오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신당을 구상하면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을 선언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12.27 [공동취재]

이렇게 되면 쌍특검으로 이탈하는 보수성향 유권자 표를 이준석 신당 세력이 획득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실상 ‘검찰당’이 된 국민의힘의 당권을 재접수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문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러한 상황을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영남 물갈이 공천을 하면서 기존 현역 의원들의 ‘반란표’를 어떻게든 상쇄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바로 민주당의 ‘돈봉투 사건’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여기 돈봉투 혐의 의원 20명이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비대위원장 취임 직전에 전격적으로 송영길 전 대표를 구속했다. 이후 쌍특검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27일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민주당 허종식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 20명을 전원 구속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민주당이 부패 정당이라는 이미지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쌍특검 재의결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만약 민주당 의원 20명(무소속 이성만 의원, 이미 구속된 윤관석 의원 포함)이 구속된다면 이번 표결에서 야권이 확보했던 181명(박병석 의원 포함)에서 재의결시 162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만약 재적 298명에서 구속된 인원이 빠지고 나머지 의원이 모두 출석할 경우 출석 의원 278명 가운데 2/3인 186명을 확보해야 한다. 야권에서 포괄할 수 있는 162명에 국민의힘 의원 24명의 이탈이 필요하다.

만약 민주당에서 기존에 구속된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추가 구속자가 없을 경우 국민의힘 이탈표가 18명 필요하지만 돈봉투 연루 의혹 의원이 구속될 시에는 24명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의원은 89명이며 만약 현역 물갈이 비율이 20%이면 18명, 30%이면 27명, 40%이면 36명이 이탈표 후보가 된다. 비례대표 가운데서도 허은아 의원과 같이 신당 참여 가능성이 있는 의원이 있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일단 이 계산은 배제하더라도 전체 논리의 흐름에는 지장이 없다.

공천에서 탈락하는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에 공천 탈락자 모두가 이탈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만약 공천 탈락자 가운데 절반이 이탈표라고 가정한다면 이탈표 규모는 9~18명으로 가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이준석 신당의 깃발 아래 모여 신당이 특검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소한 신당에 합류하는 인사는 전부 대통령 거부권에 맞서 특검 가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의힘 현역 물갈이 비율이 30%이고 이들 중 80%가 신당에 합류한다면 이탈표 규모는 21명이 된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 가운데 이탈표가 21명이라면, 민주당 돈봉투 연루 의혹 의원 중 추가 구속자가 없는 상황에서 재의결이 가결될 수 있지만 20명이 전부 구속된 상황이라면 부결된다는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돈봉투 연루 의혹 의원 구속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은 이러한 시나리오 때문에 나온다. 물론 정당 대표가 구속을 시도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다만 사전에 검찰과 나눈 교감을 통해 이 시나리오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돈봉투 연루 의혹이 있는 의원을 ‘불체포 특권’으로 지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속 상황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만약 검찰이 소환하겠다고 하면 당당히 소환에 임하되 불체포특권만큼은 반드시 행사해 ‘국민의 뜻’을 지켜야 한다.

 

검찰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 2023. 12. 18. 연합뉴스

이것은 ‘의원 방탄’이 아니라 ‘민의 방탄’이다. 국민 70%가 찬성하는 쌍특검을 구속 등 일신상의 사유로 부결되도록 하는 사태는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민의를 반영할 책임이 있다. 이것이 구속 등 일신상의 사유보다 중요하다.

특히 불체포특권은 계파를 불문하고 행사되어야 한다. 이것은 계파 싸움이 아니고 국회 내의 의결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검찰 입장에서 보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를 먼저 구속 시도해 친명 지지층의 비토 속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도록 하면서 ‘불체포특권’의 벽을 넘으려고 시도할 수 있다. 비명계 인사 한 사람이 체포되면 그다음에는 계파를 불문하고 구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 비명계 인사들 가운데서도 ‘검찰 리스크’가 있는 의원들이 상당하다. 돈봉투 뿐 아니라 다른 혐의라 할지라도 민주당이 단결해서 지켜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불체포 특권’의 행사가 공천과는 별개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중요한 이슈는 특검 인선이다. 본회의 수정 가결을 통하여 대통령이 속한 국민의힘의 특검 추천 가능성을 봉쇄했다고는 하지만 이준석 신당이 특검 추천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 중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에 서면으로 의뢰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현행 구도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천할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이준석 신당이 창당되고 나서 특검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준석 신당이 정의당 6석보다 많고 20석 미만의 의원을 확보한다면 이준석 신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50억 클럽 특검’의 경우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 중 이 법률안을 발의하였거나 이 법률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를 공동으로 제출한 의원이 소속한 정당에 서면으로 의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 동의 제출자는 182명으로 사실상 민주당 의원 전원이 포함돼 있다. 만약 민주당 의원 가운데 이낙연 신당,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는 의원이 발생한다면 이들 신당도 특검 추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민주당은 이와 같은 특검 추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선명한 인사가 특검으로 인선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다음 주부터 본격화될 거부권 정국에서 민주당은 장외 투쟁을 통해 정부, 여당을 압박함과 동시에 국회 의결권을 지켜내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국민 70%의 지지를 믿고 물러섬 없이 과감한 행보를 전개할 때 국민의 지지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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