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 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 만들고도 비공개”
부정적 영향 적시하고 국민 우려 반영한 보고서
김한규 “정부, 일본보다 더 방출에 적극적 아닌가”
“생태계에 실제적, 잠재적 위협 줄 수 있다”
국민 80% “국내산 수산물 구매 줄이겠다”
“오염수 배출 최대한 늦추기 위한 노력 필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한 국책 연구기관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연구 결과 보고서를 완성해 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보고서는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지적은 물론 생태계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시돼 있어 정부가 이를 고의로 은폐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대두된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국책 연구기관이 지난 9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분석 기초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비공개할 만큼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일본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었던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기관이 비공개 처리한 보고서는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됐다. 이 보고서는 총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만 비공개를 전제로 전달됐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열람이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생태계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이) 인류 전체가 함께 보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용해야 하는 대상인 ‘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실제적, 잠재적 위협을 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국민건강과 안전, 수산업, 해양관광산업 등 환경적,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과 피해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한국소비자연맹에 의뢰해 진행한 국민 의식 여론조사 결과도 포함돼 있었다. 안전성과 위해요소 관련 인식 및 소비활동 영향에 대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87.8%가 원전 오염수 배출이 국내산 수산물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중 매우 영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7.4%에 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되면 국내산 수산물을 지금보다 수산물을 적게 구매하겠다는 응답도 79.9%였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배출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과는 다른 기조인 것이다. 보고서는 “1차적으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에 대해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공격하면서 “이들과 싸워야 한다”라고 한 발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 자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주뿐만 아니라 수산업계 피해를 예측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즉각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