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검찰독재 종식할 때까지 저항할 것"
함세웅 신부 주례로 서울 시국기도회
"불과 1년 반만에 나락으로 곤두박질"
"윤석열 정권 회개해야 살 수 있을 것"
"무도·무법·무식한 윤 정권…탄핵하라"
수녀님도 "정권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어리석고 야만적인 언행을 회개하라"고 꾸짖으며 "검찰독재와 폭정이 종식되는 날까지 저항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8시쯤부터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앞 대로에서 함세웅 신부 주례, 강현우 신부 사회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월요시국기도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도회에는 신부 100여 명과 수녀 200여 명, 신자와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했다.
함 신부는 제단에 올라 "1979년 오늘 독재에 항거한 부마항쟁 44주년을 맞아 이곳 서울에서 뜻 있는 미사를 봉헌한다"며 "윤석열 독재 정권의 회개와 타파를 위해서, 민족 일치와 화해를 위해서,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비극 속에서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윤 정권에 평화를 호소한다"고 했다.
"윤석열, 회개하라…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강론을 맡은 이강서 신부는 "지금 이 나라에는 독재의 망령이 배회하고 죽음의 냄새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며 곳곳에 국민의 한숨과 탄식이 넘쳐난다"면서 "불과 6년 전인 2017년, 촛불항쟁으로 되찾은 정상국가가 윤석열 정권 출범 1년 반 만에,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는 탄식"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이 나라에는 3가지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했다"면서, 첫째로 "민주주의에 깃든 죽음의 그림자"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은 헌법을 가벼이 여기고, 자신들이 지켜야 할 주권자의 생명과 안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작년 8월 폭우 때 신림동 반지하 침수사망에서 시작해서 10월 이태원 참사, 올해 7월 14명이나 숨진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살리려는 정부와 국가는 없었다"고 했다.
"더욱이 꽃다운 청년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의 경우, 1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정부는 어떤 반성이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상식과 정상을 한참을 벗어났다"면서 "이처럼 검찰의 변종 독재와 정부의 폭정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죽음의 올가미에 걸어놨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두 번째로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역사에 죽음의 그림자가 덮였다"며 "군사적 힘의 대결로 한반도는 전쟁 위기가 조장되고 남북한 평화 공존은 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이 신부는 "1972년 7월 4일 남북공동선언을 시작으로 민족의 평화 통일 공존을 위한 장구한 남북 정상들의 노력은 (윤석열이)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면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지경"이라며 "이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적 태도는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에 놓였다"고 탄식했다.
아울러 "북한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발상 역시 국민의 넋을 놓게 만든다"며 "최근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나 이완용 매국 두둔 발언, 건국일 논란 등은 윤석열 정부 내각이 일제시대 조선 총독부가 아닐까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역사와 민족의 정도는 없어졌다"고 했다.
이 신부는 "세 번째는 해양생태계 바다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며 "일본은 삼중수소를 포함한 죽음의 핵 오염수를 무단으로 바다에 투기함으로써 해양 생태계와 우리의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 오염수 폐기 방류하려는 악행과 죄를 저지하기는커녕 찬동과 홍보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는 이 나라뿐만 아니라 주변국, 나아가 전 인류와 미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짓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서 이 죽음의 장막, 그림자를 걷어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신부는 윤 대통령을 향해 "폭정과 검찰 독재의 악한 기운에서 돌아서라, 지금까지 어리석고 야만적인 언행에 회개하라"며 "그래야 당신이 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신앙인은 윤석열 정권 검찰 독재와 폭정이 종식되는 날까지 저항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무도·무법·무식한 정권…탄핵하라"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이태원 참사 1주기가 2주도 남지 않았는데, 이 정권 어느 누구도 참회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건설 노동자가 분신해도, 택시 기사가 임금 체불에 항의해서 분신해도, 먹고 살길이 막막해 관리비 40만원 남겨놓고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해도, 어느 누구도 안타깝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변단체 대표는 한 끼 식삿값으로만 25만 원씩 쓰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을 향해 "무도하다"고 일갈했다.
또한 전 교수는 "죄를 지어도 벌 받지 않는 걸 무법이라 한다"며 "야권 인사들은 없는 죄까지 탈탈 털어 뒤집어 씌우면서 어떻게든 잡아넣으려고 하면서, 그 기준으로 보자면 감옥에 가도 10번은 갔어야 됐을 사람을 장관과 기관장으로 임명하고 있다. 이게 무법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중국과 러시아를 공공연히 적대시하면서 국민 전체를 전쟁위기 앞으로 한발짝 한발짝 몰아내고 있다. 무식하고 무지하면 무모할 수밖에 없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무식·무능·무책임에 덧붙여 무도·무법·무모의 6무 정권이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왜 이렇게 무식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도하고 무법한 권력 아래 살게 됐을까"라고 자문하며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 사람들,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의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주 조금 더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우리 마음 속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될, 사람에게만 있는 감성, 즉 정의감을 되살려야 할 때"라며 "내 정의를 살리고 내 이웃의 정의를 살려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제단이 이끄는대로 따라간다면 정의로운 세상에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정의를 살리자"고 했다.
조진선 수녀는 보수적인 교회에 비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조 수녀는 "예수께서 길 위에서 길 잃은 양들과 함께 지내셨다"며 "화려한 성전에서 금으로 장식된 그릇으로 제사 지내며 향을 피우는 것이 누구를 위한 전례란 말인가. 아늑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기름진 양들을 돌보는 게 목자의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광야에서, 우리밖에서 늑대들에게 뜯기고 짓밟히는 양들은 정녕 안 보이는가. 그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은가"라면서 "그리고도 당신들이 예수 그리스도 따르는 제자들이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방해해 온 극우 성향의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천주교인 모임(대수천)'을 향해서도 "대수천이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으로 하느님을 능멸하고 사제와 수도자, 선량한 교우 모욕하는 당신들의 만행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조 수녀는 끝으로 "우상숭배자, 잡신을 섬기는 미천한 자들에 의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처참한 사건이 일상으로 일어나고 수많은 생명이 죽어나가고 있다"며 "권력의 홍보자가 되어버린 언론은 약자들의 억울함을 다루지 않는데, 지금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여성 수도자들은 적의 심장을 꿰뚫을 때까지 이 길을 갈 것"이라며 "길 위에선 우리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벤 유디트처럼, 이 정권 악행을 멈추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디트는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가 술에 취해 잠이 든 틈을 타 목을 베 유대인을 구원했다고 전해지는 성서 속 인물이다.
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인 송년홍 신부는 "겁박하고 압수수색하고 겁주고 법의 이름으로 지배하려는 사람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서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람들, 국민을 기계처럼 이용해먹는 사람들,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빨간색 옷입고 다니며 국민을 이용해먹는 정치인들, 이 사람들을 다 탄핵시켜야 한다"고 했다.
송 신부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무서움을 알았을 것"이라며, 신자와 시민들에게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주문(판결의 결론 부분)을 연상시키듯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하라"라고 외쳤다. 시민들도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거듭 외쳤다.
사제단은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전북 전주사 우전성당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이어간다. 30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 서편 도로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