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다례상 화두는 '팍팍한 경제'? '이재명 생환'?

[9월 끝주 키워드] 뉴스·SNS 언급량 1위 '이재명'

언론, 진보정권 땐 추석밥상 단골 주제는 '경제난'

'진보정권=경제무능' 프레임으로 명절 민심 조작

윤 정권 이후 추석민심 '경제' 언급 없고 '이재명'만

2023-10-01     김성재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추석밥상 민심은 정치권과 언론에게 늘 관심사다. 추석에 모인 가족들이 밥상머리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민심이고, 또 민심을 움직이게도 한다. 정치권과 언론은 어떻게든 유리한 추석 민심을 끌어내기 위해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심지어 여론을 조작하기도 한다.

과거 추석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이슈는 주로 ‘경제’와 ‘민생’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와 민생이 좋았던 때는 역대 어느 정권 시절에도 없었지만,  수구세력과 조중동을 포함한 정치언론들은 유독 민주당 집권시절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민생이 팍팍해졌다’는 주장을 추석 직전 쏟아냈다. ‘진보정권=경제무능’ 프레임을 추석 밥상머리 이슈로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언론이 추석 민심을 보여주기 위해 단골처럼 찾아가는 곳은 전통시장이다. 기자를 전통시장에 보내 한산한 시장 풍경과 ‘요즘처럼 장사가 안되는 때가 없다’는 상인들의 걱정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불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급증과 국민들의 장보기 행태 변화 등 전통시장 불황의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민주당 정권 비판 욕심에 같은날 추석 전통시장 '성황' '한숨' 상반된 보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코로나19로 중소상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강조하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한 매체가 추석을 앞둔 같은 날 상반된 전통시장 분위기를 전하는 ‘개그’를 선보인 적도 있다. 뉴스1이 2020년 추석을 앞두고 보도한 두 개의 기사가 그 사례다.

뉴스1은 9월30일 12시6분 “고향 못가도 집에 기름냄새는 풍겨야...추석 앞둔 전통시장 성황”이란 기사가 포털에 올라왔다. 그러나 잠시 후인 12시58분에는 “생선 1마리도 못 팔았어요…추석 특수 ‘옛말’ 전통시장 한숨”이란 기사가 역시 포털에 공개됐다. 문재인 정부 때 전통시장의 진실은 '한숨'인가 '성황'인가? 

뉴스1 2020년 9월30일 기사 갈무리

추석 민심을 왜곡한 ‘전설적인’ 보도는 2000년 9월9일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 제목의 동아일보 1면 톱 기사다. 이 기사는 추석을 앞두고 ‘특별히’ 대구와 부산이라는 두 지역의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인데, ‘진보정권=경제무능’ 패러다임에 ‘지역감정’까지 조장한 최악의 기사로 언론사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지금의 국민의힘당)은 자신의 집권 기간 경제가 통째 무너졌던 IMF 외환위기가 터졌지만, 이 보도 이후 오히려 영남지역의 경제위기를 자극하며 김대중 정부에 ‘경제를 살려라’는 비난과 공격을 퍼부었다.

동아 '대구부산엔 추석이없다,' 조선 '부울경의 호소' 교묘한 민심 조작

사실왜곡과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수구언론의 못된 버릇은 문재인 정부 때에도 빈번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2019년 5월 10일자 1면에 “부울경의 호소 ‘IMF 때보다 어려워요'/왜 국민들 힘들게 하는 정책만 합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 3년차인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2%였다. 성장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계속되어온 2~3%대의 저성장 흐름이 계속되어 온 결과다. 특별히 경제가 악화된 시기라고 보기 어렵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경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도 아니었다. 1인당 개인소득 기준으로 당시 16개 광역단체 중 울산은 2위, 부산은 5위, 경남은 12위였다. (프레시안 2019년 5월10일 보도)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부울경' 경제가 'IMF때보다' 더 어렵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교묘한 왜곡ㆍ조작된 주장을 펼쳤다.  

