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서울' 반대가 더 많아도 밀어붙이는 국민의힘

유권자들의 '욕망' 건드리며 갈라치는 전략

선거의 첫 번째 요소 '바람'…유권자 현명해야

2023-11-22     최요한 시사평론가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

내년 4월이면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립니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봉사자로서 소양을 갖춰 국민에게 선택받는 선량(選良)들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권모술수와 마타도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로 가득 찬 곳이 바로 현실 정치판입니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라고 했나 봅니다. 선거를 알아야 국민이 속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거란 무엇인지부터 자세하게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지난번 ‘메가 서울’론이 무서운 까닭에 대해 글을 쓴 후 많은 사람들이 ‘메가 서울’론이 이미 죽은 이슈가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사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주장이기에 사람들이 설마 이 이슈를 받아들이겠냐는 저항감 때문이겠지요. 또 실제 여론조사에서 ‘메가 서울’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앞서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의 집값과 땅값이 두세 배 오른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이 이슈는 선거 시기 계속 주장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메가 서울’론의 상반된 여론, 그러나…

발 빠른 여론조사 기관들이 ‘메가 서울’론에 대한 여론을 조사하고 발표했습니다. 먼저 여론조사 기관 꽃에서의 결과입니다.

 

여론조사 기관 꽃에 따르면 ‘메가시티 서울’ 구상안에 긍정 32.5%, 부정 60.4%로 부정적이란 응답이 긍정적인 응답보다 약 2배 정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습니다. 특히 당사자인 서울의 경우 26.9% : 68.9%로 부정적이란 응답이 전국을 통틀어 가장 높았습니다. 또 다른 한 축인 인천/경기 역시 31.2% : 64.8%로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2배 더 높았습니다.

이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기관 꽃의 11월 2주 차 전화 면접 정기여론조사이며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11월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실시했습니다. 조사 방법은 통신 3사 제공 무선가상번호 활용 CATI 전화면접조사이며 응답률은 10.7%입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p라고 하니 더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김포시가 여론조사 기관 이너텍시스템즈에 의뢰해 15~16일 김포시민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결과, 서울 편입 찬성 68%, 반대 29.7%, 잘 모른다 2.3%로 집계된 것입니다.

 

이 여론조사가 충격적인 이유는 이 조사보다 겨우 열흘 전 리얼미터 조사결과 반대 여론이 훨씬 컸었기 때문입니다. 열흘 사이에 완전히 뒤집어진 것입니다.

 

당시 경기도 내 31개 시군별 인구수에 비례해 김포주민도 155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의 의견은 찬성 36.3%, 반대 61.9%로 나타났습니다. 불과 열흘 만에 찬성과 반대가 완전히 반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조사 방식 모두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 100%이고, 단순 찬반 의견을 묻는 형식까지 일치했습니다. 단지 이너텍시스템즈와 리얼미터라는 여론조사 기관만 차이가 날 뿐이었습니다.

여론조사는 전체의 흐름(추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저 단면을 딱 잘라서 “이것이 완벽한 여론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당사자가 되는 경기도 지역에서 ‘메가 서울’론은 분명히 국민의힘이 의도한 ‘욕망’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반대가 많아도 승리를 장담하는 국민의힘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리 당사자 격인 김포를 비롯해 경기지역에서 찬성하는 여론이 많다 하더라도, 서울을 포함해 전체 국민 여론에서 ‘반대’가 많다면 불리한 것 아닐까요? 국민의힘은 무엇을 믿고 이렇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번 이슈의 3요소와 이슈 확산의 3요소를 연상하면서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국민의힘은 ‘메가 서울’론을 가장 먼저 제기하면서 이슈를 선점했습니다. 첫째, 대중의 관심사이며 둘째, 찬반이 명확하게 갈리고 셋째, 이로인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입니다. 동시에 이슈의 확산 조건도 확실하게 챙겼습니다. ‘메가 서울’론은 이슈의 3요소를 충실히 충족하면서도 첫째,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이미지와 동일선상에 있고 둘째,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정체성과 동일선상에 있고 셋째, 국민의힘이 이니셔티브(주도권) 쥐고있는 이슈입니다.

“분명히 반대가 많은데,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고?”

이렇게 반론을 제기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여기에 이슈의 셈법이 있는 것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죠.

다음 그림을 보시죠.

 

사실 이 그림은 매우 단순하고 도식적인 그림입니다. 선거가 꼭 이런 구도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한 가지 이슈만 다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매우 다층적이고 가변적이며 유동적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를 하거나 반대하고, 여러 이슈가 충돌하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도식적인 그림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거, 특히 여러 후보가 난립하는 총선에선 많은 경우 이슈가 갈라지고 유권자의 지지도 갈라집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슈의 선점입니다. 수도 없이 많은 유권자의 니즈(요구) 중에 가장 간지러워하고 긁어주기를 기대하는 바로 그곳을 콕! 찍어서 먼저 제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슈의 선점입니다.

국민의힘은 ‘메가 서울’론으로 유권자들의 ‘욕망’을 톡! 건드렸습니다.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마음은 서울 사람인데 몸은 김포에 사는 경기도인이라는 부분을 갈라쳤습니다(갈라치기). 서울 사람이 되면 김포에서 사는 문제가 모두 해결이 된다는 겁니다. 서울 편입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현실의 고충을 그대로 생생한 날 것으로 드러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포시장이 이끄는 김포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그 욕망을 표출합니다.

 

누구는 집값이, 누구는 땅값이 두 세배 뛴다는 이야기도 있고, 누구는 그렇다고 해서 김포가 갑자기 잘 사는 건 아니라며 비웃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김포의 어떤 엄마는 간절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확실한 것은, 국민의힘이 영악스러울 정도로 유권자들의 그 간지러운 부분을 제대로 건드렸고, 게다가 먼저 제기했고, 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고 한다면, 여러 모습과 이유를 가진 찬성과 반대 가운데 비록 반대가 더 많다 하더라도 이슈의 셈법에 따라 승리(?)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게 무서운 겁니다.

선거의 첫 번째 요소 - 바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선거의 3요소를 흔히들 바람, 구도, 텃밭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이는 텃밭 대신 인물을 넣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바람은 국민의힘이 제기한 ‘메가 서울’론과 같은 이슈파이팅 어젠다일 수도 있고, 정권교체와 같은 당위성일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메가 서울’론은 2008년의 ‘뉴타운’의 2023년 판이라며 옛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러 바람이 불었지요. 무상급식 바람이 불기도 했고, 탄핵 바람도 한몫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선거에서 ‘바람’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앞으로 총선까지 몇 개월 남지 않았지만, 선거란 무엇이고 유권자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조금씩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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