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진실로 변해야 한다

[관료의 나라 ⑩] 전면적 인적쇄신으로 당을 완전히 바꿔라

2023-09-27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민주당’.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애증이 교차되어온 대상도 드물 것이다.

위기의 근원

민주당은 개혁에 특별히 서툴렀고 무능했다. 공수처 설치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몇 년에 걸쳐 공수처만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난리법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공수처 모습은 야무졌던 그 생각들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이었는가를 단적으로 웅변해주고 있는 증거이다. 또 검찰개혁을 그토록 주창하였지만, 정작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은커녕 정권을 그대로 헌납하는 결과를 빚어냈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도대체 ‘혁신’의 ‘ㅎ’ 자도 찾아볼 수 없었던 혁신위원회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한 가지,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켜놓은 결과는 불체포특권 포기였다. 검찰정권 수립 이래 가장 큰 목표가 정적 잡아넣기였는데, 민주당 자신이 만든 혁신위가 그 비단길을 깔아주었으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는 자신들의 혈통을 지키고 가문의 이익을 다른 가문과 절대 나누지 않기 위하여 근친혼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이런 ‘동종교배’로 인하여 스스로 멸망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DJ와 노무현 정부를 거쳐 어느덧 수십 년 동안 청와대 비서 출신이나 당료 출신들의 동호회 수준으로 ‘동종교배’를 연상시키는 그러한 류의 재생산과정을 거듭해왔다. 당내는 언제나 그 어떠한 거부나 저항도 부재한 채 이심전심, 초록동색의 풍토와 분위기로 충만되었다.

이로써 우수한 인물이 내외적으로 진입하고 양성될 수 있는 토양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민주당은 그렇게 스스로의 운명을 옥죄어왔다. 숲도 다양한 수종으로 이뤄진 숲이 건강한 법이다. 동종교배와 더불어 이미 상당 정도로 기득권화한 결과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9.21. 연합뉴스

정녕 민주당은 ‘아전’들의 정당인가?

필자가 국회에 근무하면서 그들을 직접 만나고 관찰하면서 느꼈던 점은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당료나 비서진 다수가 개혁에 아예 무관심하거나 조롱하는 풍토가 근저로부터 뿌리 깊게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민주당의 한 중견 의원을 사적으로 몇 차례 만났던 일이 있었는데, 그는 몸만 민주당에 있을 뿐 그 사고방식은 철두철미 보수 쪽 그 자체였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유사한 상황일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다 고만고만, 도대체 인물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세상에 당권이 가장 중하다”, 그들의 굳건한 ‘정치 철학’

이번 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그룹이 사전에 당 대표와 “당 대표 및 공천권 문제”를 거래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는다.

민주당에는 오랫동안 세상 모든 것보다 바로 ‘당권’이 가장 중요하며 그래서 당권 장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니 반드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다. 어차피 보수당이 정권을 잡아본들 임기 한 번, 길어야 두 번 하다가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를 얻지 못해 정권을 내놓게 되어 있고, 결국 민주당 자신들에게 정권이 넘어오게 되어 있다는 굳은 ‘신념’이다. 이것이 그들의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원리’였다. 그러니 바로 민주당의 당권만 굳건히 잡고서 기다리고 있으면 권력이란 꿀단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수중에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는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촛불항쟁 과정에서 다시 증명되었듯, 그들에게 시민들이야 단지 선거 당일 표만 찍는 권리만 있는 그런 존재였다. 촛불시민들은 또 다른 차원에서의 ‘개돼지’였다.

민주당 정부의 촛불 단절과 권력독점,

‘검찰정권’이라는 ‘역사 반동’의 자양분이었다

그러나 인류 역사란 그리고 정치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촛불항쟁에 대한 그러한 시각과 행태의 결과가 바로 오늘의 ‘검찰정권’ 탄생이다. 지금의 검찰정권은 역사상 프랑스 대혁명 직후 불과 1년여 만에 혁명세력이 전복된, 유명한 ‘테르미도르 반동(反動)<Convention thermidorienn>’의 재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지하듯, 민주당은 촛불항쟁의 성과를 자신들이 송두리째 ‘독점’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논공행상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좋지 못한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논공행상이란 일종의 신상필벌로서 합리적인 측면이 일정하게 존재한다. 촛불항쟁에서 논공행상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촛불시민들이 그 주역이었지만, 당시 미미한 공헌을 했을 뿐인 민주당은 단지 제도권 정당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성과를 독점한 것이다.

1987년 6월항쟁의 경우는 이와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 처음부터 제도권 야당이 직선제쟁취투쟁을 전개하면서 투쟁의 불길을 지폈고, 이 제도권 야당에 전대협 세대가 결합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촛불항쟁에 거의 역할이 없었던 민주당은 권력을 단순히 ‘독점’했을 뿐만이 아니라 촛불시민 세력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단절’한 것이었다. 이 과정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 역사의 전진이라는 장엄한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단절한 커다란 과오였다. ‘검찰정권’은 일제 강점기 이래 비약적으로 권력을 축적, 팽창시켜온 검찰조직이 이러한 독점과 단절이라는 비옥한 토양을 자양분으로 하여 마침내 권력을 장악한 역사의 반동(反動)이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지금 대중들은 보수세력을 혐오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민주당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대중들의 생각에 민주당은 능력도 없고 그다지 깨끗하지도 않으며 수구화했다. 게다가 위선적이기까지 하다. 실망감과 배신감은 상당히 깊다. 민주당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굳건한 ‘정치 철학’과 서툰 정치공학을 버려야 한다. 더 이상 상대의 약점에만 의존하고 편승하는 ‘기생 정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엔 본인들의 약점이 너무 크다. 민주당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심화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젊은 층의 대규모 이반은 이미 그러한 점을 분명하게 경고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진실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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