동아일보 2000년 9월9일 1면 기사 갈무리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의 추석 민심 탐방 혹은 조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윤 정권 첫해인 2022년 추석을 앞두고 수구정치세력과 언론이 이슈화한 사건은 두가지 –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검찰의 이재명 불구속 기소’였다. ‘경제’와 ‘민생’ 이슈는 없었다.

특히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선후보 시절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뉴스가 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검찰과 언론은 추석 밥상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메뉴를 성공적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윤 정권 첫해 언론의 추석 이슈, '경제' 사라지고 '이재명 기소'와 '미담'만

조선일보는 추석연휴 직전인 2022년 9월9일자 1면에 “눈물의 포항에 이름없는 천사들이 내려왔다/‘태풍 아픔 함께 극복해요’ 추석 앞두고 전국서 발길” 제목의 미담 기사를 톱으로 보도했다. 당시 물가가 크게 올라 ‘추석 앞두고 서민들 한숨’ 같은 기사가 나올 법했지만 물가 상승은 “힌남노 후폭풍”으로 보도됐을 뿐이다.

경향신문이 같은 날 보도한 “이재명부부 윤대통령 부두…추석밥상, 민생 대신 정쟁으로”라는 제목의 기사처럼, 추석 단골 뉴스인 경제·민생 관련 보도 대신 ‘이재명 사법처리’ ‘정쟁’ ‘태풍복구 미담’ 보도가 추석밥상머리 이슈로 부각된 것이다.

한겨레 2022년 9월9일 1면 기사 갈무리

윤석열 정부 2년차인 2023년, 경제·민생·외교·안보 전 분야의 위기와 정치실종이 계속되고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올해 추석 밥상 민심은 어디로 쏠렸을까?

올해 추석 밥상머리 키워드 역시 지난해와 같이 ‘이재명’이었다. 다만 작년과는 달리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구속영장 기각 후폭풍’ ‘검찰 무리한 수사 역풍’ ‘민주당’ ‘정치 복원’ 등이었다. 검찰과 수구 언론들이 올해 추석 밥상 메뉴에 ‘이재명 구속’을 올리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올해 추석밥상 메뉴에 ‘경제’ ‘민생’ 이슈가 언론을 통해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언론이 올해는 ‘전통시장 민심탐방’이나 ‘물가 통계’ ‘일자리 부족’ 관련 뉴스를 다루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이후 어민·수산업자들의 생계 걱정을 다룬 기사조차 없었다. 우리 경제는 물가·일자리·성장률·가계부채·수출·환율·실질소득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심각한 위기 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올 추석에는 ‘특별히’ 경제와 민생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일보 2023년 9월28일자 기사 갈무리

언론, 올해 추석에도 '경제' 언급 없고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이 화두

9월22일부터 추석연휴 첫날인 28일까지 언론의 뉴스와 SNS·커뮤니티·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뉴스·SNS·커뮤니티 모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이재명’이었다. ‘민주당’은 2~3위였고, ‘기각’도 디지털 플랫폼에서 언급량이 크게 늘어 언급량 순위 10위권 안에 새로 올라왔다. ‘검찰’ ‘구속영장’ ‘한동훈’ 등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된 키워드도 10위권에 포함됐다.

또 ‘비명계’ ‘수박들’ ‘원내대표’ ‘홍익표’ 등의 키워드 언급량도 뉴스, SNS,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급증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후속작업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구속영장’ 키워드 관련 긍부정 감성 분석 결과, 부정이 76%도 압도적이었다. 또한 ‘한동훈’ 키워드의 경우도 부정어가 73%였으며 관련 부정어로는 ‘구속영장’ ‘구속’ ‘무리한’ ‘범죄’ ‘탄핵’ 등이 언급됐다.

한편, 추석을 맞아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9월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은 58.7%, 긍정은 34.6%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취임 1주년 당시에 비해 부정평가는 3.2%p 높아지고, 긍정평가는 4.5%p 낮아진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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