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외교위 '북핵 청문회'…"새 대북 전략 내놓을 때"
의원들, 한반도 비핵화 정책 실패 공감…"비핵화 잊자"
롬니 "일관된 대북 전략·정책 없었다"…핵균형도 거론
"가혹한 대북 접근법 역효과…제재 완화 필요성 제기
빅터 차, 대북 선제조치·호주 핵잠수함 한국 정비 주장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가 4일 북핵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북한이 지난주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열어 작년 9월 법령으로 채택한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까지 명시하면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대외에 천명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분열 물질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고, 9·13 보스토치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협력이 북핵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문회를 주재한 크리스 밴 홀런 소위원장(민주)은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으며 지금은 북핵 개발 상황에 맞는 북한 전략을 내놓을 때라고 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5일 전했다.
홀런 소위원장은 "우리가 해온 것, 적어도 한반도 비핵화란 목표 달성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매우 가치 있는 목표지만 실제로 우리는 달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위원장 "비핵화 실패…새 북한 전략 내놓을 때"
브리언 샤츠 상원의원(민주)은 "그들은 계속해서 더 나아지고 있으며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잊어버리고, 단기적인 리스크 축소에 관해 얘기하자"고 했다.
과거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밋 롬니 상원의원(공화)도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이 먹히지 않았다"면서 북한과 관련해선 미국의 일관된 전략이나 정책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더힐은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때 김정은과의 외교를 공격적으로 추진했지만, 핵 야망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면서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재개를 위한 어떠한 공개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증인으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
더힐에 따르면, 단기적 리스크 축소 방안과 관련해 차 석좌는 대북 제재 완화와 북한에 사찰팀 파견을 거론했다. 그는 "협상으로 돌아간다면 첫 번째 조치들은 위협 축소, 리스크 축소, 북핵 동결, 실험용 경수로 접근 등을 위한 사찰팀 방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신에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포괄적 제재인 2016~2017년 제재들을 완화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가혹한 대북 접근법 역효과…제재 완화 필요성 거론
타운 선임연구원은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미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노력을 해야 하며, 북한 사회의 더 광범위한 변화를 촉진하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 핵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전에 품었던 희망 같은 건 거의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가혹한 대북 접근법은 핵 위협을 줄이겠다는 미국의 목표에 역효과를 냈다면서 제재는 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했다.
타운 선임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북핵 해결에 진전을 보려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더 작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협상 과정에서든 모멘텀 마련에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와 조기 성과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북한 사회 변화 촉진책이 필요하다는 타운과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미국이 북한 내 사회 경제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 더욱 집중함으로써 대북 관여를 위한 공간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그들의 행동에 맞서려는 우리의 관점 때문에 우리가, 정책 측면에서조차 북한에 다가가 북한의 방향 전환에 실제로 필요한 수준의 토론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롬니 '핵균형' 결여 거론…빅터 차 "선제조치" 주장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경 대응 방안도 거론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롬니 의원은 "재래식은 물론 핵무기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북한을 이웃으로 둔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저는 우려하고 있다"면서 "만약 제가 거기 산다면 (전략적) 균형이 결여된 것에 대해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차 석좌는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한 억제력 강화를 위해 북한의 도발 원점에 대한 선제 타격을 검토하고 한국과 핵무기 재배치 관련 실무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위험한 정책이지만 향후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포함한 새 선언적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아이디어 중 하나는 우리가 일본이나 하와이, 미국 서부로 향하는 미사일을 격추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책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차 석좌의 제안을 일축했다.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5일 스팀슨센터 대담에서 대북 선제 타격 관련 질문에 "선제 타격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며 한·미·일 3국 간에 "북한의 위협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들이 하는 모든 시험발사에 어떻게 대응하기를 원하는지를 두고 활발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차 석좌는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 기술을 공급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 항구에서 호주 핵잠수함의 정비를 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