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돌연 정경심 가석방 결정…최은순 보석 염두?

건강 상태 최악 호소 외면하던 한동훈 법무부

형기 4분의 3 이상을 복역하고야 가석방 결정

"허리‧등 수술 뒤 물리치료 못 받고 하지 마비"

"상상 못할 만큼 야위고 결막염에 두터운 안대"

심사위, 이노공 차관이 위원장…법무부가 장악

구속 뒤 '황제 보석' 전력 최은순, 또 석방 노려

2023-09-21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재판을 마치고 휠체어에 탄 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2022.11.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추석 연휴 직전인 이달 27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한동훈 법무부' 측의 갑작스러운 가석방 결정 소식에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보석 석방을 염두에 둔 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20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자는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현재 정 전 교수는 형기의 4분의 3 이상인 약 3년 1개월을 복역한 상태다. 확정된 징역 4년을 기준으로 정 전 교수의 만기 출소일은 2024년 8월이다.

정 전 교수는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고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올해 2월에는 아들 조원 씨와 관련한 입시 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으나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배우자인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동안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절절한 기도로 힘을 주신 종교인 여러분께도 감사 인사 올린다"며 "정 교수는 무엇보다도 먼저 건강 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인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과거와 같이 집 근처에 잠복해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차량으로 가족을 추적하는 등 파파라치 행태를 삼가해주시길 간곡히 빈다"면서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언론의 자제를 당부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정 전 교수는 그간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여러 차례 형집행정지를 신청해왔다. 지난해 10월 허리디스크 파열 및 협착, 하지마비 수술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1개월간 일시 석방됐다. 이후 추가 치료를 위해 석방 기간이 그해 12월 3일까지 한 차례 연장됐지만 2차 연장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재수감됐다.

이후 정 전 교수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올해 4월 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불허 결정을 받았다. 7월에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시 정 전 교수의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다. 이는 정 전 교수를 면회한 재미 석학 임성배 교수의 전언을 통해서도 그 참담한 실상이 알려진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3.8.14. 연합뉴스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텍사스 세인트메리대학교 경영학과 종신교수 및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임 교수는 지난달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리창 너머로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들어오는 정경심 교수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아내는 면회 내내 제 손을 꽉 잡으며 억지로 울음을 참느라 노력했다"며 "정경심 교수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야위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허리와 등의 2차례의 수술 후 반드시 요구되는 물리 치료를 위한 형집행정지 신청이 불허돼 하지가 마비가 되고 다리 힘을 잃어 걷지를 못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다. 냉방시설이 전혀 없는 구치소의 고열로 인해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고 부어 있었다"면서 "원래부터 문제가 심한 오른쪽 눈에 결막염이 생겨 두터운 안대까지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던 정경심 교수가 마지막 눈인사까지 하고 교도관이 휠체어를 돌려세우고 떠나 시야에서 사라지자 아내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통곡을 했다"며 "정경심 교수는 가슴이 아파 어쩔 줄 모르는 저희 부부를 배려해 면회 시간 내내 힘을 내어 웃는 모습을 보였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약해진 모습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 차원에서는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돼 법무부에 심사가 의뢰됐으나 불허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 정경심 교수는 허리, 등, 눈, 머리 등 여러 곳이 매우 심각하게 아픈 상황이라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법무부 측에 간곡하게 요청했다.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된 가석방심사위원회는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은 법무부 소속 공무원, 검사, 판사, 변호사, 교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법무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돼 있다. 현재 위원장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을 포함해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9인이 위원을 맡고 있다.

그간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온갖 대형 비리 인사들은 줄줄이 풀어주면서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해서는 냉혹하기 짝이 없던 한동훈 법무부 측이 돌연 정 전 교수 가석방을 결정하자 일각에서는 구속 상태에 있는 최은순 씨의 보석 문제가 결부돼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운데)가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7.21.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300억 원대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는 최근 대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지난 7월 21일 구속돼 두 달도 채 안 지난 이달 15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재판부가 보석을 받아들이면 최 씨는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을 수 있다.

최 씨는 2년 전에도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전례가 있다.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개설해 20억 원대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받은 혐의로 2021년 7월 2일 1심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최 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 윤강열 재판장은 9월 9일 구속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최 씨의 보석 허가를 결정했다.

당시 윤강열 재판장은 '피고인의 주거를 남양주시 화도읍으로 제한한다' '참고인, 증인 등과 접촉하거나 법정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최 씨는 법원 허가 없이 주소지를 이탈해 서울과 양평 일대를 마음대로 오간 사실이 시민언론 더탐사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그럼에도 법원은 '황제 보석'을 직권 취소하기는커녕 최 씨가 사후에 제출한 '보석 허가 조건 변경 신청'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주거지 변경을 허가해주고 결국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다시 구속된 최 씨가 수감 두 달 만에 보석 신청을 한 직후 정 전 교수에 대한 가석방이 전격 결정된 것은 최 씨 석방을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한 여론 무마용이 아니냐는 의심이 그간 윤석열 정부의 온갖 행태를 지켜본 시민들로부터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윤 대통령은 '절친의 절친'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하기도 했다. 정 전 교수의 딸 조민 씨도 '공범'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10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이고,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정권 입장에서는 조국 일가 중 정 전 교수를 이쯤에서 풀어줘도 먹잇감이 계속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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