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이동관에 "그는 당당했다"는 언론

언론 위협 위기감, 정작 언론에선 찾기 힘들어

이동관 방통위장 입성한다면 최대 공신 될 것

2023-08-19     이명재 에디터
여야가 미디어법 개정안을 두고 최종협상에 들어간 20일 밤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언론악법 저지 촛불문화제에서 언론노조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촛불을 들고 미디어법 직권상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2009.7.21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및 18일의 청문회까지 ‘이동관 사태’는 언론의 일대 위기 상황이다. 시민사회와 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규탄하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지만 한국의 대다수 언론에서는 이같은 위기감이나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부 방송과 신문을 제외하고는 이를 ‘정치권의 공방’ 정도로 전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은 자신들에게 닥치고 있는 위협과 비상 사이렌에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다. 언론 자신의 문제인데도 정작 그 자신은 제3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확인된 부적격성에도 불구하고 이동관 씨가 방통위원장에 결국 입성한다면 언론도 그의 '방통위 장악'의 주요 공신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언론의 자유, 공공성과 공익성 측면에서 '언론 자신이 언론의 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의혹 해소에 미흡한 수준?

전날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하는 한국일보 사설은 ‘의혹 해소에 미흡한 청문회’라고 해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숱한 의혹과 반(反)언론적인 사항들을 단지 ‘미흡’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사설은 이 후보자에게 “사실 여부를 떠나 후보자는 방송장악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란 언론단체들의 시선을 간과해선 곤란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미 그의 방통위장 확정을 기정사실화하고 반대 여론에 유의하라는 논지다. 이 사설은 초유의 ‘부실 청문회’로 평가하면서 이를 여야가 서로 상대방 정권 때 언론탄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대상들을 불러야 한다고 ‘우기면서’ 합의가 결렬된 탓에서 찾았다. 여야 간의 ‘진흙탕 싸움’ 정도로 보는 것이다. 양비론을 펼치면서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려 하지 않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의혹을 무조건 부인하거나 동문서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인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의 태도에 대한 언론의 보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기사였다. 청문회에서 같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언론 대응 업무를 책임진 것까지 비슷한 이력을 지닌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실의 국가정보원을 통한 언론 장악 시도 의혹을 두고 이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세운 것에 대해 연합뉴스는 “이 후보자가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의혹을 부인했다”고 썼다. 마치 야당의 의혹 제기가 근거가 약한 것으로, 의혹에 대해 모르쇠와 발뺌으로 일관한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당한 태도’로 높이 평가한 것이다.

부실 청문회에 앞선 ‘부실 검증’은 이미 이 후보자의 지명 때부터 계속돼 왔다. <미디어오늘>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전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방통위장 후보자로 지명한 지난 7월 28일부터 인사청문회 전날인 8월 17일까지 약 3주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등 7개사의 저녁시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동관 후보를 다룬 보도 70건을 살펴본 결과 다수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선 언론장악 의혹 문건들의 존재와 논란 이유, 이 후보자가 해명해야 할 의혹 등을 볼 수 없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TV조선, 채널A, MBN은 청문회가 있기까지 약 3주간 단 한 번도 관련 문건을 보도하지 않았고, JTBC는 17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청문회에서 방송장악 논란, 학교폭력 의혹 등이 거론될 거라고 전하는 데 그쳤다.

종편에서는 검증 외면은 물론이고 그의 위험천만한 발언을 소신으로 띄워주기까지 했다. 이 후보자의 이른바 ‘공산당 기관지 발언’을 보도한 TV조선의 앵커는 “이 정도면 소신은 분명히 밝힌 거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편이 이동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나 검증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 ‘이동관 방통위’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은 이 후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비호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종편의 출범 자체가 이 후보자가 언론 분야 주요 역할을 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해 탄생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퇴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종편은 새 정부에서 더욱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일찌감치 종편에 ‘규제완화’ 선물을 안겨줄 방침을 발표했다.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의 30% 소유 제한을 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종편 승인 기간 3~5년으로는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및 서비스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고, 종편 승인 조건도 과도하게 많아 방송사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종편에는 선물, 그러나 다른 언론에는

종편과 정권의 끌어주고 밀어주는 밀월 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미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종편의 ‘이동관 비호’는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장 18일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5기 방통위를 평가해달라는 말에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을 거론하면서 "특정 종편을 탈락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이며 중대 범죄행위"라면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감히 말씀드리지만 6기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해 향후 종편과의 더욱 깊은 밀월관계를 시사했다.

그러나 이동관 방통위가 예고하는 미래는 일부의 종편에는 선물이 될지도 모르지만 다수의 한국 언론에는 큰 위협이다. 언론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의 1차 표적이 되고 있는 KBS나 MBC뿐만 아니라 모든 매체들의 언론활동의 여건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사태다. 결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18일 청문회에서도 추궁이 나왔던 국민일보의 ‘이동관의 농지 불법 취득 의혹’ 보도에 대한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외압 시도는 앞으로 다른 매체들에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 후보자는 분당 흉기난동사건 피의자 최원종 관련 뉴스 배경 화면에 자신의 사진을 게재하는 방송 사고를 낸 YTN에 대해 임직원들을 형사 고소하고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이 또한 이동관 방통위 체제에서 벌어질 일들의 전조이며 예고편이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참여연대는 이 후보자에게 ‘백지 질의서’를 보냈다. 참여연대의 백지질의 발송 이유는 “방통위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책 질의를 진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동관 사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전하지 않는 언론이라면, 참여연대의 백지질의서가 향할 곳에서 언론 또한 비켜나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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