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운동 연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쟁점으로

민주노총 직선 4기 위원장 선거 후보 토론회

이영주 “화물연대 파업시 민주노총 전선 확장 실패”

양경수 “파업 종료로 인해 동조 파업 실현 안 된 것”

양 “청년 노동자 요구 따라 집회 문화 바꿔야”

이 “청년 노동자 임금 인상, 복지 개선이 우선”

2023-11-17     박승철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민주노총 직선4기 위원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17. 노동과세계 제공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 연대 세력 문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직선 4기 위원장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직선 4기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자 언론사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기호 2번 ‘다르게, 강렬하게’ 선거운동본부의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대한 입장은 양경수 위원장 후보와 다르지 않다”면서도 “윤석열퇴진운동본부의 한계는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단체들과 함께 지난 7월 윤석열퇴진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 사무총장 후보는 “운동본부의 폭이 좁고 친 민주당 세력이 들어와 있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인권 기구, 여성단체 다수는 결합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호 1번 ‘압도하라 민주노총’ 선거운동본부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노동자, 농민, 빈민 중심으로 만들려고 했고 친민주당 세력도 들어와 있다”면서 “다 배제하고 나면 누구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 친한 단체들, 관련이 있는 단체들 다 배제하면 얼마 남지 않는다”라면서 “그래도 민주당과 아주 긴밀한 것으로 보이는 열린민주당, 촛불행동 등이 가입한다고 할 때 동의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또 “윤석열 퇴진 투쟁이 나누어져 있다”면서 “민주노총이 이들을 모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영주 후보는 “화물연대의 상징성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다른 노동조합을 순차적으로 무너뜨리려고 했다”면서 “화물연대가 민주노총의 대리전을 치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연대가 투쟁한다면 민주노총은 건설, 서비스, 택배 노조를 붙여서 전체 전선을 확대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면서 “지난 3년간 민주노총이 현장에 없었다는 말은 치열한 산별 투쟁에서 전선을 확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경수 후보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건설노조에서 동조 주장이 나왔고 택배 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파업을 결의했다”면서 “화물연대 파업 중단으로 이행되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영주 후보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건설노조에서 먼저 조직하지 않았다”면서 “두산 쪽에서 먼저 주장이 나왔고 그것을 건설노조가 받은 뒤 민주노총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직선 4기 위원장선거 합동 토론회에서 기호 1번 '압도하라 민주노총' 선본의 위원장 후보인 양경수 현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1.17. 노동과세계 제공

민주노총의 집회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양경수 후보는 “민주노총의 청년 조합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은 민주노총의 전통적 투쟁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 기획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투쟁이 중요하다며 부차적으로 여기면 변화할 수 없다”면서 “민주노총의 문화와 질서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영주 후보는 “장소에 따라, 사안에 따라, 정세에 따라 투쟁방식을 유연하게 변화되어야 한다”면서 “가령 백남기 농민 집회를 하면서 소프트한 문화공연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양경수 후보는 “이영주 후보와 같은 답변이 현장과 민주노총을 멀어지게 한다”면서 “투쟁방식의 변화 목소리를 외면하면 조합원들에게 저기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영주 후보는 “청년 조합원을 대상화하고 이벤트로 배치하는 것이 청년 사업이 아니다”라면서 “청년들은 소통하자면서 불러서 이야기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청년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기획하는 것”이라면서 “산별에서는 청년 임금 인상 요구안을 내놓고, 공무원 노조에서는 임금 인상 핵심을 저호봉으로 잡았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청년 임금 인상과 복지제도 강화를 조직의 핵심 사업으로 할 때 청년 조직화가 될 것”이라면서 “조중동이 하듯이 세대 갈등을 노조로 끌어들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실정에 대해 이영주 후보는 ‘노동개악’을 양경수 후보는 ‘노조 말살’을 꼽았다. 이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됐을 때 자본과 조중동이 그를 버렸다”면서 “윤석열 뒤에 있는 자본을 어떻게 움직일까 생각해 보면 노동개악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실정의 핵심은 노동개악이고 노동 의제를 중심으로 놓고 다른 의제를 하나의 힘으로 끌어모아 단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직선4기 위원장 선거 합동토론회에서 기호 2번 '다르게 강렬하게' 선본의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3.11.17. 노동과세계 제공

양경수 후보는 “이명박 정권은 소위 제3 노총으로 노조 무력화를 시도했고 박근혜 정권은 양대 지침 노동개악, 전교조 법외노조화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했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노조 자체를 말살시키려는 정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문 근로자 대표 제도”라면서 “삼성전자에서 노조협의회와 임금 협상 중 갑자기 노사협의회와 임금 혐상으로 바꿨다”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또 “쟁의권을 갖는 노조와 대비시켜 (부문 근로자 대표를) 부각하고 노조는 말살시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국제연대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후보는 “한상균 전 위원장이 구속됐을 때 국제연대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면서 “미국 자동차총연맹이 조합원 전체 서명지를 줬고, 평창올림픽 때는 전 세계 노동자들이 ‘올림픽을 보지 못하고 갇혀 있는 노동자가 있다’는 릴레이 피케팅을 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동아시아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을 잡고 투쟁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적 패권주의가 평화를 깨고 있는데 이를 반대하는 투쟁에도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경수 후보는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빠르게 플랫폼노동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의사, 간호사, 교사까지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에서는 플랫폼 관련 입법이 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 노동자들과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연대 문제에 접근하려면 국내 이주노동자 문제부터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이주노동자 숫자가 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이들과 다툼이 발생하고 있어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어떻게 단결하고 함께 투쟁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는 기호 1번 ‘압도하라 민주노총’ 선본에서 양경수 위원장 후보, 이태환 수석부위원장 후보, 고미경 사무총장 후보와 기호 2번 ‘다르게, 강렬하게’ 선본에서 박희은 위원장 후보, 김금철 수석부위원장 후보, 이영주 사무국장 후보가 각각 출마했다. 오는 20일까지 선거운동을 마친 후 21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새 집행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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