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뉴라이트] ➉'방송계 일베' 차기환

뉴라이트 출신으로 지난 8월 방문진 이사 취임

'김건희 가방 취재' 딴지, 방송장악 우려 현실로

'민변'에 맞서는 변호사 단체 결성…일베 활동도

2023-12-09     이승호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연합뉴스 자료

판사 출신의 차기환은 방송계의 뉴라이트다. 극우 성향이 강해 ‘방송계 일베’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인 2009~2015년 국민의힘(한나라당) 추천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를 연임했다. 2015~2018년 KBS 이사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다시 지난 8월 9일 방문진 이사에 임명됐다. 공영방송 이사 자리에 앉은 게 벌써 네 번째다.

차기환은 과거 방문진 이사 재임 시기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코드를 맞춰 MBC 경영·보도·제작을 좌지우지했다. 기자와 PD들이 방송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자 인사권을 휘둘러 MBC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KBS 이사로 근무할 때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해 감사원에 적발된 적도 있다.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

이런 ‘화려한 전력’의 차기환을 윤석열 정부가 다시 불러오자 방송계와 언론계, 야권은 일제히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차기환 임명 강행은 윤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4당은 차기환이 임명되던 날 성명을 내고 “(차기환은) 과거 방문진 이사 등을 지낼 때 언론현업단체로부터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고 성토했다. 민주당도 같은날 별도의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앞세워 방송 장악 시도를 위해 내달리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기어코 방송을 장악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려는 윤석열 정권의 구태스러운 발상에 할 말을 잃었다”고 분노했다.

차기환은 지난 9월 5일 서울 마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로 첫출근을 했다. 언론단체와 시민단체가 그의 첫출근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차기환은 여유만만했다. ‘차기환은 사퇴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언론노조 회원들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첫 출근길…‘차기환은 사퇴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언론노조 회원들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차기환(가운데). 2023.9.5 기자협회

방송장악 우려 현실로…“김건희 명품가방 취재 문제다”

민주당 등 야권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차기환은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관련 보도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보도는 지난달 21일 MBC에 사표를 낸 장인수 기자의 ‘작품’이다. 지난달 27일 ‘서울의소리’ 등을 통해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차기환은 지난 5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건희 여사 함정취재로 문제 되는 사람이 장인수 기자”라며 “그 사람의 행위는 취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MBC 내부에 저널리즘에 관한 올바른 풍토가 조성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차기환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 전 기자는 MBC가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보도를 막아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냈고, 이후 MBC 기자가 아닌 신분으로 MBC가 아닌 ‘서울의소리’를 통해 보도했기 때문이다.

또 서울 법대…또 자유주의연대 출신

차기환은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서울 여의도고-서울대 법대(81학번)를 거쳐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군 검찰관으로 복무한 뒤 의정부지원과 수원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1998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변신했다. 당시 만 35세였다.

옷을 갈아 입은 차기환은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낸다. 2004년 뉴라이트 단체 ‘자유주의연대’가 출범하자 기다렸다는 듯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 단체의 법조인, 의료인 등 전문가 그룹의 일원이었다. ‘자유주의연대’는 신지호, 홍진표, 최홍재 등 소위 ‘전향 386’들이 나서 만든 단체다.

얼마 뒤 차기환은 자유주의연대 활동을 접고 정치판에 얼굴을 내민다. 2006년 12월 한나라당 조직인 클린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것이다. 당시 뉴라이트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은 차기환 뿐만이 아니었다. 2007년 대선을 목전에 두고 보수 진영의 러브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선 결과는 ‘이명박 승’이었다. 러브콜을 받고 달려갔던 차기환 등 뉴라이트 인사들은 이명박 정권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차기환은 방송계에 똬리를 틀었다. 2009년 6월 방문진 이사로 임명됐다. 당시 그와 함께 선임된 뉴라이트 인사들은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최홍재, 나라정책연구원장 김광동 등이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의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특히 차기환은 당시 MBC 사장이었던 김재철 체제를 비호했다. 이때 차기환은 ‘청와대 거수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MBC 노조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에 기여한 인물”로 차기환을 기억한다.

 

2012년 1월30일 공정방송을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총파업 모습. 연합뉴스 자료

‘민변’에 대항하는 변호사 단체 결성…일베 활동도

차기환의 행적 가운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그는 2014년 ‘지향이 같은 변호사들’과 함께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행변)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공동 대표로 활동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맞서기 위해 만든 단체였다.

차기환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변은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이념이 있고 이를 공유해 나갔기 때문에 성장했던 것”이라며 “우리도 우리의 이념을 정립하고 이를 공유하는 노력을 통해 보수 사회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환은 오늘날까지 자신의 이름 뒤에 ‘일베’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는 과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글을 SNS에 리트윗하거나 링크해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그는 그 글에 ‘종북좌파에게 보여주면 대답 못 하는 사실’ 등의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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