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골프‧학폭'에도 군 서열 2위로…윤, 20번째 강행
또 인사청문 보고서 없이 김명수 합참의장 임명
북한 툭하면 미사일 쏘는데 평일 골프, 주식 거래
자녀 학폭도…정순신‧이동관‧김승희 이어 네 번째
이런 인물이 현역 군인으로선 최고위 보직에 올라
김명수 "북 즉각 응징"…강경일변도 대북관 재확인
민주당 "한동훈, 인사 검증 안 하나? 정치 행보만"
야권이 '지명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기어이 임명을 강행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도 평일에 태평하게 골프를 치고 주식 거래를 일삼은 데다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까지 심각하게 제기돼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물인데도 윤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회를 우습게 보는 평소 관성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취임 1년 6개월 만에 벌써 20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지만 재송부 기한을 24일까지 단 이틀로 잡아 요식행위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25일 재송부 기한이 끝나자마자 해외 순방 중이고 토요일인데도 김 의장 임명을 강행했다.
김 의장은 앞서 지난 15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후보자가 2022년 9월 13일부터 11월 27일까지 골프를 몇 번 쳤나 보니까 총 17번이었다. 이중 평일에만 5번 골프를 쳤다"며 "2022년 9월 9일 금요일 계룡대 골프장에서 12시 39분에 시작했고, 9월 12일 월요일에는 11시 22분, 9월 16일 금요일 8시 12분 등 여러 사례가 있다. 이 시기는 북한이 툭하면 미사일을 쏘던 때"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도 "작년 11월 18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단행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려 중대 도발이라고 규탄했다"면서 "김 후보자는 그다음 날과 다음다음 날 연이어 골프장에 갔는데 애국심과 군인정신이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김병주 의원도 "3월 5일 아침에도 북한이 ICBM 도발했는데 후보자는 1시 18분 태릉에서 골프를 쳤다"면서 "누구랑 쳤냐"고 다그쳐 물었다.
김 후보자의 주식 거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설훈 의원은 "3년간 근무 중 주식 거래 내역을 보니까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52차례 있었다"면서 "한 의원(김남국 의원)이 그렇게 하다가 의원직 상실 위기까지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1월 5일 북한이 오전 8시 10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오전 11시 5분에 케이탑리츠 351주를 매수했다"며 "작년 1월 17일 북한이 오전 8시 50분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11시 24분부터 45분 동안 미국 MSCI 리츠 652주를 매수하고 오후에는 미국 S&P500 지수 관련 ETF를 매수했다. 북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데 주식투자를 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주식은 금융 지식이 없어 공부한 이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서울대 안보전략 과정을 다닐 때 기술주 중심의 변화가 생기는 주식에 대해 설명을 듣고 리츠, 배터리 관련 주식을 사서 트레이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둘째 딸의 11년 전 중학생 시절 학폭 문제에 대해 김 후보자는 "관련 학생과 학부모님께 깊이 사죄한다"면서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수차례 있었으나 당시에 이를 인지하지 못해 없는 것으로 답변했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놨다. 김 후보자는 해군 장교로서 해상 작전에 나가는 일이 많아 자녀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자녀의 학폭 문제가 드러난 사례는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승희 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에 이어 네 번째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적격성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 막판에 집단 퇴장했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청문요청안이 송부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보고서를 정부에 송부해야 한다. 그러나 청문회 이후로도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마감일인 지난 22일까지 청문보고서 채택·송부는 불발됐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기한 내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경우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 23일 국회에 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안을 국회에 전달했으나, 재송부 기한인 24일까지 국회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인사청문 보고서가 없어도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국군 서열 2위이자 현역 군인으로서는 최고위 보직에 오른 김명수 신임 합참의장은 25일 서울 용산 합참 연병장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북 군사 주도권을 강화해 적 도발 시 즉각, 강력히, 끝까지 처절하게 응징하겠다"며 "호랑이 같은 힘과 위엄을 갖춘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합참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 모든 장병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적만을 바라보며 전투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큰 운동장과 보호막이 돼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한 국내외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맹목적인 강경 일변도 대북관을 재확인한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역시 취임식 훈시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빌미로 도발한다면 '즉, 강, 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대로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면서 "북한에게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전주곡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에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차고도 넘치는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김명수 합참의장 임명을 강행했다. 제왕적 선민의식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의 극치"라며 "근무 중 주식투자와 골프 논란, 경계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물어도 모자란 후보자를 합참의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사기와 명예를 짓밟는 폭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게다가 인사 때마다 반복해 등장해온 자녀의 학폭 논란을 또다시 덮었다. 이제 윤석열 정권에서 '자녀 학폭'은 입신양명의 핵심 스펙 중 하나가 됐다"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도대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일을 하기는 하는가?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 검증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보위 조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강 대변인은 "한동훈 장관은 정치적 행보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말고 자신이 해야 하는 책무부터 제대로 하라"며 "윤석열 정부는 '빈껍데기 인사 검증 시스템의 오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복되는 인사 참사와 국민 무시를 국민들께서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