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당의 정치퇴행을 '쇄신'으로 보는 한겨레
[12월 둘째주 키워드] '대통령 선거개입'에 침묵
언론, 민주당엔 '내부갈등' '혁신부족' '리더십' 부각
집권 여당인 국힘당엔 더 엄중히 비판해야 하지만
정당정치 퇴행·국정실패·파벌 갈등에도 비판 안해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빠르게 선거체제로 바뀌고 있다. 정당이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도전이나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내부 불만과 갈등이 터져나오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여야 모두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를 얻어내려고 혁신이니 쇄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각자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세력들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이 혁신이고 쇄신인지 쉽게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민주적 방식에 의해 진행된다면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갈등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일을 하는 것이다.
언론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이런 변화의 모습을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또 다른 잣대를 갖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주로 당 대표의 리더십 문제와 개혁 성과 부족 등을 이슈화한다. 특히 이른바 ‘비명 대 친명’ ‘이낙연 신당’ 등의 내부 갈등을 크게 부각시킨다. 민주당 관련 언론 보도의 키워드도 주로 ‘계파’ ‘내부 갈등’ ‘혁신 부족’ ‘당대표 리더십’ 등으로 부정적 프레임이 많다.
집권여당인 국힘당에 대해서는 어떤가? 언론은 국정 견제세력인 야당보다 국정을 끌고가는 집권 여당에게 더 엄중하고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국정을 책임져야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의 잣대와 프레임은 정반대다. 국힘당의 무능, 무책임, 퇴행, 부도덕, 막말, 불법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부 갈등을 부각하지도, 이를 부정적 프레임으로 바라보지도 않는 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당대표들(이준석, 김기현)이 쫓겨나고 현역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는 비민주성이 드러나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오히려 ‘결단’이니 ‘희생’으로 미화하기도 한다. ‘이준석 신당’이나 ‘유승민 신당’에 내부 갈등 프레임을 입히지도 않는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당무와 선거에 개입해도, 현직 장관이 선거운동을 하고 다녀도 지적하지 않는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하면 이는 명백한 탄핵 사유인데도 한마디 경고도, 비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선거는 비전을 갖고 치르는 것이지만 집권여당에게는 책임을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언론은 총선을 준비하는 국힘당에 국정운영 실패의 책임도 물어야한다. 국민들은 경제가 흔들리고, 외교는 망가지고, 행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민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도 언론은 여당의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있다. 그러니 지금 주류 언론만을 보면 여당인 국힘당은 별 문제 없이 잘 하고 있는데, 야당인 민주당은 온통 내부갈등으로 혼란스럽고 국정의 발목이나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힘당과 민주당을 바라보는 이중잣대, 혹은 이중 프레임은 주류 언론 중에서도 조중동 등 ‘친윤매체’에서 극명히 나타나지만 이른바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에서도 볼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한겨레는 민주당에 자주 쓴소리를 하면서도 국힘당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말도 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는 크게 나무라지 않는 편이다.
예컨대 한겨레 14일자 “민주당은 평안하십니까” 제목의 정치부장 칼럼을 보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쇄신의 신호탄을 먼저 쏘아 올렸다”면서 “김기현 대표의 사퇴와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후속 쇄신의 큰 물꼬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여당이 위기감을 갖고 현실을 타개하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으로 여당은 새 지도체제,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한동훈입네, 원희룡입네’ 하며 뉴스의 중심에 설 것이다”라고 썼다. 그리고는 칼럼의 나머지 절반에서 민주당의 ‘안온함’ ‘내부갈등’ ‘무능력’ 등의 사례를 섞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국힘당 내부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 –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김기현 대표 사퇴와 장제원 의원 출마포기 등이 ‘쇄신의 물꼬’ ‘현실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으로 추켜세울 일인가? 이는 국민들의 민주주의 수호 염원으로 탄생한 한겨레가 ’쇄신‘이 아니라 민주주의 정당에서 있어서는 안 될 반민주적·구시대적 행태로 1면과 사설을 털어서라도 신랄히 비판해야 할 문제들이다.
16일자 “혁신 경쟁 밀리고 악재 켜켜이…이재명 리더십 ‘흔들’” 칼럼에서도 한겨레는 “국힘, 비대위 전환 등 쇄신 잰걸음”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검찰독재’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검사 출신 대통령에 이어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여당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것을 ‘쇄신 잰걸음’이라고 한 것이다.
이 칼럼은 또 “김기현 대표를 세운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고, 김기현 대표를 쫓아낸 것도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어쨌든 비대위 체제의 국민의힘은 역동성을 갖고 총선에 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도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힘과는 달리 민주당은 공천에서 역동성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라며 민주당 위기의 이유 ‘10가지’를 나열해 설명했다.
여당으로서 국힘당의 무능·무책임에 대한 지적도 거의 없고, 민주적 정당운영 원칙을 무시하는 반헌법적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쇄신’으로 보는 것은 다른 주류 언론도 마찬가지다. 만일 민주당이 집권여당일 때 대통령이 선거와 당무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당대표를 쫓아내고, 대통령 최측근인 현직 법무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리꽂으려 했다면, 과연 언론은 이를 ‘쇄신’ ‘역동성’이라고 했을까?
지난주(12월9일~15일) 언론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국민의힘’이었고, 가장 급증한 키워드는 ‘반도체’ ‘네덜란드’ ‘이낙연’이었다. 디지털 여론이 만들어지는 SNS와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는 ‘김기현’ ‘이낙연’ ‘김건희’ 등이 최다언급량 키워드 상위권에 올랐고 ‘장제원’ ‘비대위원장’ ‘김한길’ 키워드가 순위에서 급상승해 관심을 끌었다. 언론 뉴스와 디지털 플랫폼을 합쳐 최다 언급량 1위는 한달째 ‘이준석’이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당과 야당은 여론시장에서 서로 유리한 키워드와 프레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언론이 시민의 편에서 중심을 잘 잡아 정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