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취임사 비판 봇물…"불출마 선언 본인 뜻일까?"

"결국 윤 대통령의 공천 지령 전달할 대리인"

"증오와 대립 카드 꺼낸 것은 패착이 될 것"

"미국물 티내는 꽃게 몸짓, '동료시민' 한없는 가벼움"

"'범죄와 전쟁' 검찰총장 취임사로 착각돼 소름"

2023-12-27     이승호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2023.12.26 연합뉴스[공동취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26일 취임사에 대해 야당은 물론 각계각층의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야당은 논평, 정치인과 각계 인사들은 방송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한동훈, 결국 윤 대통령의 공천 지령 전달할 대리인”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강선우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한동훈 위원장은 ‘5천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라고 폼을 잡지만, 야당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된 취임 첫 일성을 살펴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것이 없다”며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지령을 전달할 대리인이고,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한 호위무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검사 공천용 자구책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의 여러 의원들도 맹폭에 가담했다. 정청래 의원은 26~27일 이틀간 5건의 관련 글을 SNS에 게재했다. 27일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물개박수 조심하시라!’는 글을 올리곤 “언론의 물개박수와 언론의 헹가래에 너무 취하지 말라”며 “취약점을 보이는 순간 물개박수 치던 손가락은 삿대질로 변하고, 헹가래 치던 손을 거두고 땅바닥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비어천가와 함께 훈비어천가의 합창 소리가 드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우상호 의원은 27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의 ‘86세대 척결’ 주장에 대해 “부조화된 낡은 프레임”이라며 “반성과 쇄신이 아닌 증오와 대립의 카드를 꺼낸 것은 패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기 선거 경험이 전혀 없고 오로지 검사 경험뿐인 이에게 큰 선거 전 당을 맡긴다는 것은 결국 모험”이며 “큰 선거를 끌어갈 키를 맡긴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물 티내는 한동훈의 꽃게 몸짓”

김진애 전 의원은 “미국물 티내는 한동훈의 꽃게 몸짓”을 꼬집었다. 그는 “미국 컴플렉스에 찌든 그 윤석열의 그 부하답게도 인용 부호를 뜻하는 저 손가락질이 얼마나 불손하게 보이는지도 모른다”고 한심해 했다. 어휘 구사에 대해서도 “‘동료시민’은 펠로 시티즌을 직역한 어색한 말인지도 모른다”며 “겉멋 든 비대위원장의 한없는 가벼움”이라고 비꼬았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10번 사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2009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동료 시민 여러분’(My fellow citizens)이라고 한 걸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2023.12.26 연합뉴스

강득구 의원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부부 지키기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은 윤 대통령에게 맹종한 적 없다고 하지만 철저히 대통령 부부의 의중에 맞춰서 메시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해식 의원은 “불출마는 본인의 결단일까, 윤 대통령의 요구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이의 요구일까”라고 물으며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배경을 의심했다. 이 의원은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보다 더 높은 권위, 더 궁극적인 권력의 원천에 다가가기는 어렵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취임 일성이 ‘이재명 민주당’ ‘운동권 정치의 청산’이란 서초동 사투리, 마치 검찰총장 취임사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처럼 착각돼 모골이 송연해졌다”며 “윤 대통령의 ‘정치는 검찰수사하듯, 검찰수사는 정치하듯’ 하는 잘못이 반복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런가 하면 박용진 의원은 “심지어 전두환도 야당 존중 구색은 맞추려 시늉은 했다”며 “그런데 국회 안에서 국회 운영을 함께 해야 할 야당 대표를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모욕하고 야당을 싸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한 비대위원장이 정치 ABC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실패하고 있는 바로 그 이유로 한동훈도 실패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유승민 “험지 출마하라”

한 위원장의 취임사에 대해 쓴소리를 낸 여권 인사도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이 포지션으로 총선을 치르고 자기만 불출마한다니 굉장히 실망스럽고 생뚱맞다”고 답답해 했다, 유 전 의원은 불출마를 얘기할 게 아니라 “험지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권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세 가지를 지적하며 비판했다. ‘편 가르기 진영논리를 그대로 답습’ ‘정치 혐오에 의존’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등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덕담을 내놨다. 홍 시장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혐의 사건도 지난 대선 승리 후 대통령 취임전에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했으면 처음에는 시끄러웠겠지만 이렇게까지 곤욕을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을 무슨 연유에서인지 검찰이 차일피일 미루다가 특검까지 맞게 되었는데 나는 그걸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동훈 위원장이 슬기롭게 대처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종면 전 YTN 기자 페이스북

“비대위 상황 만든 건 윤석열, 김건희, 이준석”

언론인 등 각계 인사들도 한 위원장의 취임사를 비판했다. 최경영 전 KBS 기자는 “국민의힘이 비대위까지 이르게 된 정치적 상황은 누가 만들었는가? 1.윤석열 2.김건희 3.이준석”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사에서 했어야 할 이야기는 1.대통령과의 올바른 당정관계 2.김건희 특검 3.이준석, 유승민 등을 어떻게 포용해서 국민의힘을 총선으로 이끌지였다”고 밝혔다. 최 전 기자는 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둘 방법은 김건희 특검 수용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당정관계를 혁신하는 것뿐”이며 “그것 말고 나머지는 다 쇼”라고 질타했다.

노종면 전 YTN 기자는 <한동훈 12분 연설 A4 용지 ‘너덜’…얼마나 다듬고 고쳤기에>라는 중앙일보의 27일자(인터넷판) 기사를 붙이곤 “한동훈 기사들, 참 가관”이라며 “이 기사는 특히 더, 언론 수준이 얼마나 너덜너덜해졌는지 증명하려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그런가 하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를 한 위원장의 취임사 ‘핵심 문장’으로 꼽아 분석했다. “공포를 이겨내는 용기를 강조해서 말하는 것은 지금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고 “한동훈은 자신이 경멸의 언어로 저주하고 있는 민주-진보 세력에 쫄아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반 시민들도 SNS을 통해 한 위원장을 취임사를 비판했다. “2011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부터 한 것과는 180도 달랐다” “역시 수준이 ‘중2’ 밖에 안되는 인간” “한두환이 납셨네” “총선은 쫄아서 안나가겠다고?” 등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논평'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사(발췌) ]

좋은 나라 만드는데, 동료 시민들의 삶을 좋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그 마음으로 살았고, 그리고 지금은 더욱 그 마음입니다.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것이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년 간 386이 486,586,686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입니다. 이대로 가면, 지금의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와 전제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맞이한 어려운 현실은, 우리 모두 공포를 느낄만 합니다.

우리는, 상식적인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겁니다.

이재명 대표와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 세력의 폭주를 막는다는 것은 우리가 이겨야 할 절박한 이유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이겨야 할, 우리 정치와 리더십의 목표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비록 소수당이지만 대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하여 대통령을 보유한, 정책의 집행을 맡은 정부여당입니다.

상대가, 당 대표가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중대 범죄로 형사재판을 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냉정하게 반성합시다.

국민의힘이 잘해 왔고, 잘 하고 있는데도 억울하게 뒤지고 있는 거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를 정교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이 위대한 나라와 동료 시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이기려는 겁니다.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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