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권 퇴진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연임 성공

‘40대 여성’ 박희은 후보 꺾고 56.1% 득표로 당선

역대 최고 투표율 63.97%…윤 정권 심판 분위기 반영

양경수 “윤석열 정권 끝장내고 노동자 새 희망 세우자”

“내년 총선서 민주노총 플랫폼으로 하는 선거연합 구상”

“미조직 노동자, 국민에 선한 영향력 주는 민주노총 될 것”

2023-11-28     박승철 기자
1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직선 4기 위원장선거 합동 토론회에서 기호 1번 '압도하라 민주노총' 선본의 위원장 후보인 양경수 현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1.17. 노동과세계 제공

양경수 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선 4기 위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노총이 위원장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단병호 전 위원장은 1999년부터 2년간 두 차례에 걸쳐 위원장직을 역임한 사례가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투표 참가자 64만 1651명 가운데 56.61%(36만 3246표)를 득표해 31.36%(20만 1218표)를 득표한 박희은 후보를 제치고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특히 이날 투표율은 63.97%로 역대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 선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사이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이 수석부위원장으로, 고미경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이 사무총장으로 양 위원장과 동반 당선됐다.

‘좌파노동자 전국결집’ 소속 후보였던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구 성서공단 출신 40대 여성 노동자로서 민주노총 사상 첫 여성 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낙선했다. 박 후보와 동반 출마한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수석부위원장 후보),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사무총장 후보)도 동반 낙선했다.

양 당선자는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방점을 찍고 선거를 치렀다는 점에서 향후 민주노총에서 반정부 투쟁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당선자는 “지난 3년의 과정을 평가받는다는 부담감과 새로운 결심을 세워야 한다는 무거움이 함께 한 선거 과정이었다”면서 “윤석열 정권과의 투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변화와 혁신의 기관차가 되어야 한다는 포부를 가득 안고 임했던 선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조합원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겠다”면서 “조합원의 힘을 믿고 더욱 커지고 강력해지는 민주노총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양 당선자는 또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노동자의 새로운 희망을 세워내자”면서 “정권 몰락이 투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기회로 전환시켜 내자”라고 말했다.

양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강화 ▲노동중심진보연합정당 건설 ▲‘100인 조합원 집회문화기획단’ 운영 ▲‘새로운 30년 위원회’ 설치 ▲국민 여론 홍보 전담 부서 설치 및 임원·청년 대변인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023.8.9. 노동과 세계 갈무리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의 경우 기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빈민해방 실천연대 등과 구성한 ‘윤석열퇴진 범국민운동본부’를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설정할 전망이다. 세부 노선에 이견이 있더라도 ‘반윤석열’ 기치에 동의하는 제 세력 규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중심진보연합정당 건설은 이미 민주노총이 천명한 ‘정치방침’에 근거한 것이다. 민주노총을 플랫폼으로 하는 진보정당 중심의 선거연합 정당을 추진해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이 방안의 핵심이다. 정의당은 이미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하는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한 상황이어서 양 당선자가 공약한 ‘노동중심진보연합정당’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삼는 것은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민주노총이 플랫폼이 되는 게 특정 정당의 플랫폼화보다 확장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00인 조합원 집회문화기획단’은 20대와 30대의 새로운 세대 조합원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민주노총의 집회 문화 변화 시도하려는 기획으로 보인다. 투쟁 가요와 구호 등 전통적 운동권 방식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세대와 교감하기 위한 문화적 접근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30년 위원회’는 ‘새로운 30년 운동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이다. 200일의 현장 대토론과 2박 3일 정책페스티벌 등을 개최해 향후 30년간 민주노총의 전략안을 마련하고 이를 2025년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당면 투쟁 과제와 당면 현장 이슈에 총력 대응하면서도 거시적 시각에서 민주노총의 장기 전략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다.

국민 여론 홍보 전담 부서 설치는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양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최저임금 1만 원 투쟁 당시 민주노총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면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총파업에서도 긍정 여론이 46%로 윤석열 정권 지지율보다 높은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민주노총의 활동을 사안별로 가려서 인식한다고 본다”면서 “부정적 평가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 당선자는 또 “민주노총이 노동 문제와 조합원 문제에 국한된 활동을 하는 것이 지적된다”면서 “노조 활동을 통해 미조직 노동자와 전체 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냐가 민주노총이 돌파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양경수 당선자는 민주노총의 세력 분포상 주류인 ‘민주노동자 전국회의(NL계열)’ 소속이다. 만 47세이며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95학번으로 2001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2007년부터 기아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생활을 시작한 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0년 최초의 비정규직 출신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양 당선자의 임기는 2024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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