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에 비친 '이재명 병원행 직후 검찰 영장 청구'

NYT "이재명, 박빙 패배 이후부터 검찰 수사 대상"

'반국가 세력'이라며 정적 공격하는 윤 대통령 소개

로이터 "단식 이유, 경제관리 부실과 언론 자유 위협"

중 관영지 "이재명 사건, 윤에 대한 국민 불만 반영"

2023-09-19     이유 에디터

 

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건강이 악화돼 국회에서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2023.9.18. 연합뉴스

19일째 단식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는데도, 검찰은 주저 없이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법무부는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19일 국회에 체포 동의안을 요청했다. 체포 동의안 표결은 21일 본회의에서 진행된다.

검찰의 구속영장에 담긴 이 대표의 혐의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다.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옮겨진 이 대표는 20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전례를 찾기 힘든 이번 사태를 외국 주요 언론들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검찰은 단식투쟁하는 야당 지도자 체포를 원한다'는 제목의 18일 자 기사에서 이 대표의 병원 이송 직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전했다.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3.9.19 [공동취재]. 연합뉴스

 

NYT "이재명, 박빙 패배 이후부터 검찰 수사 대상"

NYT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야당 인사"인 이 대표가 2022년 대선에서 "전직 검사"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빙'의 차이로 패배한 이후부터" 일련의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됐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 대표가 윤 정부를 "검사 독재"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이 정적을 겁박하고 불신을 조장하고자 형사사법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혐의를 격렬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를 주도한다는 이 대표의 말도 전했다.

또한 NYT는 보수주의자인 윤 대통령은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응답자가 그의 국정 수행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신문은 윤 대통령이 진보적 정적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들의 일부를 "반국가 세력"에 비유하며 북한과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 세력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NYT는 이 대표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고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있던 이날 유엔 총회 참석차 닷새 일정으로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출국했다고 덧붙였다.

 

19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서 한 지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로이터 "단식 이유, 경제관리 부실과 언론 자유 위협"

로이터 통신도 '한국 야당 지도자 단식 후 입원, 검사들은 구속영장 청구'라는 기사를 통해 8월 31일부터 단식 투쟁을 하던 이 대표가 탈수 등의 증세로 18일 아침 병원으로 이송되고 몇 시간 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통신은 이 대표가 단식 투쟁 이유로 윤 정부의 부실한 경제 관리, 언론 자유 위협,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용인 등을 내걸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로이터는 이 대표가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들을 "소설"이고 "정치적 음모"라고 부르면서 범법 행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통신은 이 대표가 작년 대선에서 전직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에게 0.7% 차이로 패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GT)도 18일 시사 논평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그에 앞서 단식하던 이 대표의 병원 후송 사실을 전했다.

GT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국 정치의 위험한 측면이 불거지고 있다"며 "이는 갈수록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중국에 대한 접근과 같은 대외 관계뿐 아니라 정당 간 갈등이 격화하고 양극화되고 있는 내정에서도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47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3.7.8. 사진작가 이호

중 관영지 "이재명 사건, 윤에 대한 국민 불만 반영"

신문은 지난해 대선 이후 이 대표가 검찰에 5차례 소환된 사실, 갈수록 분명해지는 이 대표에 대한 윤 정부의 거친 스탠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0.73%의 박빙의 차이로 승리한 점 등을 소개한 뒤 "이는 윤 대통령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신임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 봤다.

한국 정치 상황을 "혼돈"이라고 표현한 GT는 "이 대표에게 일어난 일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격화되는 한국 내 정당 갈등과 수많은 이슈와 관련해 윤 정부에 대한 국민 불만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해 "일본에 대한 완전히 무원칙한 지지"가 한국민의 분노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30% 남짓의 윤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 신문은 "그 이유를 찾기는 쉽다"며 집권 이후 윤 대통령이 일련의 '친윤 인사' 스캔들을 겪은 데다가 "특정한 정책들에서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GT는 "한국인들은 경제회복에 점점 더 희망을 못 느끼고 있고 외교 정책에서 상황은 훨씬 좋지 않다"며 "윤 정부는 자국민의 행복과 이익은 완전히 무시하고 원칙 없이 대일 관계를 완화하고 심지어 일본에 영합하면서 국내에서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