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APEC 계기로 중국에 화해 손짓…한국은?
미국, 정상회담 뒤 중국 연구소 수출규제 해제
기시다, 경제대화 수산물 전면금수 해제 요구
한국 대통령실, 한중 정상회담 “타진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16일 오후(현지시각, 한국시각 17일 오전)에 만나 양국관계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재확인했다고 일본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출 직후부터 중국이 취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조치를 즉시 철회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은 전했다.
미중 이어 중일 정상회담, 한국은 "타진 중"
이날의 중일 정상회담은 전날인 15일(현지시각)의 미중 정상회담에 뒤이은 것으로, 이번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미일 두 나라와 중국의 상호 접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성사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미중 및 중일 정상회담은 쌍방 고위 관계자의 사전 조율을 거쳐 확정된 회담일정에 따라 열린 것으로, 한중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한국정부의 대중국 외교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 세션1이 시작되기 전 회의장에서 시 주석을 만나 약 3분간 인사말을 나눴다.
기시다-시진핑, 전략적 호혜관계 재확인
아사히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정상회담에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관계 구축’이라는 큰 방향성을 확인했다. 일중관계의 밝은 미래를 열고 싶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솔직한 의견교환을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쌍방은 역사의 대세를 파악하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공통의 이익에 착안해서 의견의 차이를 적절히 처리하고, 전략적 호혜관계를 재확인하면서, 새로운 내실을 갖추어 새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일관계의 구축에 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양국간 '전략적 호혜관계'는 2006년 10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회담에서 합의했고, 2008년 5월의 중일 공동성명에 이를 명기했다.
이날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경제와 인적 교류 등의 호혜적 협력 추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중국 주재 일본기업 사원들이 간첩행위 혐의로 체포, 구속당하는 문제와 관련해 정당한 비즈니스 활동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 줄 것도 요구했다.
고위급 경제대화, 수산물 금수 철폐 요구
기시다 총리는 또 환경, 에너지, 의약, 간병, 거시경제 등에 관한 고위급 경제대화도 중국 쪽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금수에 대해,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양국 전문가들 간의 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금수조치의 즉각적인 철폐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만나 수출관리와 관련한 양국 당국 간의 의견교환을 위한 ‘수출관리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중국 법의학연구소 수출규제 해제
한편 미국은 16일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문제를 이유로 중국 법의학연구소를 상대로 취해 온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마약 대책에 관한 합의에 따른 것으로, 중국의 규제 해제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인 모양새가 됐다.
미국 상무부는 2020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중국 법의학연구소가 마이너리티(소수 인종)에 대한 인권침해에 관여했다며, 안전보장상의 우려에서 이 연구소를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목하는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포함시켰다.
중국은 이 연구소가 마약 단속에 필요한 기구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마약대책과 관련한 협력 강화를 중국 쪽에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마약대책 실무작업반 설치
미국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합성마약 ‘펜타닐’과 관련해 그 제조과정 등에 중국이 연루돼 있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 쪽에 대책을 요구해 왔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펜타닐 대책을 위한 실무작업반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에서는 2022년 3월부터 1년간 약물 과잉섭취에 따른 사망자가 약 11만 명에 이르며, 그 중에서 펜타닐이 사망원인인 경우가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7만여 명을 차지한다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를 인용해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